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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자리 양보, 거절하고 싶었던 적 있으신가요?

by 맥 에세이



어느 아침,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출근길이라 사람들이 많았고, 저도 많이 피곤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누군가 제 앞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죠.


조심스럽게 눈을 살짝 떠봤는데, 앞에 서 계신 분의 머리가 하얗게 보였습니다. 저는 순간 ‘어르신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깐 고민했지만,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여기 앉으세요.”하고 밝게 말씀드렸죠.


그런데 그분이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절 보시더니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머리 염색한 거예요. 아직 마흔인데요...”


그 순간 저는 진심으로 민망해서 다시 앉지도 못하고, 그냥 조용히 문 옆에 가서 섰습니다. 창밖만 보면서, 마음속으로는 혼자 웃고 있었습니다. 여러분, 이처럼 양보는 우리 일상 속에서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퇴근길, 너무 피곤하지만 어르신이 옆에 서 계신 걸 보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됩니다. 운전 중 교차로에서 상대 차량을 먼저 보내주거나,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자를 위해 차를 멈추는 일도 있습니다. 혼자 넓은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단체 손님이 들어오는 걸 보고 자리를 비켜주는 순간도 있습니다. 이런 양보들은 때론 자연스럽게 나오기도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오래된 원룸에서 몇 년 동안 생활하며, 조금씩 돈을 모아 드디어 ‘오피스텔 이사’라는 꿈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좁고 답답한 공간에서 벗어나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집에서 살아보고 싶었던 그의 작은 소망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오랫동안 연락을 주고받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야… 나 진짜 미안한데, 급하게 돈이 좀 필요해. 다른 데는 다 거절당했고,
너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


친구의 말을 들은 청년은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붙잡은 채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모아온 돈, 그리고 기대하며 계획했던 이사를 잠시 내려놓고 친구를 도와야 할지, 아니면 이번만큼은 자신의 삶을 먼저 챙겨야 할지. 그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마음 한쪽이 무거울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양보는 항상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기꺼이 내어주는 순간도 있지만, 때로는 많은 고민과 망설임 끝에 서 있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가볍게 지나가는 배려도 있지만, 삶의 중요한 결정 앞에서는 양보라는 말이 훨씬 더 무겁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양보는 쉽기도 하지만 어렵기도 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더 깊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나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양보는 이처럼 때로는 기분 좋은 배려로 남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진짜 어려운 선택이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건 있습니다.

“내가 건넨 양보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남아,
또 다른 다뜻함으로 이어집니다.”


지하철에서 누군가에게 자리를 양보 받은 사람은, 그 순간의 따뜻함을 기억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 것입니다. 교차로에서 먼저 보내준 차량의 운전자는 다음에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길을 내어줄 것입니다.내가 했던 작은 양보는, 어떤 방식으로든 누군가의 마음에 남아 또 다른 따뜻함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죠. 여러분, 양보는 단순히 남을 위한 행동이 아닙니다.


“결국 나를 위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양보는 내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깊게 만들며, 때론 나에게 더 큰 지혜와 여유를 선물해 줍니다. 세상은 거창한 변화로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사소한 양보와 배려가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 앞에 서게 됩니다. 그중엔 양보가 필요한 순간도 있겠죠.어쩌면 그 선택이 당장은 손해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따뜻한 방식으로 나에게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양보를 선택하는 그 순간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 선택이 여러분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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