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야 추억이 되고, 보아야 기억에 남는다
“추억의 절반은 맛입니다.”
세종 연서면으로 가면 당당한 이 말을 볼 수 있다. 어디냐 하면 산장가든이다. 세종으로 이사 간 언니를 오송역에서 만났다. 수서에서 40분이면 가는데 그동안 참 못 왔다고 생각했다. 언니는 차 안에서 세 가지 선택지를 물었다. 첫 번째 수제비가 맛있는 갈빗집, 두 번째 해물 칼국수, 세 번째 메기매운탕 집. 첫 번째랑 두 번째를 고민하다가 갈빗집으로 갔다. 거기가 산장가든이다.
산장가든은 평일에도 웨이팅이 항상 있는 맛집이라고 했는데 오픈 시간 맞춰서 가서 바로 입장했다. 입구에는 저 유명한 말이 쓰여 있다. 언니한테 물었다.
“언니 추억의 절반은 맛이라는데 저 말 진짜 좋은데요.”
언니는 놀란다.
“여기 누구 데리고 와도 저 말 읽는 사람 처음 봤어. 나 저 말이 여기 쓰여 있는 것도 몰랐어.”
“진짜요?”
주차하고 온 언니 남편에게 물었다.
언니 남편은
“저기 있는 거 알았지.”
“언니 저 말은 음식 좋아하는 사람한테만 보이나 봐요.”
(언니는 최근까지 소식인으로 불렸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먹는 일에 자부심이 더 생겼다. 원래도 식사 시간을 제일 좋아하지만 이제 공신력도 다소 얻은 것 같고 그렇다. 그리고 산장가든 다녀온 지 일 년이 다 되는데도 거기서 먹은 음식이 기억난다. 들깨 수제비 진짜 맛있다.
뭐 먹을지 생각하는 게 낙이고, 특히 여행 가서는 끼니를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라는데 나의 여행 추억은 음식으로 시작된다.
교복입을 때부터 먹는 걸 좋아했고 입고 싶은 옷을 입는 나이가 되어서는 그만큼 그림 보는 것도 좋아하게 됐다. 그래서 그림 보러 가는 날 동선에는 꼭 그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을 녹였다.
이 책은 지난겨울 동생들과 미국 여행을 다녀오고 그 안에 있던 그림과 세 명 식탁에서 어 시작됐다. 뉴욕의 추위는 매서웠고 워낙 추위를 많이 타서 여름에 여행 다니던 본래 모습보다는 많이 고요했지만 그래도 먹고 싶었던 음식을 많이 먹고 돌아왔다. 추워도 식욕은 그대로 있었는데 발이 안 움직이는 날이 많았다.
계획적으로 기대한 맛도 있고 얼떨결에 만났는데 놀라게 한 음식도 있었다.
음식을 상당히 좋아하고 그림을 아끼는 마음에 비하면 많이 차분한 글이 나왔다. 그래도 진심은 전해지길 바라며 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