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겨울, 시댁에서 분가를 하면서
우리의 집을 꾸몄다.
비로소 진짜 우리 집, 나의 집 같았다.
전에 쓰던 가구들 중에서 가져온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새롭게 장만한 게 많았다.
거실에 놓을 장식장을 찾는데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결국 나의 결정은 철제 수납장이었다.
이케아 철제 수납장이 고유명사처럼 되어 있었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서
검색한 끝에 마켓비 철제 수납장으로 대체했다.
그나마 나로서는 파격적인 선택 '레드'컬러를 골랐다.
2개를 옆으로 이어붙였다.
남편이 서랍장 조립을 완성하고
매우 뿌듯해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남편은 만들고, 조립하고, 고치는 것을
매우 잘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 재능을 잘 살렸으면 좋을 텐데......
총 12개의 서랍장이 있어서
우리 집의 지저분한 물건들을 죄다 받아준다.
비상약들, 필기도구들, 수십 개의 건전지, 수십 장의 마스크,
이것저것 얽히고설킨 용도 모를 전선들......
겉으로는 태연하고 시크한 척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는 부글부글, 데굴데굴, 얽히고설켜서
폭발할 것만 같다.
그 더부룩함을 안고 참아주는 고마운 우리 집 서랍장.
긴 시간을 함께 한 가구들은
또 하나의 가족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족의 희로애락을 묵묵히 지켜보고
함께해 준
말 없는 또 하나의 가족.
차가운 철제 수납장에서
따뜻한 정이 흘러넘친다.
*우리 집에는 2개의 철제 수납장이 더 있다. 아들방엔 민트색, 딸방에는 핑크색이 있다. 각자의 방에서 수납 역할을 충실히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