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8일
전날 보았던 '웡카'의 감동이 채 가시기 전인 18일 새벽 4시.
우리는 라스베이거스에 가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의 하비 밀크 공항으로 향했다.
새벽 시간이라 공항은 정말 한산했다. 그래서인지 수속 및 짐 검사도 인천공항에서의 그것과 같이 아주 빠르게 마칠 수 있었다.
예약해 둔 택시를 놓칠세라 눈 뜨자마자 양치도 못 하고 나왔던지라, 한산한 공항에서 주섬주섬 세면도구를 꺼내어 양치도 하고 세수도 한 후 비로소 사람의 몰골로 환생하였다.
라스베이거스까지는 미국의 저가 항공사인 '사우스 웨스트 항공'을 이용했다. 외항사의 경우 특히 저가 항공사는 악명 높은 연착과 수하물 분실이 반드시 동반되는 법인데, '사우스 웨스트 항공'은 생각보다 후기가 좋아서 마음이 놓였다. 다만 탑승 전까지도 약간 아리송했던 점은 보딩타임이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티켓에 좌석 번호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도대체 뭘까? 왜 좌석 번호를 주지 않는 걸까? 비행기에 탑승한 후 승무원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나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저희 항공사는 전 좌석 자유석입니다."
세상에! 외항사는 자유석도 존재하는구나!
'나 홀로 집에' 뉴욕 편에서 케빈이 아빠(라고 착각한 사람)를 겨우 따라가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 어리둥절하는 케빈에게 승무원이 "빈자리에 앉으렴."이라고 말하는 대사가 늘 이해가 안 되었는데, 이번 비행을 통해 드디어 모든 실마리가 풀린 것이다.
앞쪽은 승객들로 꽉 차버린 바람에 뒤쪽에 앉았다.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출발과 동시에 불이 꺼졌고, 그렇잖아도 눈꺼풀이 무거웠던 나의 생체활동에도 잠시 불이 꺼졌다. 이윽고 기내 서비스로 승무원분들이 과자를 나눠주시는 통에 잠시 쪽잠을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우리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벗어나 네바다 주 상공을 날고 있었다.
잠도 깼겠다 바깥 풍경이나 보자 싶어서 창문을 살포시 열어 보니, 경이로운 풍경이 눈앞에 벌어져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풍경. 지금 다시 사진으로 보아도 놀라운 풍경이다. 상공에서 찍은 터라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네바다 주 사막 인근의 어딘가로 추정이 된다. 혼자 보기 아까워 이리저리 머리를 부딪히며 졸고 있는 친구를 깨웠다. 친구에게도 두 번 다시 보기 어려울 듯한 이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는, 이놈의 나라는 땅도 넓어서 정말 좋겠다며 한참을 한탄했던 것 같다.
라스베이거스에 랜딩한 후에는 바로 호텔로 향했다. 과연 환락의 도시답게도 초대형 호텔들이 많았다. 택시를 타고 가는 길에 입이 떡 벌어지는 호텔들을 몇 개를 봤는지 세지도 못했다. 그리고 나 역시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돈 좀 쓰자며(없는 살림 다 털었다.) 초대형 호텔 중 한 곳인 베네시안 호텔에 예약을 해 둔 상태였다.
베네시안 호텔은 입구부터 대단했다. 끝없는 층고에 입을 벌리고 구경했고,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로비까지의 거리에 턱이 빠질 뻔했다. 이렇게나 큰 호텔에 와본 적이 있었던가!
호텔에서 생긴 일에 대해서는 정말 정말 정말 할 말이 많은데
오늘은 배터리가 없어서 이만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