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는 채식을 한다..
솔직히 지금 시대에서나 채식이고 비건이고 뭐 그렇지
엄마가 자라온 시절에는 그런 게 없었을 것 같다.
내가 자라던 그 시절에도 채식, 비건 이런 말이 없었고
그때만 해도 나는 엄마가 고기를 아예 입에도 안대는 사람인 줄 몰랐다.
커서 보니 그제야 우리 엄마는 채식이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고기를 안 먹일 순 없었는데
그 예전엔 몰랐다.
복날엔 치킨을 시켜주고, 육개장을 끓일 때 엄마는 간을 안 본다는 걸
나는 삼겹살을 스무 살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처음 맛을 보았고
중학교 때 팔이 부러져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작은엄마가 사골국을 만들어 준 적이 있었다.
난 사골국 안 먹는다고 지금도 그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작은집 식구들이 이걸 왜 안 먹지?라는 표정과
나는 이 허여멀건 건 뭐지? 우유 같은 이건 뭐야?
지금의 나는 삼겹살도 잘 먹고 사골국 즐기진 않아도 곰탕 설렁탕 먹는 얘로 잘 자랐다.
엄마가 먹는 동물성음식은 그저 계란이랑 생선
아침에 먹는 계란 프라이 2알.
나는 엄마한테
"엄마. 이제 엄마 나이에는 동물성 단백질 먹어야 해. 두부, 콩 이런 거 말고
고기를 좀 먹고 그래야 한다고."
그러면 엄마는
"단백질 두부랑 콩 먹고 있어. 괜찮아.. 그리고 나 계란 먹잖아..."
가끔은 이 말이 너무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말 좀 듣지..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지...
이제는 집에 엄마랑 아빠 두 분 이서만 생활을 하는데 자꾸 신경이 쓰여서
엄마는 고기 안 먹지만 아빠는 어떡하냐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엄마가 그게 은근 신경이 쓰였는지
집에 내려가면 엄마가 지나가는 소리로 얘기를 한다.
아빠는 가끔 소고기 안심 사다가 요리해 준다고 아빠 맛있다고 드신다고.
참 이것도 잘 맞는 건지... 아빠는 또 고기를 자주 못 먹는다고 불평은 없다.
언젠가 아빠가 그런 말을 했다.
"고기는 자주 안 먹어도 된다. 일주일 한번 정도 먹으면 되지.. 요즘 사람들이 너무 자주 먹어.!"
고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들고 일어 날일...
어느 날 엄마집에 갔다가 불고기를 먹었다.
그냥 집에 가기 전에 뭐 먹고 싶은 거 없냐고 엄마가 항상 물어보신다.
엄마도 몸이 힘드니 미리미리 준비를 해놓는다고..
그래서 나 불고기가 먹고 싶다.. 얘기를 했다.
솔직히 불고기 잘 먹기 쉽지 않고 엄마가 만들어 주는 그 양념이 나는 참 맛있다.
고기도 안 먹는 엄마는 어쩜 이렇게 내 입맛에 딱 맞게 양념을 해주는지..
아빠도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씹는 게 불편해서 질기거나 단단한 음식은 먹기 불편해하신다.
내가 집에 가는 그때는 세 식구가 먹는 양이 얼마 되지 않아서
엄마는 또 한 입도 안 먹으니깐.
엄마는 설탕대신 예전에 과일을 갈아서 연육 작용 겸 단맛을 냈는데 이제는 각종 효소로 맛을 낸다.
그리고 양파와 당근 대파만 넣어서 구워준다.
마지막에 당면 사리는 꼭 넣어서 먹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당면사리까지 다 건져서 먹고 나면
불고기 양념에 밥을 볶는다. 그러면 아빠와 나는 맛있게 먹는다.
엄마는 맛있게 잘 먹으면 또 좋아하신다.
불고기는 평상시 잘 먹기 쉽지 않은 음식이라서 한 번씩 생각이 난다.
냉동제품으로 살 수도 있고 마트에서 먹을 만큼 살 수도 있지만
엄마의 맛이 안 나서 잘 사지 않게 된다.
레시피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엄마한테 알려달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왠지 그러기 싫다. 엄마가 해주는 거 계속 먹고 싶으니까..
늙은 딸은 언제까지 엄마의 불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