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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뽀 Sep 17. 2024

뜨거운 여름 제주를 차갑게 보내는 재주(2)

스노클링, 하면 할수록 빠져든다.


다이소에서 스노클링 장비 살까? 물에 들어갈 만큼 더워지면 한 번 해보게!


제주 일년 살이를 시작한 지도 벌써 6개월이 흘렀다. 남편은 제주에서 보내게 될 사계절 중에서도 특히 '여름'을 가장 기대하며 기다리는 눈치였다.


나는 제주에 온 뒤로 남편 덕분에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 것들이 아주 많다. 주택에서 살아보기, 한라산 정상까지 두 번이나 오르기, 승마 배우기, 고사리 꺾기, 조개 캐기, 보말 따기, 텃밭 가꾸기, 서핑 배우기 등등!


이 모든 경험이 남편의 말 한 마디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남편이 새롭게 미끼로 던진 것은 '스노클링'이었다. 여태 스노클링을 해본 적 없던 나는 또 미끼를 덥썩 물어 버리고 말았다.


"응, 스노클링 해볼래! 올 여름에는 제주 바다에서 스노클링 제대로 해볼 테다~!"


혹시나 한 번 해보고 흥미를 잃을 것에 대비하여 다이소에서 아주 저렴한 스노클링 장비를 샀다. 그리고 6월의 어느 맑은 날, 곧 장마가 시작된다는 날씨 예보에 놀라 서둘러 스노클링을 해보기로 했다.


며칠 전에 미리 봐두었던 동네 스노클링 명소로 가보았다. 그러나 나는 대자연의 마법(?)에 걸린 상태라 아쉽게도 물에 들어갈 수가 없었고, 남편만 혼자 스노클링을 하게 되었다.


막상 스노클링을 하려니 조금 겁이 났던지라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바닷물은 너무 투명하고 맑아서 속이 훤히 들여다 보였고, 나는 발만 물에 담그고 있는데도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으, 아직 물이 좀 차갑네!"


바다로 천천히 들어가며 남편은 생각보다 훨씬 낮은 수온에 적응하려고 무지 애를 쓰고 있었다. 6월은 아직 입수할 만큼 물이 데워지지 않아 얼음장처럼 차가운 바다였다.


"괜찮겠어? 너무 추울 것 같은데..."


남편은 이를 꽉 깨물고 온몸을 바닷물에 담갔다. 내가 보기엔 오기를 부리는 것도 같았지만, 곧 남편은 수온에 적응했는지 유유히 바다 위로 나아갔다. 그 모습이 꼭 자유로운 한 마리의 고래처럼 보였다.


남편이 첨벙거리며 한참을 들여다 보던 그 바닷속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남편은 왜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 때마다 보물 상자라도 열어 본 아이처럼 놀라움으로 가득찬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걸까?


그 이유가 궁금해서라도 당장 바다로 뛰어들고만 싶어졌다. 기다려라, 바다야! 곧 내가 간다!


남편의 첫 스노클링, 그는 매우 행복한 한 마리의 고래였다...




첫 번째 스노클링 시도, 바닷물이 너무 차가워서 실패!


그로부터 일주일 뒤, 나에게도 스노클링을 해볼 기회가 생겼다. 6월 장마 중, 오전에 내리던 비가 그치고 갑자기 해가 나온 어느 오후였다. 남편이 갑자기 집 근처 다른 스노클링 명소에 가보자고 했다.


집에서부터 수영복을 입고 달려간 그 곳에는 이미 스노클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왠지 제대로 잘 찾아왔다는 생각에 뿌듯하기까지 했다.


준비 운동을 하고, 아쿠아 슈즈를 신은 채, 두 발을 물 속으로 천천히 내디뎌 보았다. 역사적인 나의 첫 '스노클링'을 위한 입수였다. 그런데 말입니다...


"악!!!!!!! 차가워!!!!!!!"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러댔다. 바닷물이 진짜 엄청시리 차가웠기 때문이었다. 남편의 도움으로 어찌저찌 하반신까지는 들어 갔으나 이빨이 딱-딱- 부딪칠 정도로 한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여보, 너무 추워ㅠㅠ 이 차가운 물 속에 어떻게 들어가..."


"스노클링 수경 끼고 얼굴만 담가 볼래?"


