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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입니다 Jan 15. 2024

겨울 뉴욕_추운데 따듯한 Whitney Museum

2015년 첼시로 이사 간 뉴욕 미술관 연장자 휘트니

이전 이야기 : 언제 가도 사람 많은 모마를 하루에 2번이나 간 삼 남매. 모마에서 나와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데..


모마에 나와서 우리는 첼시로 갔다. 미술관 여행은 일정 짜기가 쉬운 게 미술관 휴무일에 따라서 일정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제한이 있어서 오히려 선택이 쉽다. 게다가 도네이션티켓도 있는 미술관이라면 거기서 일정이 더 간결해진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하루에 미술관을 2군데 정도는 가야 할 수도 있다는 것.

휘트니 뮤지엄은 매주 금요일 저녁 도네이션 티켓으로 입장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금요일은 밤 10시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야간 개장하는 미술관은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에게 고마운 존재다. 해가 지는 시간에 가면 테라스에서 보는 뉴욕의 노을이 상당히 멋지다고 해서 금요일 저녁으로 일정을 잡았다.(2024.01.12 변경: 매주 금요일 17-22시 무료, 매월 2번째 일요일 무료)

노을을 보고 싶었지만 겨울이라 해가 짧아서 첼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깜깜했다. 기억에 남을 정도로 추웠던 날, 첼시까지 지하철로 이동해서 가장 먼저 눈앞에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가 있다. 유명하다 말로만 들었는데 우리도 얼떨결에 찾아왔다.

밖에서 본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좋았다.

”스타벅스 가서 뭐 먹고 갈까?“

네네도 막내도 좋다고 했다.  

 근데 가까이서 보니까 안에 사람 없다. 불은 켜져 있는데  끝난 걸까. 우리가 문 앞에 서있으니까 직원이 나와서 오늘 끝났다고 말해줬다. 작정하고 찾아온 곳이 아니라 건물을 본 것만으로 괜찮았다. 우리가  발걸음을 옮기는데 어떤 일행이 다가와서 끝났냐고 물어본다. 우리가 마감이라고 말하자 너무 아쉬워하셔서 나도 덩달아 그래졌다.

첼시에 온 건 최종 목적지인 휘트니였지만 우리는 첼시마켓부터 간다. 첼시마켓은 스타벅스보다는 더 가고 싶은 곳이었는데 다들 여기서 먹은 음식이 기대 이상이라는 리뷰가 많았다. 사진으로 보던 Very Fresh Noodles에 갔는데 폐장 분위기다. ‘왠지 끝난 것 같아.’ 그런데 주변 가게들은 다 마감한 것 같다. 사람 많다던 첼시마켓이 가든파이브 폐점시간만큼 조용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우리는 첼시에서 빨간 벽돌만 실컷 보고 진짜 목적지인 휘트니로 간다.

휘트니는 생각보다 사람이 적었

이미 깜깜해진 첼시에서 휘트니를 찾으려면 가장 밝은 빛이 보이는 곳을 찾으면 된다. 주머니에서 손 꺼내기도 힘든 추위에 불빛을 보고 휘트니에 도착하니까 네네가 로고를 보고 놀란다. “여기였어?” 디자인 수업에서 특이한 로고로 배운 곳이라고 했다. 나는 휘트니 로고는 몰랐지만 도네이션 티켓 날은 기가 막히게 맞추지. 친절한 직원에게 도네이션 입장이라는 설명을 듣자 막내는 “얼마 정도 내야하나요?”라고 물었고 직원은 매뉴얼에 있을 것 같은 대답으로 “얼마라고 말하기 어렵고 원하는 만큼 내면 된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pay yhat you wish에 맞게 우리는 얼마였는지 기억이 안나는 금액을 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여기 테라스에서 보는 야경이 예쁘지만 오늘은 테라스가 닫혀있었다. 강풍 때문에 닫힐만했다.  어땠냐면 바람에 나무 뽑히는 줄 알았다. 어제 리즐리 서점에서 옆사람이 에드워드호퍼 책을 사가던데 지금 휘트니에서 바로 에드워드 호퍼 전시를 했다. (이 전시는 이후 2023년 상반기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도 했다.) 또 얼떨결에 호퍼 그림을 보게 되었다.

에드워드호퍼의 색깔은 도시적이면서 감성적이다

 올라가니 할아버지 도슨트께서 설명하고 계신다. 처음엔 사람이 많았는데 점점 사람들이 어디로 간다. 나도 듣다가 이탈하다 다시 합류했다. 도슨트 할아버지께서 호퍼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모습이 너무 즐거워 보였다. 모마 피노키오 전시도 그렇고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보기만 해도 좋다. 모마는 그림으로 꽉 채워진 공간이었는데 휘트니는 그 정도는 아니다. 큐레이팅을 따라 호퍼 그림을 보면 그의 쓸쓸함이 느껴진다. 내가 호퍼의 뉴욕 그림을 다른 곳이 아니라 뉴욕에서 처음 봐서 그랬는지 괜히 감정이 더 느껴지는 것 같았다. 네네는 호퍼가 그리는 사람의 표정에 대해 우리에게 설명했다. 설명을 듣고 보니까 호퍼의 그림은 더 고독해 보인다. 우리가 깜깜한 저녁에 이 그림을 봐서 그랬을까? 여름에 다시 호퍼 그림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봤을 때는 그 정도로 쓸쓸하지는 않았다.

전시 공간에 습작들도 많이 있었다. 노력의 흔적들.

 호퍼의 습작까지 보고 우리는 이제 집으로 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지하철로 가려고 했는데 셋다 상태가 말이 아니다. 뉴욕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버를 타기로 했다. 가장 잘한 우버였다. 우리가 우버 안에서 바라본 거리에서는 검은 비닐봉지가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우버에서 우리는 저녁을 숙소 앞 파이브 가이즈에서 먹기로 했다. 그래도 밥 먹을 곳이 있어서 다행이다. 파이브가이즈에서 포장해서 오는데 그 짧은 거리도 너무 추웠다. 겨우 집에 도착해서 밥을 먹고 또 하루가 지났다.

왜 베지샌드위치로 시켰을까
빈 테이블만 보고 온 스타벅스
호퍼의 습작들
호퍼는 극장을 자주 가고 티켓도 모았다.
호퍼가 그린 극장과 지루해 보이는 직원


추신

1. 휘트니 뮤지엄은 해 지기 직전에 가서 석양을 보시길

2. 현재는 휘트니에서 다른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3.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도 시간 맞으면 들려보시길

4. 파이브가이즈 베지샌드위치는 덜 추천드립니다.

5. 휘트니 뮤지엄은 2024년 1월 12일부터 매주 금요일 17-22시 무료입장(+매월 2번째 일요일 하루종일 무료입장)으로 변경되어 이제 도네이션 티켓은 전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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