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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남우 Sep 12. 2022

읽히려 쓰지 말고 쓰고 싶어서 쓸 것

아이들의 독후감을 읽으며 배운 글쓰기

나는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한 글을 쓰는 사람인지라

간혹 내용보다 복잡하게 뒤엉킨 문장들이 눈에 들어올 때가 많다. ​


이런 나에게 아이들은 

쓰기를 위한 쓰기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치장하지 않은 날것의 문장이 글을 포근하게 만든다.

뭉근한 여운은 그 더없는 순수함에서 나온다.





일본에 있는 감옥에 강제 수용된 윤동주는 
마음으로 시를 썼다.


    진우(가명) < 헤는 아이 윤동주>라는 그림책을 보고  줄거리의 마지막 문장이다. '마음으로 시를 썼다'라는 표현을 보고  아이가   맞나 싶어 책을 읽어보았다.


책은 윤동주 시인이 바닷물 주사를 맞으며 일제의 생체실험 피해자가 되어 생을 마감하였다는 문장으로 끝맺는다. 공허한 눈으로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다가갔을 윤동주를 떠올리며, 진우는 시를   없는 상황에서도 시인 윤동주는 마음으로 시를 읊조리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


1940 5 16, 꽃을 좋아하는 누나가 
어디론가 가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누나를 도와주는  알았으나 50 뒤에 다시 돌아온 누나가 많이 맞았다고 말하자 나는 속상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우가 <꽃할머니>라는 책을 읽고  독후감의 일부이다.  책은 일제강점기 위안부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그림책이다.


진우는 일기 형식으로 독후감을 썼다. 일기 형식의 독후감이라 하면 보통 '모월 모일 나는 <꽃할머니>라는 책을 읽었다.' 같이 쓰는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진우는 잠시 독자라는 위치에서 벗어나 작품 속으로 들어갔다. 꽃할머니의 남동생이 되어 50 전에 누나가 일본군에게 잡혀갔을 때를 회상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오고 많은 세월이 지난 후에서야 진실을 고백한 누나의 이야기를 듣고 속상한 마음을 적었다.


 독후의 감을   자신의 (), 느낌에 중점을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때문에 누구에게나 작품의 줄거리나 객관적인 정보만을 적는 독후감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글쓰기 훈련이 필요하다.


글이 구조적, 기능적, 경제적으로 더 낫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그다음에 살펴봐도 충분하다. 부수적인 것들을 지나치게 신경 쓴 나머지 자신의 감상에 소홀해진다면 결국엔 겉만 화려한 글이 되어버린다.


내가 속상함을 느꼈으면 속상하다고 적는 것이 가장 먼저고, 속상하다는 말이 슬픔을 드러내는 단어 중에서도 상투적이고 미약한 감정을 나타내는 것 같아 대체할 단어를 찾아보는 건 그다음 단계라는 것이다.





자기 감상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진우의 글을 보며 나도 '덜어내기'라는 것을 배운다. 문장도 단어도 너무 과한  글에는 덜어낼 것들이 매우 많다.


'읽히려 쓰지 말고 쓰고 싶어서  '

좋아하는 시집의 시인 소개에서  구절을 신조로 삼았다. 쓰고 싶어서 쓰는 사람이 되자. 나를 위한 글이 모두를 위한 글이라는 생각으로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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