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가야만 좋은 여행이 아니다.

한적하고 아기자기한 공주 여행 이야기 1.

by 문영란


서울로 회사를 옮기고 경기도에 살면서 지하철과 버스로 3~4시간 왕복 출근을 하는 하루의 일상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만 보아도 도망치고 싶은 찰나의 순간을 경험한다.

‘사람 참 많다,많아’하며 되새김하는 말들과 오로지 폰에만 집중하는 사람들, 같은 공간에서 서로간의 관심없는 눈빛으로 하루하루가 채워진다.


3월, 4월이 지나고 4월 중순부터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밀려왔다. 어디를 가든 연휴에는 사람이 많고 관광지가 아니라 고요히 집중할 수 있는 작은 동네의 한적한 공간을 찾아 가고 싶었다.

많이 낯설지 않으면서, 한적하고, 이쁜 카페들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 그렇게 멀지도 않은 곳으로 공주를 선택했다.

갑자기 왠 공주?? 라고 한다면,

공주는 사실 얼마없는 내 지인들이 살고 있는 곳이고 이전에 세종에 살면서 한 번은 방문했었고, 특히 공주까지 사람들이 몰리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는 지인들을 총 동원하여 진짜 얼마 안되지만.. 여행을 즐기기로 결정했다.ㅋㅋ


공주에서 갈 수 있는 이쁜 카페와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곳, 한적하게 걸을 수 있는 거리, 좋아하는 책이 있는 독립서점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여행 일정을 꾸려 나갔다.

여행 일정을 채우면서 이것만으로 벌써 설레는 하루하루가 될 것 같아 내심 신나 올라간 입꼬리만으로 공주여행이 더 기대가 됐다.

몇 안되는 지인 중 한 분에게 차를 빌리고, 숙소를 예약하기 전 여행일정이 있다며 빈 집을 빌려주고, 처음 가보는 공주 공산성 안내를 해 줄 지인까지 그래도 나름 차례차례로 지인3명을 만나는 알찬 여행이 될 것 같았다.

렌트하고 숙소를 알아본다는 이야기를 하자마자 굳이 돈 쓰지 말라며 선뜻 내어주는 좋은 사람들을 위해 허락받지 않고 그들을 이 글에 등장시킨 줄 생각이다. 좋아할 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송역에 내려 기다리고 있는 지인의 차를 타고 가까운 전주콩나물 국밥 집에 먼저 들렀다. 차를 빌려주면서 기름도 남아 있는 센스를 보여주는 지인, 밥을 맛있는 걸로 사주고 싶은 데 국밥이면 된다며 가장 가까운 식당으로 향했다.

전주 콩나물 국밥에 계란을 넣고 시원한 국물을 먹으면서 역시 국물이지 하는 지인과 허기진 덕분에 국물까지 다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넌 참 좋은 사람이야’하는 말이 입밖으로 나온다.

전주 콩나물국밥으로 따뜻한 마음과 허기를 채우고 두 번째 지인찬스로 알게된 카페로 차를 몰고 간다. 오랜만의 운전이라 걱정도 되면서 설레는 혼자만의 시간과 좋아하는 음악으로 드라이브를 할 생각에 재밌겠다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나는 참 단순한 사람인가보다” 좋아하는 작은 행동으로 이렇게 기분이 좋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이상하게만치 고민이 없다. 이렇게 고민이 없은 적이 있었나 싶을만큼…

회사를 그만두게된 24년 12월 31일과 1월 한달의 방황, 개인 대표회사를 차리는 2월, 브런치작가가 된 2월 중순, 다시 들어가게 된 3월의 새로운 회사, 공주에 여행을 오는 5월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사이 작은 일에도 민감한 나 자신을 맞이하고, 도전하는 순간순간들로 다시 힘을 얻고,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모든 것들에 감사하는 지금 모습의 내가 되었다.


다시 일상의 피로함과 나태함으로 하루를 채우는 시간 동안, 나에게 주는 여행의 선물이 이렇게 좋은 글로 나오는 순간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

운전을 하며 길을 잘못 들어 어찌어찌 주차공간을 찾아서 들어갔지만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주차를 하고 찾고자 했던 카페 간판을 발견했다.

‘왜 이렇게 이쁘지’

거리가 주는 따스한 느낌과 아기자기한 풍경들, 집들마다 초록색 잎과 가지를 품고 있는 가게들, 그 사이로 흐르는 초록색을 품은 제민천의 배경음악과 같은 물소리가

‘걸작 하나 나오겠는데’ 속 말을 하게 할 만큼 웃음을 짓게 만든다.

찾아간 곳은 두 번째 지인이 소개해 준 엘로이즈라는 카페인데, 가게명을 밝혀도 될 지 모르겠지만, 여튼 돈을 받고 하는 PPL은 아니니 우선 적어 본다. 사실 이 지인은 잘 안다고 하기는 그렇고 등산을 좋아하다 보니 등산방에 있는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알게된 분으로 왠지 모르게 신뢰가 가고 읽는 책 취향과 성향이 비슷하다는 막연한 느낌으로 인해 추천해 주신 곳을 믿고 찾아왔다.

’역시 내 직감이 맞았나보다‘

창으로 보이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손 잡고 가는 연인들, 유모차를 끌고 가는 가족들과 아빠 손을 잡고 가는 아이들, 엄마와 단 둘이 작은 손으로 엄마 손을 움켜 쥐고 가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눈물겹게 이쁘게 보인다.

나이가 들었나보다하고 생각하다가도 일상이 주는 소중하고 한가로운 시간을 이제서야 마음 놓고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눈물겹게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밖이 잘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작은 소음이 주는 안정감을 느끼며, 언제나 먹는 좋아하는 카푸치노와 색다른 맛의 무화과 쿠키를 먹으며 글을 하나씩하나씩 적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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