나는 남편 말대로 그 자리에 서서 얼굴만이라도 바닷물 속에 넣어 보려고 애를 썼다. 아주 잠깐 추위를 참고 들여다 본 바닷속은 그야말로 암흑 천지였다.


"여보! 이게 맞아? 하나도 안 보이는데? 완전 뿌옇고 시꺼매!"


"그러게 비 온 직후라 그런지 시야가 안 좋네..."


바닷속을 살짝만 들여다 봤을 뿐인데 나는 엄청난 두려움에 휩싸였다. 어두컴컴한 이 바닷속을 헤엄쳐 다닐 생각만 해도 아찔했고, 거세게 밀려드는 잿빛 파도도 내 불안감을 높이는 데 한몫 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바다를 탐험한다는 자체가 무섭게 느껴졌다. 바닷물의 깊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도 전혀 보이지 않아, 까딱 잘못하면 깊은 바다에 빠져 허우적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여보, 나는 오늘 스노클링 포기! 바다가 너무 무서워..."


그렇게 나는 바닷물의 차가움에 한 번 놀라고 바닷속 어둠에 두 번 놀라 뭍으로 도망치듯 나왔다. 나의 첫 번째 스노클링 시도는 처참히 실패하고야 말았다.


물은 너무 차가웠고, 바닷속은 암흑이고, 파도는 거침없이 밀려왔던 그 날!


남편은 포기하지 않고 그 바다에서 두 번째 스노클링을 시작했다. 나는 물 밖에서 지켜보고 있는 내내 마음을 조려야 했다. 남편이 파도에 떠밀려 가면 어쩌나, 깊은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면 어쩌나 하면서...


다행히 내가 상상한 무서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너무 시커먼 바닷속을 들여다 본 탓에 바다가 검은 괴물처럼 느껴졌고, 그 괴물이 남편을 한 입에 삼켜 버릴까봐 덜컥 겁이 났었던 것 같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편은 스노클링을 마치고 뭍으로 나오더니 태연하게 말했다.


"좀 더 들어 가니까 뭐가 보이기는 하더라! 근데 중간에 수경으로 물 들어와서 잠깐 서려고 하니까 발이 안 닿는 거야? 그래서 그냥 수영해서 가장자리로 최대한 나갔지! 너 들어갔으면 깊어서 위험했을 것 같아!"


흐엑! 여보도 위험할 뻔 했잖아! 나는 그 날 이후로 다시 스노클링에 도전할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려왔다. 아주 투명하고 얕고 안전한 바다가 아니면 절대 들어가고 싶지 않아졌다.


스노클링이든 물놀이든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지 않겠습니까! 바다는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한 곳이니까요! 그나저나 바다가 무서워진 나... 스노클링이란 걸 해볼 수는 있는 걸까?

  

스노클링하는 남편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노심초사...




두 번째 스노클링 시도, 흐릿한 바다로 조금씩 천천히!


달력이 7월로 바뀌었다. 6월 말부터 시작된 장마 영향 탓인지, 비는 며칠 간격으로 계속 내리고 있었다. 지난 번에 마주했던 시커먼 바다는 너무 무서웠기에, 해 뜨는 날만 기다려 봐도 날은 계속 흐렸다.


스노클링에 재미가 붙은 남편은 스노클링 할만한 날씨와 물때만 보는 중이었다. 도저히 못 참겠던 모양인지 남편은 비가 잠시 그친 어느 날, 스노클링을 하러 가자고 나를 꼬셨다.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하늘을 보니 바닷속도 잿빛일 것만 같아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따라가 보았다. 그래도 지난 번에 나를 겁먹게 한 물살 세고 수심이 깊은 포구 근처가 아닌, 돌 제방으로 둘러싸인 안전한 곳이었다.


남편이 먼저 물 속으로 들어가 살펴본 뒤에 수심이 얕은 곳을 알려 주었고, 그 근처만 천천히 돌기로 했다. 코까지 막는 수경을 끼고 호스를 입에 물고서 천천히 머리를 물 속으로 들이밀었다.


다행히 수온이 높아져서 춥다는 느낌이 안 들었고, 시야는 조금 탁했지만 가까운 곳을 보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잔잔하게 출렁이는 파도 속에서 입으로만 숨을 쉬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떨리는 마음으로, 입수 준비!


