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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입니다 Jan 10. 2024

겨울 뉴욕_나의 두 번째 MoMA


(이 여행의 주인공은 세명입니다. 첫째인 저와 둘째 네네 그리고 막내예요.)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현실에서 다른 세상으로 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카톡에 답을 제때 못해도 괜찮다는 점이다. 요즘은 유심으로 시차 말고는 답장이 안 올 이유가 없지만 내가 처음 유럽에 간 10년 전에는 숙소 와이파이를 겨우 썼다. 그 유럽여행이 남동생과 둘이 떠난 우리끼리만의 여행이었는데 이 경험으로 나는 확실히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여행을 가기 어려웠던 최근에 나는 그림 보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여행에 못 쓰는 에너지를 미술관에서 모두 썼다. 이전까지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1번씩 가던 전시를 그 당시에는 하루에 2개도 가고 일주일에 4개씩 보러 다녔다. 그땐 내가 그림책 작가가 될 줄 알았기 때문에 공부라고 생각하면서 그림을 일상에 넣었다.

전시 중에 가장 넋을 놓게 만드는 건 원화전시이다. 특히 유화는 붓을 어떻게 썼는지가 보여서 작가의 에너지가 느껴져서 울림이 있다. 그림은 보수작업을 하기 때문에 내가 보는 고흐의 붓터치는 고흐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 때는 살짝 식었지만 그래도 좋다.


나는 이렇게 그림을 좋아하지만 같이 가는 네네와 막내는 어떤가. 네네는 저번 뉴욕여행에서 나에게 미술관의 세계를 알려준 사람이지만 아주 마음에 드는 전시만 보러 간다. 막내는 입대하고 첫 휴가 나왔을 때 같이 그림을 보러 갔다. 그래서 그림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진실은 달랐다. 다음 휴가 나오기 전에 전화가 왔길래 이번에도 나와서 전시 보러 갈 거냐고 물었다. 막내는 알겠다고 하더니 두 번째 휴가 나와서 말했다. “나 그림 보는 거 별로 안 좋아해.” 그 뒤로는 같이 전시 보러 가지 않았다.

그림 좋아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만났지만 이번 여행을 가다 보니까 미술관을 많이 가게 됐다. 겨울이라 밖은 너무 추웠고 미국에서 미술관 참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이번에는 나보다 네네와 막내가 더 열심히 다녀서 다행이다. 나는 주로 이거 보고 뭐 먹으러 갈까? 생각하느라 집중하지 못한 적도 많았다.

모마에서 바라본 뉴욕

 그래서 우리가 뉴욕에 가서 처음 가게 된 미술관은 MoMA. 시공간을 멈추는 작가 고흐의 ‘별의 빛나는 밤에’가 있다. 그때 시간을 잘 맞춰서 고흐 작품이 있는 층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번에 가니 고흐 그림 위치가 바뀌었다?) 그래서 나 혼자 고흐 작품을 보고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그림에 대해서 크게 관심도 없었는데 그 당시 미국에서 본 그림 중에 가장 좋았다. 쓸쓸하게 말을 거는 그림이라서 좋긴 하지만 가장 좋은 건 그림을 혼자 봤다는 거였나 보다. 이번에는 사람이 많아서 멀찍이 보다가 점점 가까이서 보다가 배고파서 내려가기로 한다.

내려가는 길에 2층에서 Crafting Pinocchio 전시가 보인다. 사람들이 줄 서 있어서 그냥 내려왔다.

29달러로 즐기는 런치 코스(나는 연어스테이크를 선택했다)

오늘 점심은 미리 예약한 갤리거스테이크 하우스로 갔다. 우리를 담당한 서버는 뮤지컬 배우 같았다. 춤을 추듯 일하는 사람이었는데 너무 바빠서 우리가 다시 주문한 콜라는 한참 있다 가져다줬지만 친절했다. 우리가 처음으로 예약하고 간 레스토랑이라서 다들 이런 줄 알았으나 아니었고 미국 여행 중 가장 서버와 많은 대화를 하고 우리는 나와서 다시 미술관으로 갔다.   

식사하고 나오자 네네가 피노키오를 다시 보러 가도 되냐고 했다. 보통 어디 가자고 하는 건 나라서 이런 요청은 반갑다. 2층으로 올라갔는데 역시 사람이 많다. 줄을 서있다가 네네와 막내가 직원에게 물어본다. 보니까 우리는 줄을 안 서도 된다고 여기 잠깐만 서있으라고 했다. 이내 들어갔다.

피노키오 세트장

이번 전시는 피노키오 영화의 제작과정이었다. 예전 대구에서 아드만 전시를 보고 그때 처음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봤는데 여기서도 보게 된다. 그러고 보니 이때도 네네가 가자고 했었다. 피노키오 전시에서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건 전시 마지막 부분에 만든 사람들의 얼굴 사진을 모아 둔 공간이다. 일하다가 잠깐 사진 좀 찍자고 했을까. 사진에서 보이는 사람들은 즐거워 보였다. 애니메이터는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이라 그럴까.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의 일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의 행복을 나도 경험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모마를 나온다.

어려웠던 사진전
디저트까지 나오는 갤리거 스테이크 하우스 코스
모마 뮤지엄 스토어에서 지갑 참기
지하철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

추신.

유명한 작가들부터 최근 예술작업 스타일을 볼 수 있는 모마는 사람이 없을 때 가시면 ‘이 그림을 나 혼자 본다고?’를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어디선가는 오픈런이 최고라고 하시네요. 성공하시면 꼭 말씀해 주세요. 저는 메트로폴리탄을 갔다가 모마를 가면 그렇게 크게도 안 느껴지는 게 다닐만합니다.

참 날이 좋으면 모마 테라스 카페도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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