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귀가 뚫리는 시점

숙련을 향한 한걸음

by 오드리황

노래를 배우기 전, 누군가의 노래를 듣고 난 후 나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좋다와 별로다. 가사가 좋든 멜로디가 좋든 감정이 전달되었든 어느 하나가 충족되면 좋다는 반응이 나왔다. 잘한다의 반응은 나에게 나온 적이 없다. 나는 무엇이 잘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보컬샘이나 지인들이 "이분 너무 잘하지 않아요?"라고 물으면 나는 "그래요?"라고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에겐 대부분 다 잘한다. 기준이 나이기에^^ 솔직히 말하면 주제 파악을 했기 때문에 이만큼 겸손해진 것이다.


처음 나의 곡을 발표하고 나서 나의 실력을 적나라하게 평가할 수 없었을 때, 난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가수들처럼 될 줄 알았다.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란 말이 그때의 나에게 딱 맞는 말이었다. 난 나의 실력을 정확히 알지 못했고 조금만 하면 금방 성장할 수 있을지 알았다. 그렇게 나 자신을 잘 몰랐던 난 근거 없는 자신감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나의 기대와 예상보다 더디 느는 나의 실력에 안 해도 될 좌절을 이어갔으니... 하나의 포인트를 몸에 익히기까지 참으로 많은 시간이 걸리는 걸 나는 뒤늦게 알았다.


나는 사실 교회 안에서 주로 음악을 즐겼기에 ccm이라는 제한적인 장느만 듣고 불렀다. 힙합, 팝, 포크, 재즈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인풋이 부족했다. ccm 이외의 장르는 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음악을 집중해서 듣고 또 노래를 하기 위해 들으니 음악은 재미를 넘어 어마어마한 세계였다.


보컬샘도 일단 많이 들어볼 것을 추천해 주셨다. 듣는 것이 익힘의 시작이었다. 대학 졸업 후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어학을 할 때도 제일 처음 시도한 것이 듣기였다. 방에 있을 땐 하루 종일 뉴스를 틀어놨고, 영어 잘하는 룸메이트를 만들기도 했으며, 일단 영어에 최대한 많이 노출하는 것이 내가 정한 첫 번째 우선순위였다. 영어는 계단식으로 늘었다. 정체기를 가지다가 확 늘고 다시 정체기를 가지다가 확 느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다. 나의 발성도 그랬다. 어느 정도의 연습이 쌓여야 그 발성을 따라 하거나 익숙해졌다. 노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내가 발성에 대하 아는 만큼 나의 귀에 더 들리기 시작했고 발성을 나의 노래에 적용할 때에는 그 부분이 더 확실히 귀에 들렸다.


진성과 가성의 구분, 호흡을 얼마나 섞었는지, 끝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강약 조절을 어떻게 하는지.. 등

이것들은 모두 내가 지식으로 알아채고 내 몸에 체득되는 것과 함께 발맞춰 나아가는 중이다.


무언가 체득되는 데에는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다.

고3 때 1년간 문학에 심취해 있었다. 남들은 그동안 쳐다보지 않던 교과서를 들기 시작할 때, 나는 쳐다보던 교과서를 던지고 문학책을 들었다.


'작가가 될 건데 대학은 갈 필요 없지! '


사실 어느 정도는 하기 싫은 공부에 대한 회피가 크게 작용했다. 집어던진 교과서로 곤두박질치는 성적엔 관심이 없었다. 수업시간에 소설책을 보다가 선생님들께 많이 혼나고 많이 맞았다. 중간고사 기말고사는 시험 전날 공부하는 시늉만 했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문예창작과에 들어갔다.


'수업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어?"


수업이 처음으로 재미있었다. 그렇게 2년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자마자 난 글과 멀어졌다. 영어과로 편입하고 바로 교환학생의 기회를 얻어 따나고 대학 졸업 후 유학 4년 그리고 결혼 후 육아 시기까지 쭉~글과 멀어졌다.


그리고 15년쯤 지난 최근에서야 글에 대한 나의 마음이 다시 떠올랐다. 잊고 있었던 마음이 떠올랐다.


나는 그 시간을 독서 그리고 글쓰기와 담쌓고 살았다. 그리고 나의 현재는 글을 잘 쓰는 사람과 멀어져 있었다.


'내가 일기만 꾸준히 썼어도 지금 나의 모습과 실력은 현재와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고, 지금 쓰는 에세이도 내가 표현하고 싶은걸 더 잘 표현할 수 있을텐데....!'


아쉬운 마음을 숨길 수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는다. 나는 음악도 글도 다시 biggier이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글도 음악도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해야겠다. 어떤 글들이 진심과 깊이를 닮고 있는지 어떤 노래가 어떤 이유로 잘한 것인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나의 글과 나의 노래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숙련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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