바닷물에 얼굴을 묻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아득하게 멀어지면서, 내가 '후-하' 입으로 내쉬는 숨소리만 아주 크게 들려왔다. 세상과 완벽히 단절같은 느낌이 이상하게 낯설었다.


돌 주변으로 옹기종기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는 게 보였다. 나도 모르게 호스를 문 입으로 '우와 귀여워~'라는 말을 반복하며 물고기를 따라 가보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바닷속은 무서웠다. 바닷속 세상을 보겠다는 의지는 금방 꺾였고, 대체 뭐가 나올지 몰라 바짝 긴장한 상태가 되었다. 바닷속은 흐렸고,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계속 공포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어두운 바닷속에 나홀로 갇힌 기분이 들기도 했고, 분명히 호스를 통해서 숨쉬고 있었지만 가슴이 답답해져서 자꾸만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남편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했다.


나는 스노클링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물 밖으로 나와 버렸다. 전혀 재미를 못 느낀 탓이었다. 숨쉬는 건 불편했고, 바닷속을 보고 있으면 불안했다. 나에게 아직 스노클링은 즐거운 행위가 아니었다.


갑자기 다이소에서 저렴하게 산 스노클링 장비 값마저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왠지 '스노클링'을 앞으로 안 하게 될 것만 같았기에! 흐엥... 언제쯤 남편처럼 스노클링이 재밌어지는 거야?


나의 첫 스노클링, 바닷속에 고개를 넣고 있으면... 불안이 엄습했다!




세 번째 스노클링, 아름다운 세화 앞바다에서 누린 행복!


아이들의 여름 방학이 코 앞으로 다가온 7월의 어느 날,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남편과 둘이서 오붓하게 지내왔던 평일의 여유가 한 달 동안은 사라질 것이 분명했으므로!


"오늘 세화 해변에 가볼까? 애들 방학 전에 우리 둘이 마지막으로 스노클링 해보는 거 어때?"


그렇게 급 찾아가게 된 세화 해변이었다. 그리고... '우와...' 세화 바다를 보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몰디브는 안 가봤지만 몰디브 해변에 가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단 번에 들었다.


비현실적인 에메랄드빛 바다 색깔 하며, 바다 못지 않게 아름다운 하늘과 구름, 심지어 바다 중간에 보이는 모래섬과 돌들마저도 예술이었다.


"와... 여기 너무 예쁜데? 이 좋은 데를 이제야 와 보다니ㅠㅠ 너무 설렌다 여보야!"


안녕 제주, 안녕 세화 앞바다...♡


오늘은 집에서부터 비니키 수영복을 안에 입고 원피스만 걸친 채로 출발했었다. 주차를 하자마자 마음이 급해진 나는 원피스를 벗어 던지고, 수영복 차림으로 씩씩하게 바다로 돌진했다!


한눈에 봐도 물 때깔이 고와서, 내가 꿈에도 바라던 그 스노클링이 가능할 것만 같은 곳이었다.


크으! 하늘, 바다, 구름, 돌이 어우러진 여름 세화 바다는 숨막히게 아름답다...♡


세화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남기고, 모든 소지품은 돌 위에 둔 채 바다로 입수했다. 바닷물은 적당히 차가웠고, 물은 깊은 곳도 있었지만, 바위 주변으로만 첨벙대며 헤엄쳐 다니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물 속은 아주 투명했고, 물 속의 수많은 바다 생물들을 보기에 더없이 좋았다. 날이 맑으니 바닷속도 훤히 잘 보여서 두려움 따위는 고이 접어둔 채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었다.


남편과 같이 한 마리의 고래가 된 듯 자유로이 떠다니며 바닷속 세상을 탐험했다. 물 밖으로 잠시 머리를 내밀고 쉴 때면 여기가 해외인가 싶을 정도로 이국적인 풍경에 넋을 잃기도 했다.


세화에서의 스노클링은 여태 경험했던 스노클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황홀했다. 어릴 때 보았던 '인어공주' 애니메이션 속 바다 풍경이 실사로 펼쳐졌고, 오늘만큼은 내가 인어공주가 된 기분이었다.


그 날의 스노클링이 얼마나 인상적이었던지, 요즘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내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되고 있다. 한여름 낮의 꿈처럼 아름다웠던 세화 바다, 나에게 스노클링의 참맛을 알려주었던 고마운 곳!




네 번째 스노클링, 코난 해변에서는 좀 더 여유롭게!


