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열 혹은 대학순위는 입학성적, 인지도와 취업률, 교육의 질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되긴 하겠지만 논란의 여지도 있고, 민감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보통은 정시 입결성적으로 순위를 정하지만, 학과와 상황에 따라 다르고 실제 교육의 질이나 아웃풋까지 충분히 다 고려한 것은 아닐 것이다.
고려대 간 제자 앞에서 "연고대"라고 했다가 야단맞은 적이 있다. 바로 내 말을 고쳐주었다. "고연대"라고.
대학평가 기준에 따라서는 연고대 위에 성균관대가 위치하기도 한다. 전체 학과가 아니라 공대위주의 평가였던 것 같다.
서울대 의대가 최고인 건 맞지만 의대선호도는 꼭 대학의 서열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과의 경우 학과서열도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의대가 탑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치대가 그 뒤를 잇지만, 약학전문대학원대신 학부로 약대모집이 시작되면서 약대의 포지션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처음 예상은 “의치약한수”였지만 입시결과를 놓고보니 “의치한약수” 정도로 나타났다고 한다. 물론 대학에 따라서 의대 외의 서열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문과는 이과보다 소위 명문대 진학이 훨씬 어렵다. 의치한약수도 없고 KAIST, POSTECH 등의 상위 변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이과 통합으로 인해 문과생들은 수학에서 상위등급 받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 문과 학생들이 선택하는 확률과통계에서 올해 수학 1등급 비율은 6.55%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과침공이라는 표현도 적잖이 등장한다.
문과에서 상대적으로 취업도 잘 되고 이과생들이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상경계학과 등으로 학교레벨을 높여서 교차지원을 하는 것이다. 특히 수학의 경쟁력을 갖추었으나 과탐이 다소 부진한 이과 학생들이 탐구영역 비율이 낮은 학교로 쏠리는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문과생들은 그나마 최상위권 학생들이 빠져나갈 "의치한약수" 등이 없는 데다가, 수능도 예전 문이과 분리했을 때의 문과끼리 경쟁에서 얻은 수학성적이 아닌 이과 학생들과 진검승부를 해서 힘겹게 점수를 얻어내야 하고, 게다가 수학이 더 잘 나온 이과학생들의 교차지원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시에서의 N수생 강세를 생각하면, 현역 고3 문과생들의 정시로 대학가는 길은 산 넘어 산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 기준 2022학년도 현역 고3 비율 - 수시 90.7%, 정시 38.4%)
혹 고 1, 2학년 문과학생 중 내신성적이 당장 원하는 대로 안 나온다고 정시파이터를 선언하려고 한다면 신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학입결순위는 문과 이과가 다소 다르다. 의치한약수만의 영향은 아니고, 특히 공대에 강세를 보이는 학교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주대와 인하대 공대는 인서울은 아니지만, 문과에 비해 공대가 인서울 대학라인에서도 훨씬 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대학서열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주의 : 아래 정리된 라인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며, 학과에 따라 기준에 따라 느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음을 감안하시길. 문과 기준으로 혹은 이과 기준으로, 혹은 의대포함 종합기준으로도 순서가 달라지기도 하고, 대학평가에 따라서도 달라지며, 서열과 관계 없이 학생들의 선호도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예전에는 ‘서연고’ 다음 라인으로 ‘서성한이’ 라고 했지만.. 요즈음은 ‘성서한’이라고 하며 이화여대는 좀 더 밀리는 경향을 많이 얘기한다. 특히 이과기준으로 한서성이나 한성서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에는 실제 취업률 아웃풋이 반영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의 선호도의 영향도 있다.
성균관대가 계속 약진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요즘 학생들은 비슷한 조건이라면 남녀공학과 인서울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중앙대와 이화여대를 중복합격했을 경우 중앙대를 가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성서한’ 라인 다음은 ‘중경외시이’
중앙대, 경희대, 외대, 서울시립대, 이화여대...
다음 라인이 ‘건동홍숙’
건국대, 동국대, 홍익대, 숙명여대
다음 라인이 ‘국숭세단’
국민대, 숭실대, 세종대, 단국대
다음 라인은 ‘광명상가’
광운대, 명지대, 상명대, 가톨릭대
그렇다면 지방거점국립대(일명 지거국)의 위치는 인서울 어떤 라인인가?
격세지감을 느끼는 것이, 라떼 이야기지만...
내가 경북대 영어교육을 입학할 당시의 라인은 연고대보다 조금 못한 정도였던 것 같다.
