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는 즉석 주문 가능
그날 냉장고의 야채들로 만들어지는 잡채
엄마가 해준 게 맛이 없는 게 뭐가 있겠냐만은
그중에도 잡채 꼽을 수 있다.
울 엄마는 음식에는 고기는 없다. 고로 잡채에도 고기는 안 들어간다는 의미
고기가 안 들어가도 충분히 너무 맛있는 잡채다.
부모님 집을 떠나 살면서 초반에 그렇게 잡채가 젤 생각이 많이 났다.
그래서 그때는 집에 올 때마다 그렇게 잡채를 꼭 먹었다.
접시에 밥과 잡채 올려서 중국집 잡채밥 스타일로
그땐 그게 왜 이렇게 맛이 있었던지.
한참을 그렇게 먹고는 그 뒤로 잡채 생각이 한 번을 안나더라.
솔직히 잡채가 번거로운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힘들 것 같아서 손 많이 가는 음식은 되도록이면 먹고 싶다는 요청을 안 하는 편이다.
근데 최근에 신기하게도 잡채가 생각나더라고
잡채야 솔직히 반찬가게 가서도 살 수 있는 음식인데
이상하게 잡채는 또 갓 만들어진 게 제일 맛있다.
프라이팬에 데워서 먹으면 괜찮다고 하는데 해봤지만 그 맛이 아니었다.
엄마한테 잡채가 먹고 싶은데라고 슬쩍 흘리는 말로 얘기를 했다.
엄마 : 그래? 말하지 그랬어. 해주지 뭐.
나 : 엇? 이거 좀 번거롭지 않아? 엄마 귀찮으면 안 해도 돼. 나 안 먹어도 괜찮아.
그리고 그날 저녁에 잡채가 나왔다.
물론 고기는 없지만 그날 집에 있는 야채들로 만들어진 잡채인데
아주 훌륭하다. 그래 이맛이지.
특별하지 않은 재료로 금방 탄생한 잡채.
이렇게 보면 이건 내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영~~ 엄두가 안 난다.
엄마집에 내려 와 있어서 신나게 글쓰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가 쓰윽 오더니
내일 잡채 해줄까 물어보신다
두둥~~ 무슨일이지..
내일은 어떤 재료가 들어간 잡채가 나올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