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 소중함
신시아 오직_ 숄
좋아하는 공간에서 원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행운은, 지금은 부지런하거나 성실한 사람이든 상관없이 의지만 있다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행복이란 단어를 선택할 수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뭉클하고 감사하게 느껴지는 책을 만났다.
독서하고 글 쓰는 시간을 통해 성찰하는 시간의 소중함과 삶의 편안함을 느끼고 있을 때 이 책을 만났다.
신시아 오직_숄은 진부책방의 완독도서였고 처음엔 책방에 한 번 가고 싶은 마음과 책 표지에 새겨진 글귀가 마음에 들어 선택한 시간이었다.
10여 명의 사람들과 주최해 주시는 작가님과 함께 한 명씩 돌아가며 책을 읽었고
3시간가량 낭독시간을 가진 뒤
모임이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가고 싶은 모임을 선택하고,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취미를 누리는 소소한 고마움과
생존을 위해 마지막 힘을 내고, 가장 사랑하는 자식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는 주인공의 삶이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졌다.
마음으로 오는 울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모임이 급하게 끝이났다. . .
터벅터벅 집으로 오는 지하철과 버스, 다음 날 좋아하는 등산을 하며 내려와 즐기는 막걸리 한잔과 눈앞에 보이는 벚꽃의 분홍빛 풍경에 감사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았을 때, 마음이 무겁고 뭔가 알 수 없는 슬픔이 느껴졌다.
이 소설은 유대인학살의 시대상을 다루고 있으면서 그중 생존자인 로사의 삶에 집중하며 그 당시의 상황을 유추하게 해 주는 엽편소설이다.
사랑하는 자식에게 원하는 것을
해 줄 수 없고 언제든 발각돼 죽음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직 안식이 되어 준 마그다(딸)의 숄은 따뜻한 모성과 죽음으로부터 자그마한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하게 선택된 물건이다.
숄은 몸을 감싸주듯 꺼져가는 생명을 지켜주는 물건이면서 죽은 딸을 소생시켜 줄 수 있는 상상의 물건이다.
주인공인 로사는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과거의 고통을 기억하며 딸이 죽음을 당한 시간 속에서 여전히 살아간다.
같은 시간을 보낸 조카인 스텔라는 미국에 적응하며 자신의 삶을 다시 살아가기를 바라며 로사에게 조언을 하지만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는 알 수 없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것은 누구도 알 수 없는 마음의 영역이다.
숄을 보며 마그다를 만나는 로사, 사랑하는 아기를 만날 수 있는 시간과 언제든 날아와 눈앞에 나타나기를 원하는 로사의 마음이 문장 속에 곳곳에 드러난다.
좋은 추억만이 삶을 이루지는 않는다.
유대인 수용소에서 겪은 고통의 시간과 사랑하는 아기를 잃은 순간은 그녀에게는 삶에서 지워지지 않는 아픔이자 새겨진 기억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함께 살아가는 로사는 “그 이전은 꿈이에요, 그 이후는 농담이고, 오직 진행 중인 것만 있을 뿐이죠. 그리고 그걸 삶이라 부르는 건 거짓말이에요.”
라고 소설에서 말한다.
고통으로 얼룩진 시간에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있었고 그 자식을 떠올린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인 숄, 상상으로나마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그녀에게는 가장 힘든 순간이자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우리 또한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먼저 보낸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한 반려견인 강아지…
모든 대상을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지 않고 살아가듯
기억해야 할 대상일수록 자주 일상에 나타나 소중함을 각인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로사가 미친 여자로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더 깊게 각인되어야 할 사건이며 너무나도 소중한 이들을 함께 보내야 했던 이들의 마음이 투영된 것은 아닐까
지금도 비슷한 학살과 전쟁으로 희생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먼 나라 세상이야기로만 들리는 건,
현재 우리가 누리는 안락한 삶과 선택할 수 있는 행복에 길들여진 까닭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소설로나마 다시 한번 각인되는 시간을 갖고 주인공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독자가 하나둘 … 더 많이 생겨나기를 소망한다.
주어진 자유와 선택할 수 있는 많은 순간들을 살아가는 우리의 하루하루가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자식을 평생 그리워하며 고통 속에 살아가도록 한 시대가 준 선택일지도 모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