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연코 '올해의 책'이라 생각되는, 하지만 좀 늦은 리뷰 )
나는 감동을 잘 받는 편이다. 특히 책을 보고서는 더욱 그러한데, "퓨처셀프 (FUTURE SELF)"를 읽고선, "올해의 가장 강력한 자기 계발서"라고 썼는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일류의 조건"을 읽고서는 그런 표현은 연말에나 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본어 번역서도 항상 뭔가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일류의 조건"은 그런 염려를 불식시켜 줄 만큼 매끄럽고 의미 전달도 잘 되었다.
뇌과학자이자, 1000만 부를 자랑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사이토 다카시"가 제시하는 "일류의 조건"은 언뜻 듣기엔 생각보다 간단하다. 바로 "요약하는 힘, 추진하는 힘, 훔치는 힘"이다. 사람들이 흔히, "탁월성 (excellence)"하면 많이 언급되는 분야가 바로 예술과 스포츠인데, 관련된 사례로 스포츠의 많은 예시들이 나온다. 스포츠를 좋아하고, 스포츠 선수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는 나로서는 구체적으로 언급된 사례나 일화들이 너무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 3가지가 왜 중요한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요약하는 힘 - 요약력, 질문력 : "모국어 능력을 연마한다"
요약하는 힘은 "언어적 차원"이며, 아마 우리 일상과 회사 생활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 중의 하나일 것이다.
생존력, 상상력, 인품, 의사소통 능력, 화술/대화력 등 살면서 모든 생각과 언어 활동된 관련된 추상적인 영역이다. 이는 한 번에 습득되는 스킬이라기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독서, 글쓰기 등의 습관으로 꾸준히 연마되어야, 나중에 몸에 베인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특히, 대학생이 되어 리포트를 쓰거나, 직장인이 되어서 리포트, 기획안, 보고서 등을 쓸 때는 이 요약하는 힘이 정말 중요하다. 같은 사안이 이라도 어떤 "관점 (point of view)"를 가지고 요약을 하고, 스토리를 전개해 가느냐는 바로 이 요약의 힘이다.
"질문력" 또한 중요한데, 아직도 많은 학교에서는 "질문"하는 문화를 만들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라는 옛 속담은 생각보다 꽤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는 듯하다.) 특히, 서구 문화권과 동양 문화권의 많은 차이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 내가 그동안 만나온 수많은 외국인 동료들은 어떤 사사로운 질문도 얘기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용을 이해한 사람이 스마트(smart) 한 질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That's a good question!"이라는 답변으로 좀 더 심도 깊은 대화를 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질문이 스마트할 필요는 없다. 질문을 던지는 것,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의문을 품는 것,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할 용기 한 스푼이면 충분하다.
추진하는 힘 - 활동적 차원 "일상의 활동의 장을 넓히고, 에너지 넘치는 몸을 만든다."
나는 탁월한 몸에 탁월한 생각이 깃든다고 믿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도 다양한 운동을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이기는 것은 체력이란 것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특히, 스포츠와 선수기량의 탁월성은 관련이 높아, 다카시가 얘기하는 것도 곧, "스포츠로 두뇌를 단련하라"이다. 그에 따르면, 스포츠는 '숙달에 이르는 미니어처 모델'을 찾기에 최적인 분야이다. 스포츠에는 명확한 규칙이 있고, 현실보다 조건이 훨씬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의 다양한 규칙을 생각해 보시라.)
뛰어난 퍼포먼스를 발휘하려면 자신만의 확실한 기술이 필요하며, 그 기술에 숙달하기 위해서는 시합과는 별개로 연습을 진행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체험과 연습을 통해 자신이 목표로 하는 기술의 '가치'나 '훈련법'을 자각하는 과정은, 실전 경험보다 각자의 인생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숙달의 보편적인 원리'를 깨치기 위한 방법으로 스포츠를 선택한다면, 그 종목은 선천적인 운동 능력이나 감각이 경기력을 좌우하는 종목보다는 후천적으로 갈고닦은 종목이 좋다.
