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무래도 녹두전 장인 같아.
녹두전 봄동겉절이 미역무침
한동안 부모님 집에 가면 항상 녹두전이 있었다.
명절엔 물론이고 그냥 갈 때도 엄마는 녹두전을 만들어 주셨는데 이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녹두를 하루전날 물에 불리고 잘 불려진 녹두를 믹서에 잘 갈아서 거기에 고사리 숙주 김치를 넣고 엄마의 반죽 농도를 만들어서 기름에 구워주면 되는 것이지.
프라이팬 사이즈에 맞게 한 장씩 크게 구우면 좀 덜 수고로울 텐데 엄마는 저렇게 작은 사이즈로
여러 장을 구워서 큰 쟁반에 수북하게 만들어 놓으신다.
녹두전 부치는 날은 아침부터 엄마가 얼마나 바빴을까 생각하면
'엄마 고마워요~ 너무 맛있어요 잘 먹을게요.' 이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물론 맛이야 두말하면 입이 아프고
그래도 맛있다고 맛있다고 해야지.
노릇하게 잘 구워진 녹두전 아침부터 바쁘게 구워놓은 녹두전은 내가 집에 갔을 땐 적당히 먹기 좋은 온도로 식어서
술술 너무 잘 넘어간다. 나는 간식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자꾸 집어 먹는데
눈에 안 보여야 안 먹을 텐데 식탁 위에 놓여있으니 자꾸 손이 간다.
돼지고기도 안 들어가고 순수 야채만 넣고 했는데 왜 나는 광장시장 녹두전보다 맛있는지.
아무래도 느끼함이 좀 덜해서 그런지 계속계속 먹게 된다.
더 웃긴 건 이건 물리지도 않는다는 거.
겨울엔 뭐니 뭐니 해도 봄동을 먹어줘야지.
이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봄동. 집에서 한번 사서 먹어본 적이 있는데
딱히 적절한 양념이 구비되어 있지 않다 보니깐
감칠맛이 떨어져서 한번 해 먹고는 안 먹게 된다. 근데 딱 시기에 맞춰서 가면
엄마의 손맛이 들어간 봄동무침을 먹을 수 있지.
집에 가면 봄동으로 국도 먹고 무침도 먹고. 나는 봄동무침이 그렇게 맛있더라.
아삭아삭한데 식초 양념이 들어가서 어찌나 입맛이 확 도는지.
글 쓰고 있는 지금도 입맛 다시고 있네. 나.
갓 무쳤을 때 먹으면 그 아삭함에 반하고 하루 냉장고 들어갔다가 숨이 죽어도
양념에 절여진 그 맛 때문에 계속 집어 먹게 된다.
하~~ 지금이 딱 그 봄동 먹을 철인데 못 먹어서 아쉽네.
예전엔 확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던 미역무침
생각해 보면 이것도 딱 요 시기에만 먹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때는 먹고 싶어도 안 나와서 못 먹는 미역.
아빠가 새벽시장에서 사 오는 미역은 싱싱한 건 뭐 말할 것도 없고
그 미역에 엄마의 양념이 잘 어우러져서 이게 또 별미란말이지.
미역 데쳐서 초장 찍어 먹는 것도 참 좋아하는데
생미역을 소금기 빠지게 씻어서 조선간장에 고춧가루 넣고 양념해서 무치면 내입에 바다향이 한가득.
생각해 보면 다른 계절에 먹는다고 하면 이런 느낌이 안 날 것 같다.
미역무침은 딱 이 추운 겨울에 먹어야 남다른 시원함 아니 차가움이 맞는 표현일 것 같다.
미역에서 풍기는 바다내음이 아주 잘 느껴지는 것 같다.
오늘따라 참 생각나는 음식이다. 집에 다녀온지 얼마 안됬는데 또 가야하나 싶네.
집에가면 암것도 못하게 하는 엄마라
힘들게 음식해준거 내가 너무 순삭해버려서
"엄마~ 수고로움에 비해 너무 빨리 먹으니 좀 그렇네" 라고 말하면
"엄마는 잘 먹어주고 다 먹어주면 좋지. 안먹으면 속상할것같아."
엄마 안 먹을 걱정은 안해도 될것같고 나는 엄마가 이거 한다고 힘들까 걱정이야 병원비 더나와라고
틱틱거리면서 말했는데 왜 더 부드럽고 다정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후회가 된다.
"엄마 너무 맛있네 근데 이거 자꾸 먹고 싶다고 해도될까. 내가 같이 좀 도와줄테니 나랑 같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