아이들과 뜨거운 여름 방학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8월 중순이었다. 그러니까 세화 해변에서 잊을 수 없는 스노클링을 한 이후로, 무려 한 달간 스노클링을 못했던 것! (아이들은 스노클링이 싫다고 하심...)


남편과 나는 아이들이 개학하기만을 기다렸다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게 되자마자 '코난 해변'으로 향했다. 이름만 들어도 이국적인 코난 해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작은 해변에 가득 모여 있었다.


끼얏호! 한 달만에 애들이 학교 가서 기쁜(?) 개학을 맞이한 엄마의 모습ㅋㅋㅋ


구름이 많아서 흐린 날이었고, 파도는 높게 일렁이고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큰 돌무더기(?)를 기점으로 왼쪽은 물이 잔잔했고, 오른쪽은 거침없이 파도가 들이치고 있었다.


아직 스노클링 초보인 나의 선택은 당연히 잔잔한 왼쪽 바다였다.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천천히 물 속으로 얼굴을 들이민 뒤 발로 물장구를 치며 바닷속을 떠다니기 시작했다.


코난 해변 역시 세화 해변만큼 깨끗했고, 물고기들도 많이 보였다. 간혹 깊은 물 속도 있었지만, 나름 경험이 쌓여서 그런지 크게 무섭지 않았다. 물이 깊어 보이면 얕은 쪽으로 천천히 이동하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스노클링 장비 덕에 숨은 잘 쉬어졌고, 계속 고개를 들지 않고 바닷속만 들여다 보고 있어도 전혀 무섭지가 않았다. 그저 물고기들을 따라다니며 바닷속을 자유롭게 누비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남편은 왼쪽의 잔잔한 바다가 좀 시시하게 느껴졌는지, 오른쪽의 거침없는 바다로 가보고 싶다고 했다. 파도가 정말 무섭게 돌들을 때리고 있었는데 남편은 겁도 없이 오른쪽 바다로 건너갔다.


남편은 파도에 사정없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못 견디겠는 모양인지 금세 돌 위로 올라왔다. 파도에 흠씬 두들겨 맞아 너덜너덜해진 남편은 그 날의 스노클링을 급 마무리했다는 후문..ㅋㅋㅋ


오른쪽 거친 바다로 나갔다가 파도에 구타 당하고 돌아온 남편...ㅋㅋㅋ


코난 해변에서의 스노클링도 몹시 좋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날이 개어서 더 아름다워 보였던 코난 해변! 스노클링에 지친 우리는 사람들이 많이 놀고 있던 바다에서 한가로이 해수욕까지 즐기다가 돌아왔다.


코난 해변 안녕... 너무 좋았다리...♡




다섯 번째 스노클링, 멀리 금능 해변까지 출동!


제주에서도 동남쪽에 치우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심리적으로 가장 먼 지역이 바로 '애월'쪽이다. 그동안 멀어서 가볼 엄두도 안 났던 '금능 해변'까지 스노클링 원정을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멀리 비양도가 보이는 에메랄드빛 금능 바다에서...♡


하... 말해 뭐하겠냐만은, 1시간 넘게 차를 몰아서 달려온 게 아깝지 않을 만큼 좋았다! 서쪽 바다는 서쪽 바다만의 매력이 또 있었다. 물 속은 투명하다 못해 속이 훤히 비쳐서 스노클링 하기에도 최고였다.


물고기는 또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고기들과 헤엄쳐 다니기에 바빴다. 내 머릿속에는 인어공주 OST로 유명한 'Under the sea' 노래가 무한 재생되고 있었다.


바닷속이 너무 투명하고, 물고기가 정말 많았던 금능 바다!


이제는 바닷속 세상을 엿볼 수 있는 스노클링이 정말 좋아져 버렸다. 바다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었고, 바다와 물아일체가 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고개를 들면 아름다운 비양도가 보였고, 새하얀 모래와 검은 돌 그리고 야자수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경까지 감상할 수 있어 더할 나위없이 좋았던 금능 해변!


자주 갈 수가 없다 보니, 한 번 간 김에 더 오래오래 머물고 즐기다가 돌아왔다.


금능 해변에서 스노클링에 푹 빠져 버림!




올 여름 마지막 스노클링, 토산포구 옆 천연 락풀!