훔치는 힘 (기술이나 방법) - 신체적 차원 : "숙달의 원동력은 동경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고 하는 것처럼, 다카시가 강조하는 일류의 조건 중에 "훔치는 힘"이 있다니 실로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일류 선수들은 "동경을 동경하는 마음"에서 시작하며, 이 동경하는 마음이 일정 시간을 거치게 (우리가 1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하는!) 되면, 자기만의 스타일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 스타일이 생길 때 다른 사람들이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감이 생긴다.
현재 프리미그리어 최고 선수 중의 하나인, 파리 셍제르망의 '음바페' 선수도 "호나우도"를 동경하며 선수의 꿈을 키웠다고 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선수들이 '박지성, 박세리, 김연아 키즈'라고 불리는 것을 감안할 때, 누군가를 동경하며, 스타일을 따라 하다, 마침내 자신만의 스타일의 만들게 되는 "훔치는 힘"은 생각보다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
꼭 훔쳐야 할, '무라카미 하루키 스타일' 만들기
사실, 이 챕터 때문에라도 책을 읽은 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매우 좋아해서, 그의 책을 대부분 다 읽고 소장한 편인데, 우리가 잘 아는 다재다능한 하루키의 모습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번역가, 재즈바 사장, 울트라 마라토너, 고양이 집사 등등) 중에서도, 특히 달리기가 그의 스타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하루키의 목소리로 듣는 챕터는 매우 흥미롭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잡지 <부르터스 (BRUTUS)>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현재 나의 문체는 달리기를 하면서 완성한 것 같습니다." <양을 둘러싼 모험>의 집필이 거의 끝나갈 즈음부터 하루키는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는 헤비스모커였고 (하루에 담배를 60개비씩 피웠다고!),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습관화하게 된 동기는 체력저하였다. "소설을 쓰는 정신적이고, 지적인 활동이고 장기간 지속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장편 소설'이라는 일의 스타일입니다."
"나는 소수의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젊은 시절의 힘이나 능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개월 반이면 2개월 반, 죽기 살기로 꾸준히 열심히 하다 보면 자동으로 2주간의 코어 기간이 찾아옵니다. 자동으로 몰입 상태에 빠지는 시스템을 내 몸속에 만든 겁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려면 신체적 힘도 길러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달리기가 그리 힘들거나 고통스럽지 않아요. 그도 그럴 것이, 달리기는 내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조건이었으니까요."
"앞서 말한 2주의 코어기간, 즉 몰입의 상태로 '들어간다'는 의미는, 이제는 더 이상 깊은 굴속을 오르락내리락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접어들었다는 뜻이에요. 일일이 바닥까지 내려가서 정보를 수집해 오지 않아도 내 몸이 순간 이동해버리는 것이죠. 일종의 부유 상태라고 할까요. 가려고 생각만 하면 어느새 '쓰윽'하고 그곳에 가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초인적인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바지런히 우물 속을 드나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전제조건이에요."
나는 어쩌면 그래서 달리기를 좋아하나 보다. 하루키 스타일을 동경하고 훔치고 싶어서. 하루를 치열하게 살고, 달리고, 걷고, 운동하는 순간들은 열심히 산 하루에 대한 감사한 마감이자, 다음 날을 위한 파이팅의 순간이기도 하다. 뛰어난 책이 그렇듯, 써머리로 다 담을 수 없는 행간의 울림들, 깊은 인사이트는 꼭 책 냄새와 함께, 책장을 넘기면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류의 조건"은 반드시 그래야 하는 책이고, "사이토 다카시"란 인생의 멘토를 만나서 너무 반갑고 기쁘다.
그가 알려준 인생의 지혜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요약하고 (질문하고), 추진하고, 훔쳐라.
그래서, 자신만의 필살기를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