수정테이프를 많이 쓰는 편이다.
집에서나 직장에서 거의 매일 쓸 일이 있으니
한 달에 1개 이상은 쓰는 것 같다.
갑자기 수정테이프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스케치북을 꺼내 그려보았다.
수정 테이프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문제없이 쓸 때도 있었지만
쓰다 보면 갑자기 빡빡해져서
잘 굴러가지 않을 때도 있고,
반대로 너무 느슨해져서
풀어져 버릴 때도 있었다.
그나마 케이스를 열어서 고쳐 쓸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더 엉망으로 만들어서
구제불능이 된 채 쓰레기통으로 버려질 때도 있었다.
초록색과 노란색 톱날이 잘 어울려 돌아가면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수정테이프를 보면서
문득 우리네 인생이 보였다.
나이 76세에 뇌에서 종양을 발견한 우리 아빠는
수정테이프의 어디쯤 와 계신 걸까?
옆 사람의 고장 난 수정테이프를 뜯어서
고쳐준 적도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참 뿌듯했었는데......
우리 아빠의 뇌도 수정테이프의 케이스처럼
내가 열 수만 있다면
착한 내 아빠를 괴롭히는 나쁜 종양을 꺼내어
고쳐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