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NPC가 아닙니다.

말이 닿지 않는 세계

by 코기토

포인트 적립하실까요?”

“…”

“결제만 도와드릴까요?”

“…”

“카드 넣어주십시오.”

“…”

“주차 등록 필요하실까요?”

“…”


나는 매일 같은 대사를 반복한다.

상대가 듣든, 듣지 않든.

대답이 없더라도, 말은 해야 한다.

그게 나의 일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게임 속 스크립트만 반복하는 NPC가 된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요즘은 질문을 던졌을 때

제대로 대답해주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모든 질문에 “네”만 반복하고,

어떤 사람은 아예 전화를 끊지 않은 채 결제를 진행한다.

더 나아가 어떤 사람들은

내가 바로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거 되는 거냐?”, “뭐야, 안 되는 거 아니야?”

라고 간접화법으로 나를 무시한 채 자기들끼리 말한다.


나는 그 말들이 들리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 순간 나는

사람이 아니라 기능이 된다.



같이 일하는 MZ세대 직원은

그런 상황을 ‘쿨하게 무시’한다.

“듣지 못한 척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게 정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서비스직이라는 이유로,

그 마지막 예의를 혼자 지키고 있는 것 같다.



말을 건다는 건,

상대를 사람으로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는

말이 공중에만 머무르고,

나는 누구의 응답도 받지 못한 채

하루를 끝낸다.



나는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한다.

“포인트 적립 도와드릴까요?”

“주차 등록 필요하신가요?”


그리고 그 질문은

아무에게도, 아무 말로도 돌아오지 않는다.


다음 글에서는,

입에 닿은 시식물을 떨군 뒤 사라진 청년과

뚜껑 닫힌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던진 고객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떠났습니다.

무언가 떨어졌고, 나는 그것을 주웠습니다.

누군가는 그저 보고도 지나쳤습니다.


〈사과하지 않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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