후배 한 명이 반수해서 고려대 영어교육과를 간다고 했을 때, 과 선배들이 점수 차이도 별로 안 나는 같은 사대를 뭐 하러 반수까지 해서 가냐고 핀잔을 주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니 시대를 앞서가는 후배였다.
우리 과 합격생 중에는 서울대 영어교육과 합격했을 대구에서 전교 1, 2등 하던 여학생들이 꽤 있었다.
내 제자 중 한 명은 연세대 갈 성적이었지만 점수를 조금 남겨서 경북대 수학교육과를 진학했었던 걸 보면 적어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경북대도 지금의 인서울 중심라인이었던 것 같다.
그당시 자발적인 선택보다는 딸을 타지에 보내지 않으려는 부모님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고, 그럴 만도 했던 것이 경북대의 위상이 스카이를 제외한 어떤 인서울대학에 뒤지지 않는다는 현실적 자부심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문과 기준으로 국숭세단 하위라인 정도에 위치한다.
인서울 15개 대학 범주 밖이라는 의미다.
그 이유로 일단 취업의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공대라면 경북대의 취업경쟁력은 인서울에 아직 견줄만하지만, 문과는 상황이 좀 다른 것 같다.
그런데 지방대학에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지역할당제라는 변수가 생겼다.
각 지역에 위치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공채 시, 그 지역 대학을 졸업한 지역인재를 의무적으로 30% 선발해야 한다는 제도다.
예를 들어 대구학생이 인서울 대학을 졸업하면 집이 대구라도 대구지역 인재가 아니라 서울인재로 지원해야 한다. 타지역 학생이라도 경북대를 졸업하면 대구경북지역의 지역인재 전형으로 지원할 수 있다. 지역인재끼리의 경쟁이므로 전국구 공채나 인서울 학생들과의 경쟁보다 무게감이 훨씬 덜 하다.
역차별에 대한 논란도 많지만, 현정권에서 이를 축소하거나 폐지할 움직임은 없고, 오히려 확대될 거라는 전망도 있다.
그렇다면 대구학생은 어느 정도 선에서 인서울과 경북대(지거국)을 선택할 것인가?
단지 입결성적에만 맞출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고민의 여지가 있다.
‘서연고’ 합격했는데 경북대를 간다면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물론 경북대 의대는 예외다.
‘성서한’도 크게 고민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혹 집안 형편이 어려워도 무리해서라도 투자할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중경외시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서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그게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과연 지역할당제를 생각했을 때 취업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건국대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건동홍숙’라인은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물론 수도권에 살고 있다면 지역인재가 될 각오로 경북대를 지원할 일은 없을 것이다. 넉넉한 경제상황이라면 고민이 필요 없을 수 있지만 대구나 지방에 살고 있다면 투입되는 요인들을 함께 고려하면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공채가 목표라면 오히려 경북대가 입결에서는 뒤처지지만 더 유리해보인다. 대구가 집이라면 집에서 다니면서 사립대 대비 반액장학생과 같은 혜택도 누릴 수 있다.
‘국숭세단 광명상가’라인과의 비교는 생략한다.
인서울은 아니지만 인하대와 아주대도 있다. 과에 따라 다르지만 공대의 경우는 건동홍 라인 정도, 문과의 경우는 국숭세단 라인 정도로 보는 것 같다.
경북대보다 조금 높거나 비슷한 위치라고 볼 수도 있다.
각각 인천과 수원으로 인서울은 아니고, 아웃풋이 상대적으로 더 좋은 내실있는 학교들이지만 입결이나 인지도 면에서는 인서울 상위대학 정도가 아닌데 경북대를 포기하고 아주대를 갈 것인가?
더구나 지역할당제의 기회를 생각하면 현명한 판단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한 것이 하나 있다.
학생들은 인서울을 훨씬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취업이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떠나서, 라이프 스타일의 선택이다. 지방에서는 접하지 못할 편의시설과 문화시설의 인프라를 관광이 아닌 삶으로 체험한다는 건 분명 다르다.
경북대를 거쳐 공기업 공채에 합격하면 대구에 계속 남아 있게 되어 부모 입장에서는 안정감 있는 선택이 될 수 있지만, 학생들에게는 그냥 대구에 눌러 앉게 된 것이니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보지 못하는 후회나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는 것이다.
각기 상황이 다르고 학생들의 기질도 다르며, 이번 성적을 자신의 최선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여부와 한 번 더 도전하려는 용기와 오기의 느낌도 다를 것이며, 객관화된 수치처럼 보이는 입시자료로 100%를 보장받을 수 없는 여러 옵션을 검토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결국엔 모두 후회 없는 선택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