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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Apr 10. 2024

치유의 글쓰기와 식물

 오늘은 선거가 있었다. 선거 결과에 의해 누군가는 기쁜 날이 되고 누군가는 슬픈 날이 된다.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슬픔이 팽팽하게 공존할 것이다. 같은 하늘 아래 어느 한편에서는 세상에 태어났음을 기뻐하며 탄생을 축하하고 어느 한편에서는 세상을 떠났음을 슬퍼하며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고 참으로 놀랍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나 사건에 의해 인간의 삶의 방식이 이루어지고 상황이나 사건에 의해 자신의 정서와 사고방식까지도 규정되어지는 인간도 하나의 상황일 뿐이다.  

 상실감과 우울감이 세 달째 이어지고 있다. 자발적 의지와 상관없이 나는 좋아하는 장소를 상실했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잃었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고 싶었던 공부와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난파된 배처럼 산산이 부서졌다.

 이렇게 힘들 때는 오래 전의 나는 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이미 순수한 믿음을 상실하였기에 기도를 드리고 싶었으나 기도를 어떻게 드려야 할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힘들다고 답답하다고 조심스럽게 마음을 터놓았다. 극 T이자 낙천적? 인 성격의 남편은 친절하게도 원인을 따지고 분석했다. 차라리 대안을 제시해 주거나 공감을 해주면 좋았을 텐데...  나는 그저 위로가 필요했고 정서적 공감을 받고 싶었을 뿐이다. 


 선거일이라 모처럼 공휴일을 맞은 친구가 낮에 공차에서 달달한 쵸코렛 코코넛 밀크티를 사줬다. 달달함과 상실감을 휘휘 저어 후루룩 마셨다. 큰 빨대 위로 코코넛 알맹이들이 올라왔다.

 돌아오는 길에 스스로 위안받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꽃식물을 샀다.  


이름은 바이올렛색깔과 어울리는 이름이다.

며칠 전 싹둑싹둑 시든 부위를 잘라주었지만 마침내 비명한 '오스카 카네이션'이 자리를 내주었다. 

그 자리를 바이올렛이 대신하였다.


바이올렛 옆자리는 장미를 닮은 빨간 베고니아와 노란 베고니아가 차지하였다.



예쁘다!

예쁜 식물들을 보니 눈이 즐거워지고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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