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내 딸 가방 ELLIOTI 백팩
주인을 닮은 각자의 물건
오랜만에 인터넷으로 옷을 주문했다.
따뜻하고 포근해 보이는 니트를 주문해 놓고 택배가 오기만을 설레게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택배
포장을 뜯어서 옷을 입고는 가장 먼저 딸 앞에 섰다.
(딸은 가장 냉정하고 객관적인 심사위원)
"은성아! 이거 어때?"
"어. 산 거야? 그냥 엄마옷 같애."
'이거 칭찬이야 뭐야.' 기분이 참 거시기했다.
설레는 맘으로 처음 입고 출근하면서
새 옷인 게 티 날까 봐 은근 부끄러움 많은 나는 걱정을 했다.
웬걸 내 새 옷에 아무도 반응을 주지 않았다.
분명 새로 산 옷인 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
울 딸 말이 맞았네.
그냥 맨날 입던 내 옷, 똑같은 옷을
난 또 사고 말았네.
거실에 널브러진 딸의 가방
그날따라 나의 시선에 꽂힌 가방에서 딸이 보였다.
하고 싶은 것 잔뜩이고,
하고 싶은 말도 가득한 내 딸처럼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는 가방의 움직임이
내 눈엔 보였다.
각자의 물건들은 주인을 참 많이 닮았다.
처음부터 자기를 닮은 물건에 끌린 것인지
같이 하면서 점점 닮아간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