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나에게 맞는 노래

나답게

by 오드리황

성악 레슨 6개월, 실용 보컬 레슨 6개월의 기간을 거치면서 여러 곡을 배우며 기본적인 발성, 노래에 대한 해석, 감정표현등 많은 것들을 배웠다. 사실 배운 것들의 일부만 흡수했어도 나의 음악의 지경이 분명 넓어지는 시간이었다. 성악 선생님은 배워할 곡들을 직접 선곡해 주셨다. 나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팝송, 가곡 그리고 넬라 판타지아까지 다양한 곡을 선생님의 지도 아래 불러보았다. 노래는 아름다웠고 나라면 선택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곡을 불러보는 경험도 새롭고 의미 있었다.


실용 보컬샘은 나에게 부르고 싶은 곡을 직접 선택하라고 하셨다. 비록 6개월이지만 곡의 선택권을 가져본 적 없는 나는 갑자기 나에게 온 선택권이 낯설었다.


"제가 선택하라고요....?'


불러보고 싶은 곡들은 많았지만 '내가 지금 부를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으로 선택을 주저하게 되었다.


"선생님, 저는 이 곡이 해보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하고 싶으면 해야죠!! 해봅시다. 어려운 곡을 하면 많이 늘어요."


긍정의 왕 보컬샘은 주저할 때마다 과감히 뛰어들 용기를 주셨다. 그래서 나는 무엇이 가능한지 생각하는 것을 너머 그냥 부딪혀 보기 시작했다. 물론 하다가 벽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었지만 노래를 향한 나의 열정 덕분에 그 벽을 넘으며 나는 한 단계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하고 싶은 곡들을 마음껏 불러보고, 또 교회에서 특송도 나에게 맞는 곡을 선택하기보다 그냥 하고 싶은 곡을 불렀다. 나의 음역대에 맞지 않는 곡들과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곡들을 참 많이도 했다. 그냥 닥치는 대로 1년쯤 무수히 실패하고 나니


' 아, 지금 내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을 이제 알겠네'


라는 깨달음이 왔다. 그리고 그 깨달음과 동시에 쳐다도 보지 않았던 나에게 어울릴만한 곡들이 하고 싶어졌다. 나는 심플한 곡을 깨끗하고 맑게 표현해 내는 것이 나에게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헤매는 기회를 많이 가지는 것이 나를 알아가는 지름길임을 깨닫는다.


난 실패를 많이 해도 실패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실패에서 다시 딛고 일어서는 방법은 터득했는데 실패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아직 많이 나약하고 흔들렸다. 실패에서 무엇 때문에 실패했는지 머무르며 충분히 배우는 과정을 생략하고 싶어 했으며 실패로 인한 고통을 빨리 지나가려 했다. 실패 후 나는 어느 방향으로 일어날 것인지 재빠르게 설정해 실패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다시 달렸다. 오뚝이처럼 실패에서 빨리 일어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빠른 속도는 회피의 결과였다.


노래를 하면서 나의 축 쳐져 있던 내적 자아가 기지개를 켜면서 나는 나의 실패를 곱씹고,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울지 주의를 집중하게 되었다. 회피를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처음엔 특송이 다가오면 너무 열심히 연습해서 목이 쉬었다. 너무 잘하고 싶은 욕심에 나는 과하게 연습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컨디션 관리를 못하기 일쑤였다. 나에게 어떤 키가 맞는지 몰라 그냥 무조건 원래 키대로 부르다가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버거운 노래를 불렀다. 실수하는 게 싫어서 잘한다는 칭찬을 듣고 싶어 지나치게 긴장했다.


결국 난 나로 살지 못하고 내가 보이고 싶은 나의 모습으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느라 안 겪어도 될 실패들을 무수히 반복해 왔다. 숨을 고르고 조금만 들여다 보아도 보이는 것들을 보지 못하고 그냥 돌진만 했던 과거의 나를 지금의 내가 가엽게 바라본다.


진짜 나는

틀려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길 수 있는 사람'이다.

실수해도 당황하지 않고 재치 있게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순간의 행복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사람이다. 고로 무대 위에서 가장 행복할 사람이다.

나답게 살고 나답게 노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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