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다쟁이소소 Feb 08. 2023

엄마는 아무래도 녹두전 장인 같아.

녹두전 봄동겉절이 미역무침

한동안 부모님 집에 가면 항상 녹두전이 있었다.

명절엔 물론이고 그냥 갈 때도 엄마는 녹두전을 만들어 주셨는데 이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녹두를 하루전날 물에 불리고 잘 불려진 녹두를 믹서에 잘 갈아서 거기에 고사리 숙주 김치를 넣고 엄마의 반죽 농도를 만들어서 기름에 구워주면 되는 것이지.

프라이팬 사이즈에 맞게 한 장씩 크게 구우면 좀 덜 수고로울 텐데 엄마는 저렇게 작은 사이즈로

여러 장을 구워서 큰 쟁반에 수북하게 만들어 놓으신다.

녹두전 부치는 날은 아침부터 엄마가 얼마나 바빴을까 생각하면

'엄마 고마워요~ 너무 맛있어요 잘 먹을게요.' 이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물론 맛이야 두말하면 입이 아프고

그래도 맛있다고 맛있다고 해야지.

노릇하게 잘 구워진 녹두전

아침부터 바쁘게 구워놓은 녹두전은 내가 집에 갔을 땐 적당히 먹기 좋은 온도로 식어서

술술 너무 잘 넘어간다. 나는 간식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자꾸 집어 먹는데

눈에 안 보여야 안 먹을 텐데 식탁 위에 놓여있으니 자꾸 손이 간다.

돼지고기도 안 들어가고 순수 야채만 넣고 했는데 왜 나는 광장시장 녹두전보다 맛있는지.

아무래도 느끼함이 좀 덜해서 그런지 계속계속 먹게 된다.

더 웃긴 건 이건 물리지도 않는다는 거.


겨울엔 뭐니 뭐니 해도 봄동을 먹어줘야지.

이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봄동. 집에서 한번 사서 먹어본 적이 있는데

딱히 적절한 양념이 구비되어 있지 않다 보니깐

감칠맛이 떨어져서 한번 해 먹고는 안 먹게 된다. 근데 딱  시기에 맞춰서 가면

엄마의 손맛이 들어간 봄동무침을 먹을 수 있지.

집에 가면 봄동으로 국도 먹고 무침도 먹고. 나는 봄동무침이 그렇게 맛있더라.

아삭아삭한데 식초 양념이 들어가서 어찌나 입맛이 확 도는지.

글 쓰고 있는 지금도 입맛 다시고 있네. 나.

갓 무쳤을 때 먹으면 그 아삭함에 반하고 하루 냉장고 들어갔다가 숨이 죽어도

양념에 절여진 그 맛 때문에 계속 집어 먹게 된다.

하~~ 지금이 딱 그 봄동 먹을 철인데  못 먹어서 아쉽네.


예전엔 확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던 미역무침

생각해 보면 이것도 딱 요 시기에만 먹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때는 먹고 싶어도 안 나와서 못 먹는 미역.

아빠가 새벽시장에서 사 오는 미역은 싱싱한 건 뭐 말할 것도 없고

그 미역에 엄마의 양념이 잘 어우러져서 이게 또 별미란말이지.

미역 데쳐서 초장 찍어 먹는 것도 참 좋아하는데

생미역을 소금기 빠지게 씻어서 조선간장에 고춧가루 넣고 양념해서 무치면 내입에 바다향이 한가득.

생각해 보면 다른 계절에 먹는다고 하면 이런 느낌이 안 날 것 같다.

미역무침은 딱 이 추운 겨울에 먹어야 남다른 시원함 아니 차가움이 맞는 표현일 것 같다.

미역에서 풍기는 바다내음이 아주 잘 느껴지는 것 같다.

미역무침이랑 데친미역

오늘따라 참 생각나는 음식이다. 집에 다녀온지 얼마 안됬는데 또 가야하나 싶네.

집에가면 암것도 못하게 하는 엄마라

힘들게 음식해준거 내가 너무 순삭해버려서

"엄마~ 수고로움에 비해 너무 빨리 먹으니 좀 그렇네" 라고 말하면

"엄마는 잘 먹어주고 다 먹어주면 좋지. 안먹으면 속상할것같아."

엄마 안 먹을 걱정은 안해도 될것같고 나는 엄마가 이거 한다고 힘들까 걱정이야 병원비 더나와라고

틱틱거리면서 말했는데 왜 더 부드럽고 다정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후회가 된다.

"엄마 너무 맛있네 근데 이거 자꾸 먹고 싶다고 해도될까. 내가 같이 좀 도와줄테니 나랑 같이해~~"

이전 08화 홈메이드 수정과, 식혜를 만드는 엄마손은 금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