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치는 재미로 출근하기
처음 원장직을 맡고 가장 고민한 건 나이였다. 학부모님들과 최소 10살은 차이가 나는 데다 학원 선생님들 중에서 내 나이가 가장 어렸기 때문이다. 키가 작고 어려 보이는 인상도 한몫했다.
아이들은 내 나이를 무척 궁금해한다. 처음에는 나이를 밝히고 싶지 않은 마음에 거짓말을 했는데, 하다 보니 장난이 너무 재밌어졌다.
에피소드 1
아이 1: 선생님 몇 살이에요?
나: 8살
아이 : 아~
에피소드 2
아이 2 : 선생님 몇 살이에요?
나 : 작년에 100살이었는데, 올해 101살 됐어
아이 : 근데 왜 아직 안 죽었어요??
에피소드 3
아이 3 : 선생님 몇 살이에요?
나 : 100살
아이 3 : 근데 왜 할머니같이 안 생겼어요??
나 : 가면 쓰고 있어서 그래. 가면 벗으면 할머니 돼
아이 3 : 아~
에피소드 4
아이 4 : 선생님 몇 살이에요? 아 제가 맞힐 테니까 말하지 말아 보세요! 음... 11살!?
나 : 땡! 12살이야
아이 4 : 와 우리 형이랑 똑같다!
속이는 건 어렵지 않지만, 너무 쉽게 믿어버리니 죄책감도 크다. 장난을 치고 나서 곧바로 사과와 함께 거짓말이었음을 알리지만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 역시 진실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장난치기 좋아하는 성격은 엄마에게서 유전된 게 틀림없다. 엄마는 나와 동생에게 장난치는 게 좋아서 우리가 유치원 가는 걸 싫어했다고 한다. 나는 그나마 잘 속지 않는 편에 속했는데, 동생은 유독 작은 장난에도 금방 속곤 했다.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도 산타할아버지를 믿었으니 말 다했다.
엄마는 자기 직전까지도 "내가 아직도 네 엄마로 보이니?"라고 귀신 흉내를 내며 동생에게 장난을 쳤다. 늘 같은 레퍼토리였지만 동생은 늘 속아 눈물을 터트리곤 했다. 진지한 낯빛으로 사소한 장난을 치는 버릇은 가정교육 덕인 것이다.
학원에서 치는 장난은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커진다는 점에서 엄마의 장난과 차이가 있다. 시작은 정말 사소한 말장난이었는데 소문이 점점 커져 옆반, 그 옆반으로 퍼지는 경우가 있다. 사건의 시작은 이러하다. 핼러윈 시즌, 학원을 핼러윈 스타일로 꾸며놓았다. 교실 창문에 스티커를 사서 붙여놓았는데 핼러윈 스티커니 당연히 유령 등 조금 으스스한 (어른들이 보기에는 그냥 귀여운 그림이지만 아이들 눈에는 조금 무서웠던 모양이다)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아이들이 자꾸 그 스티커를 떼어서 가져가려 하길래 이건 핼러윈 스티커라 밤이 되면 사람보다 커져서 돌아다닌다는 장난을 쳤다. 나름 컸다고 9살 아이들은 믿지 않았는데, 문제는 그 소문이 유치부 아이들에게로 퍼지면서 시작되었다. 갑자기 어느 7세 아이가 찾아와 소곤소곤 물었다.
"선생님 저 스티커 살아있어요?"
장난 마니아로서 이런 달콤한 미끼를 도무지 피할 수 없었다.
"응. 어젯밤에 학원에 있다가 갑자기 커져서 돌아다니는 것 봤어."
"거짓말이죠...?"
이미 한껏 믿고 있는 말투였다.
"원래는 안 그러는데 핼러윈이라서 살아나는 것 같아. 스티커 안 떼고 집에 안 가져가면 괜찮을 거야."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핼러윈이 끝난 후 나는 이 일을 잊어버렸다.
어느 날 한 어린이의 발언으로 인해 이야기는 다시 부풀려지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만류에도 몰래 스티커를 떼어 가져간 모양인데, 그날 밤 정말로 그 스티커가 커져 돌아다니는 꿈을 꾸고 만 거다. 진심으로 무서워하는 아이들 때문에 나는 부랴부랴 해명을 했지만, 여전히 유리창을 스티커로 장식하는 날이면 그 일을 겪은 아이들이 전설처럼 새로운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곤 한다.
"이 스티커, 밤 되면 커져서 돌아다닌다. 내가 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