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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소소 Feb 11. 2023

아빠의 콩

콩요리의 향연, 콩국수,콩비지전

아빠는 퇴직을 하시고 농사일을 시작하셨다.

회사생활만 40년을 하신 아빠의 농사 제법 수확물이 쏠쏠했다.

아빠는 농사일에 완전히 몰입하셨고 진짜 정성이 가득 들어간 작물들이 때마다 나왔다.


엄마가 해주는 밥에는 항상 콩이 들어간다.

강낭콩 검정콩 완두콩 들어본 적도 없는 콩들..

아빠가 농사를 시작하시고는 더더욱 떨어진 적 없이 먹어본 것 같다.


어느 해 여름에 엄마로부터 걸려온 전화

"엄마가 콩국수를 했어! 검정콩 불려서 갈아서 콩국수를 했더니 아빠도 너무 맛있다고 잘 드신다.

너 오면 해줄게."

나는 언제나 그러하듯이 퉁명스럽게 틱틱거리면서

"알겠어!"

항상 입 밖으로 내놓고 후회한다. 왜 좀 더 다정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하고..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는 또 망각하고는 반복한다.

인간은 진짜 망각의 동물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내려갔고 엄마는 얘기했던 콩국수를 해줬다.

아무래도 언제 해야 하나 계속 시기를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얘가 서울 가기 전에 꼭 먹여서 보내야 하는데 라는 엄마의 마음이 보였다.

엄마와 아빠의 콜라보 검정콩국수

아빠가 수확하고 엄마가 콩을 불려 갈아서  만들어 준 메밀면 검정콩국수다.

맛이야 어디 식당에서도 맛볼수 없는 건강한 맛 그자체 ㅎㅎ

엄마 근데 이건 팔면 돈은 못벌것같아


어느날은 내려갔더니 저녁식탁에 알수없는 전이 올라와있다.

엄마는 내가 집에 가면 내 최애 녹두전을 부쳐놨었기에

당연히 그건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색이 탁하다.

"엄마, 이거 뭐야? "

"맞춰봐.. 뭐 들어 간거같아?"

엄마랑 아빠가 나만 쳐다본다. 왠지 꼭 맞춰야 할것같고

갑자기 밥먹다말고 퀴즈타임?

"음.. 녹두인가? 어? 아니 비지...?"

"어, 콩 갈아서 얼려뒀던거 그걸로 한번 해봤어.하하. 엄마도 한번 실험해 본거야.. 어떨지 몰라서."

김치가 들어가서 김치전 같으면서도 식감은 밀가루가 아니니 녹두전 같기도하고

암튼 특이했지만.. 맛있게 잘먹었다.

요즘 이것저것 뚝딱뚝딱 자꾸 뭘 시도하는데..

엄마 나는 엄마가 그렇게 하는거 좋다.



항상 강조하는 우리밀 국산메밀 국산콩 엄마는 수입산 아닌 국산에 엄청 고집을 한다.

식구가 없으니 이왕 먹는 거 가격차이 얼마 안 나니깐 좋은 거 먹어야 한다고.

그래서 그런지 더 맛있는 거 같기도 하고

너무 당연스럽게 먹는 이러한 음식들이 또 언제까지 먹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한 것보다 감사하게 먹어야 하는데 이렇게 음식 내어주는 엄마의 노고를 이제는

알아야지..

맛있다고 너무 맛있다고 칭찬을 더 많이 해줘야지 엄마한테

해준 음식을 식구들이 맛있게 먹는 게 제일 행복하다고 얘기하는 엄마 우리 엄마.

명절에 집에 가는데 엄마 힘드니깐 걍 음식 안해도 된다고 말은하지만

그럼서도 은근 기대하는 나란 철딱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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