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소박한 엄마밥상
조화롭지 않은 동태전에 백김치 그리고 황태국
어릴 때 기억을 굳이 곱씹어 보자면
아빠는 매일매일이 바빴고 늦게 퇴근을 하셨다.
직업상 휴가철 연휴가 제일 바쁘게 보내셨다.
지금이야 그때 그렇게 하셨으니 지금의 아빠가 있다고 감사하고 고마워한다
그 당시에 엄마는 나랑 동생이 매우 안쓰러웠었나 보다
지금도 가끔 얘기를 꺼내시곤 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 아빠는 일 때문에
한잔하고 퇴근하실때가 많았다.
아빠가 약주하고 오실 때는 좋기도 했다.
술 취한 아빠는 싫었지만 아침에 일어나 보면
과자나 아이스크림등 군것질거리가 한가득 쌓여있을 때 어린이한테는 최고였다.
서두가 길었지만 이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 자주 술 드시는 아빠 덕(?)으로 울 엄마는 해장 국 끓이는데
이골이 났다고 할까.
황태국, 김칫국, 김치콩나물국, 콩나물국 정말 여러 가지 골고루
참 많이도 먹었다.
그때는 황탯국이 참 별로였다
황태 퍼석거리는 그 식감이 별로였다. 가끔 뼈가 씹힌 적도 있고
엄마는 황탯국에 무랑 두부를 같이 넣어서 끓여주셨는데
나는 그러면 꼭 두부랑 무만 건져서 먹고 황태는 쏙 남겼다.
지금은 해장국으로 끓이는 황탯국이 아닌
한 끼 식사에 나오는 국이다.
이제는 이 황탯국이 나에게는 소울푸드 같은 느낌이랄까
어디 식당에 가서 먹어도 이맛이 안 난다.
참 신기하지..
동태 전은 정말 싫어도 너~~무 싫어했던 음식
그때는 이게 왜 이렇게 싫었는지 모르겠다.
반면에 동생은 너무 잘 먹고 좋아해서 신기할 정도였다.
우리집은 전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꼬치산이나 동그랑땡 동태전 녹두전 이렇게 있으면
난 동태전엔 손도 안 댔다. 맛이 없었다도 아니고 향이 비린 것도 아니었다.
그냥 손이 안갔다. 이런게 편식인가.
근데 어른이되고도 한참이 지나서 언제부터인가 이 동태전에 맛을 알게 됐다.
한 번은 이게 너무 먹고 싶어서 집에서 밀가루 계란 묻혀서 한번 구웠는데
와~ 이걸 어떻게 먹냐 세상에 완전 비리고 맛이 뭐 이래!
한점 먹고 다 버렸던 기억이 있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얘기했더니 레시피를 막 읊어 주는데 귀에 안 들어와.
그냥 엄마가 해준 그 맛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이후로 집에 가면 가끔 동태전을 해주시는데 진짜 너무너무 맛있다.
동생이 몰래몰래 집어 먹었던 이유를 그때 알았다.
엄마가 백김치를 담근 적이 있다. 백김치는 솔직히 잘 안 하시는데
어쩐 일로 백김치를 했다고
와.. 한점 집어 먹는데 이맛이었지 백김치가
톡 쏘면서 시원하고 깔끔한 이맛.
김치냉장고에서 갓 꺼냈더니 이건 어디 견줄 수가 없다.
빨간 김치처럼 간이 쎄지 않으니 계속 집어 먹게 된다. 김치국물은 뭐 말할 것도 없이
차갑고 시원하고 속이 뻥~ 뚫린다.
엄마집에 있는 내내 김치를 한 포기는 더 먹은 거 같다.
서울 올라갈 때 챙겨줘서 가져왔는데 그새 좀 익었는지 집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꺼내먹는데 그 맛이 아니야
왜 반찬은 가져오면 엄마 집에서 먹던 그 맛이 안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