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노래할 이유 2

노래에게 다가가는 길

by 오드리황

남편에 대한 나의 분노를 잠시 놓아두고 나에게 집중하기로 결정한 그 시기에 나는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노래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나는 나의 마음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며 집중했다.


내가 가장 동경하는 직업은 뮤지컬 배우였다. 음악, 춤, 이야기가 모두 어우러져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뮤지컬은 나의 심장을 가장 뛰게 했다. 나는 그 직업에 감히 뛰어들 생각은 하지 못한 채 그저 동경한 이유들이 있다. 내가 10대와 20대인 시절 배우라는 직업은 외모가 출입문 역할은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나의 작은 키와 또렷하지 않은 이목구비가 내가 보아온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고, 노래 춤 연기 그 어느 것에도 재능이 없었던 난 종합예술인인 뮤지컬 배우는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또 하고 싶었던 직업은 아나운서! 이것 역시 외모에서 탈락!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렇게 나의 진짜 꿈을 찾아가는 과정 가운데 강의 아르바이트가 들어왔다. 스튜디오에서 강의를 녹화하는 일이었다.


' 오 내가 이 일을 해볼 수 있다고?'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이 일을 해볼 수 있다는 것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스튜디오에서 테스트를 해보게 되었다. 하기 전에는 많이 떨렸는데 막상 카메라 앞에 서서 대본을 읽는데...


' 어라? 안 떨리네?'


안 떨리는 것을 넘어 담대하고 편안한 느낌까지 들었다. 스튜디오 대표님이 '음색이 너무 좋으시네요.' 라고 하시는데


'내가 음색이 좋다고?'


스튜디오 대표님의 말이라 왠지 더 유의미하게 느껴졌다. 그 후로 그 말은 내 귓가에 맴돌기 시작했다. 내 음색이 좋다고...! 아니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노래를 좋아했지. 어린 시절보터 교회 죽순이로 산 탓에 교회에서 날마다 못이 쉬어라 노래했다. 숨 쉬듯 노래했다. 그땐 미처 몰랐는데 난 노래하면서 마음의 짐들을 계속 덜어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때 살기 위해 노래를 했었구나. 어쩐지 내가 짠하게 느껴지며 노래가 있다는 것이, 음악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노래를 해볼까?'


이런 생각에 도달한 시점에 지인의 딸 전시회에 갔다가 우연한 기회에 보컬 트레이너를 만나게 되었다. 그분과 합석하며 잠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노래는 재능인가요? 노력하면 잘할 수 있을까요?"


그분의 대답은


"노력하면 어느 정도 실력이 향상될 수 있어요. 타고난 음색이 좋으시네요. 노래 잘하실 수 있을 거 같은데요. "


그 순간 머릿속에서 빵빠레가 울렸다. 스튜디오 대표님의 음색이 좋으시네요의 그 한마디가 보컬 트레이너님의 말이 오버랩되었다. 나의 노래할 이유를 찾은 순간이다. 이때 나에게 희망을 주였던 보컬 트레이너는 1년 후 나의 보컬선생님(소피아샘)이 되었다.


나는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한다. 내 안의 생각과 감정들을 예술이라는 형태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유학시절과 결혼 후 도합 15년 이상 펜을 놓았던 나는 다시 무언가 쓰고 싶어 지기 시작했다. 그냥 쓰고 싶다는 생각은 떠올랐는데 무엇을 써야 할지는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생각을 노래로 만들어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노래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발견했고, 노래를 배우며 노래를 배우는 과정이 삶을 사는 과정과 많이 닮아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노래 배우는 과정을 에세이로 풀어내보자! 가슴이 뛰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정학이 일치되는 순간이었기에!!!


43년 나의 삶을 이끌어온 건 팔 할이 꿈이었다. 정확히 꿈을 꾸는 습관이었다. 10년간 기회가 닿을 때마다 했던 MBTI 검사는 ENFP와 INFP를 정확히 반반 오갔다. 하지만 NFP는 10년간 절대 바뀌지 않았다. 나에게 NFP는 굳이 검사를 하지 않아도 단번에 알 수 있는 나의 성격 유형이다. 감각보다 직관이 월등히 우세한 나의 머릿속엔 일어나길 기대하는 꿈이 늘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어는 날, 어떤 경로로 꿈 한 조각이 들어오면 나의 머릿속엔 그 꿈이 이루어진 미래가 이미 펼쳐져있다. 현실이 무채색일 때, 머릿속에 펼쳐진 꿈은 늘 유채색으로 찾아왔고 그 덕분에 나는 걷던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늘 머릿속의 공상의 세계만 바쁘게 움직였고, 현실에서의 손과 발의 속도로는 그 꿈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생각해 보면 꿈을 꾸는 것은 현실 도피였다. 나의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도피하는 방법이었다. 나의 약점인 도피와 강점인 직관의 콜라보였던 것이다. Dreaming! 현실도피의 방법치곤 꽤 근사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덕분에 나는 40대가 넘어서 Beginner가 될 수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게으른 손과 발을 열심히 움직여 도피에서 벗어나 성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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