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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생 Oct 07. 2023

5.  도시락 세대 VS  급식 세대

얘들아, 나때는 말이야~ 점심 시간에 밥을 같이 먹는 밥동무가 있었어. 적게는 두명씩 많게는 다섯씩 모여 밥을 먹었어. 다른 반이어도 친한 친구가 우리반에 있으면 옆반에서 밥동무를 찾아 오기도 했어. 모인 아이들이 각자 싸온 반찬들을 꺼내 놓으면 대여섯가지가 넘는 반찬이 모이게 되고 우리는 서로의 어머니 솜씨를 맛보며 즐거운 점심 시간을 보냈어.


이때 밥을 천천히 먹는 아이들은 늘 반찬이 모자라기 일쑤였지. 그 아이들이 서너 숟갈 밥을 먹을때면 다른 아이들은 이미 밥을 다 먹은 후니 반찬도 거의 다 없어진 상태가 되거든. 그러면 그 아이들은 반찬 좀 달라며 다른 그룹으로 원정을 다녀야 했어. 또는 어머니 솜씨가 너무도 탁월해서 항상 근사한 반찬을 싸오는 아이의 경우엔 뚜껑을 열자마자 순신간에 사라져서 그 아이 역시 반찬을 구하러 돌아다니는 게 엄마 어릴적 점심시간 풍경이었어. 아주 드물게는 그런 것을 예상해서 다른 아이들 반찬까지 넉넉히 싸주는 어머니도 계셨지. 그 아이는 늘 큰 사각형 찬합에 밥과 반찬을 싸왔지. 흔하지는 않았지만 남의 자식까지 챙기는 너그러운 그 어머니의 마음씨 때문인지 그 아이도 심성이 참 착했던 것 같아.


늘 시간이 지나서야 그 의미들을 알게 되는 것들이 있는데, 그게 엄마의 수고로움인것 같아. 나때는 정말 엄마들의 엄마들이 고생이 참 많으셨지. 그때는 자식도 많이 낳던 시절이었는데 매일 아이들 도시락을 쌓야했으니까. 뿐만 아니라 고등학생때는 도시락을 2개씩이나 싸야 하는데,  매일 매일 성실하게 그 많은 도시락을 싼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는 안들어.


엄마는 고3때는 통학거리를 줄이기 위해 학교와 가까운 결혼한 언니집에서 다녔어. 그때 둘째 이모는 직장을 다니면서 막내 동생인 엄마의 도시락을 2개씩 싸주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눈물나게 고마운 일이더라. 한 참 시간이 흘러서 어느날 문득 그 생각이 나서, 그때 정말 고마웠다고 문자를 보낸 적이 있어. 보답치고는 너무 형편없지? 엄마보고 지금 너희 도시락을 매일 싸라고 한다면 차라리 학교를 그만 두는 것을 신중하게 고려하라고 말할지도 몰라. 농담이 너무 진지했네.

출처: 죽방카페

역시 도시락 반찬의 기본은 김치, 멸치, 오뎅 3종 볶음이지. 그리고 분홍소시지와 달걀 부침. 이것은 그 시절 도시락의 국룰이라고 할 수 있지. 엄마는 특히 저 분홍 소시지가 가끔 그리워져서 반찬으로 만들어 먹어보았는데 그때마다 실망을 하게 되더라. 내가 기억하는 그 맛이 아니어서 소시지 만드는 원료가 조금 바뀌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


엄마 세대나 그 윗세대 중에는 이 도시락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어떤 가게들은 영리하게도 이것을 상품화 하기도 했어. 그리고 저 도시락 상품은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하는 듯 인기가 있었지. 생각해보면 어른이 된 사람들이 정말 이 도시락이 정말 맛있었겠니? 다시 오질 않을 그 시절 친구들과의 즐거운 점심시간이 그리운거겠지. 그저 어린시절의 추억을 먹었던 거지. 그러니 너희들도 급식을 귀하게 잘 먹어두렴. 지금이 그리울 날이 올거니까.


너희들이 학교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급식이었어. 거리가 가깝냐, 친구들이 어디를 가냐보다 너희는 어떤 학교 급식이 맛있냐가 학교를 선택하는 중요한 조건이었으니까. 엄마를 닮아 먹는 걸 좋아하고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너희들이지. 마치 너희들은 급식이 학교 생활의 절반을 차지하는 애들 같더라.


다행히 초등, 중등까지 맛있는 급식이 제공되는 학교에 다니는 행운을 누렸고, 너희들은 학교 가는 가장 큰 의미를 '급식'에 두기도 했으니까. 엄마 아빠는 사실 집밥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고, 특히 아빠는 학교 급식보다 집밥의 만족도가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을 할때도 있었어. 그래도 좋은 급식을 제공해주는 학교에 늘 감사했지. 여하튼 너희가 편히 먹는 밥상에는 엄마의 수고로움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로움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한끼 한끼 감사히 먹자꾸나.


하루는 너희들이 학교에서 급식에 '베라'가 나왔다고 하는 날이 있었는데, 엄마는 그게 대체 뭐냐고 궁금해했지. 생전 처음들어보는 음식 이름이어서 정말 궁금해지더라. 너희들은 깔깔 웃으면서 그건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줄여 말한 거라고 알려주었지. 특히 너희들이 급식에 그 베라아이스크림이 나온 날에는 그렇게 신나할 수 없더라. 베라 아이스크림을 못 먹어본 것도 아닌데 말이야. 급식에 꽤 비싼 아이스크림이 후식으로 나와서 겠지. 급식이 매일 다른 반찬과 영양을 고루 갖춘 음식에 후식까지 나온다니. 엄마는 학교 다니면서 급식을 먹어본 적이 없으니 가끔 너희들이 그날 먹은 급식 얘기를 하면 참 부럽기도 했어.


그래도 얘들아~ 너희가 급식에 진심이란건 알지만 아무리 맛있는 게 나와도 너무 게걸스럽게 먹진 말자. 사람은 말이야 자고로 음식을 좀 품위있게 먹어야 하지 않겠니? 응? 도대체 급식이 어떻게 나오길래 너희들이 급식에 그토록 진심인 건지 궁금하긴 하다. 학교에 올라오는 급식 공지를 한번 살펴봐야 겠다.


아들~ 이게 진짜 너희 학교 급식인거니?

와우!! 대한민국 급식 만세다.  


  

아들이 다니는 중학교 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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