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정의 콜라보
두성은 성악 선생님께 배울 때 조금은 몸으로 체득된 부분이 있었다. 몸에 힘을 빼고 소리를 돌려 미간 사이로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면 소리가 났다.
두성의 감각은 익혔지만 배의 압력을 주는 것은 영 감이 잡히지 않았다. 촛불을 끄듯이 숨을 불어보기도 하고, 뱃가죽이 등가죽에 붙을 듯이 마신 숨을 다 빼보기도 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따라 하다 보니 어느새 자연스럽게 배에 압력이 들어가는 감각을 체득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배에 압력을 어떻게 줘야 할지 몰라 배에 인위적으로 힘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바른 압력은 배에 힘을 인위적으로 주는 것이 아닌 숨을 잘 들이마실 때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는 원리였다.
두성도 배의 압력도 익숙하지 않을 때 이 두 가지를 함께 신경 쓰기는 매우 어려웠다. 두성을 신경 쓰다 보면 배의 압력을 놓치기 일쑤였고, 배의 압력에 무게를 더 두다 보면 어느새 두성을 놓쳤다. 배의 압력이 없어 소리가 둥둥 뜨는 나에게 선생님은 소리는 두성으로 위로 뻗으면서도 동시에 밑에서 잡아주는 묵직함이 있어야 소리가 안정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것이 마치 이성과 감정의 균형으로 받아들여졌다. 사람마다 이성이 더 익숙한 사람, 감정이 더 익숙한 사람이 있다. 이성이 더 익숙하고 많이 쓰는 사람을 T, 감정이 더 익숙하고 많이 쓰는 사람을 F라고 MBTI라는 성격 유형 테스트 안에서 명명한다. 주로 더 많이 쓰는 것이 이성이고 감정이라는 것이지 이성만 또는 감정만 쓰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 사람 안에서도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잘 맞출수록 그 사람도 또 그 사람 주변도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직관(N)과 감정(F)이 월등히 우세한 내가 상담을 할 때 직감적으로 상대를 파악하고 내담자를 공감하는 것은 비교적 어렵지 않다. 초기 면접 때 내담자에서 전달되는 불안, 우울, 긴장등 많은 부분이 쉽게 전달된다. 하지만 객관적 근거들을 찾아 명료하게 내담자를 파악하는 것은 어려울 때가 있다. 일지를 작성하고 내담자와 내담자의 보호자에게 설명할 때도 객관적이고 명료하게 증상을 전달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 불가한 일은 아니지만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자꾸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나에게 감각(S)과 이성(T)이 강화되고 있었다.
'상담사가 나에게 맞는 직업일까?'
란 생각을 종종 하던 나는 요즘
'상담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어 참 좋다'
로 바뀌었다. 상담사로 일하면서 나의 약점이 강화되고 있고 나의 내면과 삶에 균형이 잡혀가고 있다.
나는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다. 노래에 감정을 이입하고 표현하는 것이 즐겁고 그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나는 이 즐거움과 카타르시를 더 온전히 누리기 위해 기본 발성을 탄탄히 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의 감정의 시작과 흐름을 자연스럽고 깊게 하되 내 안에서만 극대화되어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엔 울타리를 쳐주고 싶다. 울타리는 치는 과정엔 이성 몇 스푼이 필요하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노래를 하고 노래를 만들고 무대에 서는 모든 과정 가운데 익숙한 직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과 이성도 함께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나의 강점인 감정은 흐르도록 두고, 과잉되어 감정의 흘러넘쳐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과 생각 속으로 흘러들어 가길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