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현타 온 예비 고3 동생에게 언니의 격려 문자

by 청블리쌤

둘째도 언니처럼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며 자기주도학습으로 예비 고3까지 와 있다. 언니는 베이스기타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공대를 갔고, 둘째는 실용댄스를 전공하고 싶었으나 일단 공부를 하고 있다. 코로나가 심해지기 전에는 댄스학원을 보내주기도 했다.


요즘 스우파라는 프로그램으로 댄서들의 열정과 멋짐이 재조명되고 있다. 둘째는 댄서로서의 진로를 이어가지 못했으면서 공부에서도 아직 자리를 잡고 있지 못한다는 마음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댄스에 대한 열정은 대학 진학 후의 기회를 보는 것으로 마음을 잡으며 위로를 하고 있지만, 본인은 둘 다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는 자책이 큰 모양이다.


올해 수능이 끝났다. 그건 곧 둘째의 무대가 준비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난 조급함과 불안함으로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특별할 것 없는 매일 꾸준히 해야 할 일상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격려를 하지만, 내가 딸의 마음을 온전히 다 헤아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둘째가 학교에서 현장체험을 다녀온 날 독서실에 가서 목표한 분량을 끝내고 돌아왔다. 고속으로 촬영한 그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너무 멋지고 이뻤다. 바라보며 뿌듯함과 행복감이 가득했다. 그 하루의 의미가 당장의 성취를 보장하지는 않아도 그 순간에 뭔가 충실히 최선을 다하며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내가 바라던 딸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언니에게 받았던 문자를 보여주었다.


아직은 남아 있는 댄스 진로에 대한 미련과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잘 가고 싶다는 간절함 사이에서 현실의 높은 벽을 넘어서려는 동생에게 전달하려는 언니의 진심과 뜨거운 응원의 마음이 느껴져서 또 흐뭇하고 행복했다.



(큰딸에게 허락을 구하여 공유하는 동생에게 주는 메시지 전문)


어떤 감정인진 이해되는데 몰라 근데 확실한 건 고등학교 땐 몇 살 때 뭐 할지 확실히 정해져있어서 남들보다 늦었단 느낌 많이 받을 건데 대학 오면 다름

딱 정해진 루트대로 휴학 없이 좋은 학점 받고 바로 취업하는 루트 밟을 거 아니면 뭘 하든 남들보다 늦었다 이런 느낌은 별로 없다

다들 각자 길 가고 몇 살에 뭘 하든 하고 싶은 거 하면 되고 굶어죽지만 않으면 되는 거고

갈수록 그리고 그런 분위기 우리나라에도 점점 생길 거라

그리고 춤 말고도 다양한 거 다 접할 수 있는 게 대학이잖아

서울을 왔을 때 그런 기회들이 훨씬 더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고

난 코로나 때매 대학생활 제대로 못했지만 제대로 놀았던 선배들 경험한 거 얘기 들어보면 진짜 재밌을 거임 니가 대학갈 쯤엔

남들보다 늦었단 느낌 받으면서 허덕일 틈도 없을 거고 재밌게 너가 하고 싶은 거 하느라 바쁠 거야


고등학교 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의 스펙트럼을 내가 거의 파악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이제 대학온지 2년 돼가니까 느끼는데 전혀 아니다

오히려 일찍 길을 안 정하는 게 경쟁력 있겠다 싶을 때가 있어

우리가 뭐 하나만 죽어라 파서 최고가 될 정도의 천재적인 재능 가진 게 아니니까 단순히 생각했을 때 답이 나오는 길로 가서는 성공하기 힘들고

이것저것 최대한 경험하고 내 갈 길 내가 가야 경쟁력 있는거지


성공이라는 게 꼭 사회적인 성공만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내가 하는 일에 가지는 감정 자부심 다 포함한거야 나만 할 수 있는 무언가

그게 돈을 버는 수단과 일체될 수도 있고 별개일 수도 있고

그런 분위기는 갈수록 더 심해질 거

우리가 30대 40대 가면 갈수록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건 대학 간 건 후회 안할거야 그거 생각하고 이제 1년 남았으니까 딱 1년만 열심히 해봐라





keyword
이전 27화27 (11월) 모의고사 후 둘째 딸과 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