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웃어야만 했습니다.
오늘도 웃었습니다.
그게 내 일이니까요.
그게 내가 살아남는 방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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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열한 시쯤이었어요.
어떤 할아버지 손님이 다가오셨어요.
카드를 건네며 제 손을 슬쩍 잡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오골계가 맛있는 법이지. 남자한테 인기가 있겠어.”
순간 숨이 막혔어요.
그 말도, 그 눈빛도, 그 접촉도
하나도 괜찮지 않았는데,
겨우 이렇게 말했어요.
속으로는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랐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공포였습니다.
그 와중에도 공포를 떠올린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손… 놓아주세요.”
그게 제가 할 수 있었던 전부였어요.
그 말조차 떨리는 목소리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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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는 화장실에 가서 엉엉 울었어요.
몰래.
조용히.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그리고 다시 돌아가서
다른 고객에게 웃으며 말을 걸었어요.
“어서 오세요. 시식 도와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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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모르겠죠.
그 말이 얼마나 끈적했는지,
그 손길이 하루를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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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직은,
감정을 버리고 웃는 직업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그날 저는
제 감정이 무시당한 게 아니라,
제 존재가 무시당했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그게
더 깊고 오래 아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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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웃었습니다.
하지만 웃었다고 해서,
그 모든 순간이 괜찮았던 건 아닙니다.
다음 글에서는 다시, 매장의 풍경으로 돌아갑니다.
<저는 NPC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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