동네 사람들만 안다는 스노클링 핫스팟 첩보를 하나 입수하게 되었다. 심지어 친절한 지인분께서 남편을 데려가 사전 답사까지 시켜 주셨기에 도저히 가볼 수가 없었다.


제주는 8월이 끝나도록 여전히 더워서 바닷물 입수는 충분히 가능했다. 그런데 상태가 별로였다. 지난 금능 해변을 다녀온 뒤로 지독한 목감기에 걸려 버린 탓이었다.


그냥 남편만 입수시키고 나는 근처 바위에 앉아 지켜만 볼 참이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래쉬가드는 입고 갔다. 발만 깔짝 담그고 있으면 될 것 같아서 입은 수영복이었는데...


나는 결국 입수했다. 왜냐하면 목감기 따위로 안 들어 가기에는 너무 아까울 만큼 기가 막힌 바다였기 때문이다. 간조일 때에만 바위로 둘러 쳐진 풀이 되는, 심지어 한라산이 배경인 천연 수영장이었다!


천연 수영장, 천연 락풀에서 놀고 있는 남편 :)


분명히 산책을 다닐 때마다 보던 곳이었다. 여기서 수영을 하고 놀 수 있을 줄은 미처 몰랐는데! 막상 물 속으로 얼굴을 들이 밀었더니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커다란 바위들이 듬성듬성 얼기설기 놓여 있고, 중간에는 수심이 엄청 깊은 곳도 있었고, 둘러쳐진 바위 너머에는 철썩철썩 거친 파도가 밀려드는데, 바위 안 쪽은 놀랍도록 물결이 잔잔했다.


가급적 수심이 얕은 가장자리 바위 쪽으로만 다니며 물고기들을 구경했다. 세화 해변, 코난 해변, 금능 해변에서는 볼 수 없었던 거무튀튀한 물고기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차츰 지형에 익숙해지자 용감하게 수심이 깊은 중앙으로도 가보았다. 헤엄치다가 높이 솟은 바위를 만나면 발을 딛고 서서 물 밖으로 고개를 빼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태평양 한 가운데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 오른쪽으로는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한라산 능선이 또렷하게 보였다. 드넓은 태평양 바다와 웅장한 한라산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라니! 봐도봐도 신기했다.


한라산이 보이는 웅덩이에서 놀고 있자니, 선녀가 된 기분이었다는^^


여기가 얼마나 좋았는지, 남편도 나도 잠드는 순간까지 이 날 보았던 바닷속 풍경이 계속 떠오른다며 이야기를 나눴었다. 즐겁고 행복했던 이 날의 스노클링... 오래오래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맑고 투명한 바닷속, 돌 틈마다 숨어 있는 물고기들, 신비로운 바닷속 풍경!
수심이 엄청 깊다가도, 큰 바위를 밟으면 이렇게 뿅~하고 얼굴이 나올 수 있어요!


스노클링은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무서운 녀석(?)이었다. 바닷속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던 나를 끊임없이 꼬셔서 바다로 데려가 준 남편에게 굉장히 고마웠던 올 여름...^^


덕분에 제주의 아름다운 바다를 온전히 감상하고 즐길 수 있었으니, 정말 고마워요 남편 :)


갑자기 아주 오래 전 수영장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 오다가 튜브를 낀 채 거꾸로 뒤집혀 허우적대던 어린 내가 떠오른다. 허겁지겁 물로 뛰쳐와서 나를 건져 올려 주셨던 아버지 모습도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제 목숨을 살려주셨던 아버지! 덕분에 제가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다닐 수 있게 되었네요. 하늘에서 잘 내려다보고 계실런지요...^^


그 때 이후로 물 공포증이 심했던 나에게 억지로 수영 강습을 받게 해주신 엄마께도 정말 감사드린다. 덕분에 바닷물이든 수영장이든 첨벙 뛰어들어 겁없이 물을 즐길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나에게 매번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남편에게, 물에 빠져 죽을 뻔한 나를 살려주셨던 아버지께, 물 속에서 자유로이 헤엄칠 수 있도록 수영을 배우게 해주셨던 엄마께, 두루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 스노클링!


그 여름 제주에서 보았던 바다, 그리고 한라산 :)


제주의 여름은 뜨거웠지만 제주의 바다는 시원했으며, 그 바닷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어 본 것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찬란하게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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