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추천하는 스승의 날 선물

청탁금지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선생님들이 진짜 받고 싶어하는 선물

by 대치동 비둘기
우리 이번 스승의 날 무엇을 할까요?



학부모이자 초등교사로서 가장 난감한 날 중 하나는 바로 '스승의 날'인데 올해도 어김없이 이 날을 준비하자는 엄마들의 이야기와 톡방의 투표가 나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 김영란법 이후로 공무원들은 민원인과 관계가 있을 경우 그 어떤 물질적인 선물도 받을 수가 없고, 특히나 학교의 경우 교육청 자체적으로 '청렴 교육'을 중시하기 때문에 해마다 관련 기안과 대문짝만한 포스터와 안내문이 내려온다.



그래서 요즘 트렌드는 '학교에는 아무것도 보내지 않지만, 학원에는 보낸다'인데 이를 잘 모르는 학부모의 경우 열성적으로 무언가를 준비해 담임선생님에게 써프라이즈를 해주고 싶다는 결심을 섣불리 하고야 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엇이든 다시 돌아온다.'는 것인데, 이것이 물질적인 것을 선생님에게 주고 우리 아이에게 무언가 좋은 것이 돌아온다는 것이 절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출처 시사IN
스승의 날 기억에 남는 선물이 있나요?


과거 촌지가 당연시되고 선생님의 차키를 받아 학부모들이 무언가 잔뜩 넣어놨었다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일들을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아직도 누군가는 '그래도 선생님들은 선물을 받을 것이다'라고 은연중에 생각하는 듯 하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단 서울의 경우 선생님들이 스승의 날 받고 싶어하는 무언가는 대부분 비슷하다. 말만으로도 행복하게 하는 그 단어는 바로 '평안한 하루'이다. 진짜 솔직히 스승의 날 '출근'을 안하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인데 요즘은 재량휴업일로 불편한 만남을 차단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아이들이 말을 잘 듣고 아무 사고가 나지 않는 날'이 정말이지 제일 받고 싶은 선물이다.



쉽게 말해, 그냥 선생님을 힘들게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온전한 하루를 정말이지 가장 받고 싶다. 농담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진짜 그냥 아무도 안 건드리고 나만 가만히 나두고, 나를 몰라주는 하루가 하루만 허락되기를 마음 깊이 바라고 바란다.



대학생이 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우리 어머니가 담임 선생님의 아내가 파는 보험을 들어줬다던가, 중학교 때 촌지를 드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딸이 선생님이 되었다는 말에 이제 화장품은 안 사도 되겠다면서 선물 많이 받겠다면서 너무나 당연하게 딸 부럽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는 어머니의 말은 이미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 어머니도 준 것이 있어서 그런지, 당연하게 들어올 선물에 대한 기대의 눈빛은 매해 나를 더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절대 학부모가 주는 거 받지마. 주고 바로 신고하는 사람도 있어.



첫 발령학교에서 나는 참 운이 좋게도,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스타일의 부장님을 학년부장으로 만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많은 것들을 그 부장님은 그때부터 준비하고 준비했다. 그때 거의 3년차였던 나에게 무서운 일화들을 몇 가지 알려주며 정말이지 행동을 조심해야한다고 알려주고 또 알려주셨다.



학부모가 단체로 간식을 넣거나 생일 음식을 넣는다고 할 때 거절하는 방법(그 당시에는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음), 상담 마칠 때 무언가 건네면 바로 다시 줘야하고 그 때 해야해는 말, 전화로 민원이 들어올 때 단호하게 해야하는 반응들 등등 그 당시에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던 많은 것들을 그 때 배웠다.



그 무서운 일화들 중 하나는 상담을 마치고, 선생님 드리려고 롤케이크를 사왔다며 건네며 쑥쓰럽게 인사하며 나가는 학부모를 보내고 다음 상담을 준비하며 롤케이크를 다른 곳으로 치워두려는데 교실 앞문이 불쑥 열리며 교육청 직원이 들어와 '뇌물' 신고를 받았다며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불행히도 롤케이크 상자 아래에는 상품권이 꽤나 여러장 꽂혀있었고 졸지에 뇌물먹은 교가가 되어 그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경위서를 작성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누명을 벗게 되었다는 전설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상담을 마치고 쭈뼛거리며 건네려 하는 그 눈빛과 제스쳐만 봐도 상황을 차단하려 몸부림치는 습관이 생겼는데, 종종 그냥 가방을 들고 나가시는 경우도 있어 혼자 좀 우스운 꼴이 된 적도 있다.



솔직히 말해, 첫 학교에서는 해마다 당연히 의례적으로 무언가 받는 선생님들이 있긴 있었다. 왜냐하면 나의 경우 보통 고학년을 담당했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상담 말미에 꺼내는 봉투나 선물이 갑작스레 주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해온 익숙한 제스쳐였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문은 빨라 자기 아이 코트까지 받아낸다는 선생님도 있다고 전해들었다.



사람마다 다른데 자존심이 강한 저경력 교사였던 나는 월급이 적어 불만이 있었는데, 외국 브랜드 화장품을 선물하려는 학부모를 보면 바로 돌려보냈다. 내가 그 화장품을 못사는 것 같아 보여서 주는거 아니냐는 자격지심과 부장님의 훈련 덕분에 지금 생각하면 아까운 정도의 선물도 돌려보내고 돌려보냈다. 그 당시에는 아마 누군가 자연스레 받았는지, 내가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 생각해 다음날 아이를 통해 다시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있고, 모바일 선물권이 많은 시절이지만 스마트폰이 나오기 시작하던 시절의 나에게 개인 전화번호로 보낸 빕스 상품권 때문에 교무실에 내려가 그 일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몇 날 몇 시 어떤 경위로 그것을 받게 되었으며 돌려주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썼는지 서류를 한가득 작성해야만 했다. 돌려주기도 얼마나 어려웠는지, 모바일 상품권을 돌려줬더니 아이가 다음날 편지를 써왔는데 그 사이에 넣거나, 학용품 바구니 같은 곳에 넣어 선생님한테 전해달라고 했는지 수상한 카드를 나에게 줘서 다시 책가방에 넣어주고 아이는 엄마가 주라했다고 빼고 실갱이를 벌였던 기억이 있다.



이런 말하기 그렇지만, 선물을 주시는 경우 중 '힘든 아이'들이 종종 있었는데, 담임 선생님 입장에서 그런 선물도 받기 싫으니 말 좀 잘듣게 가정에서 잘 지도하고 아이 좀 보듬어주셨으면 싶을 때도 많았다.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냥 진짜 학생으로서 해야할 도리만 똑바로 해도 그 자체로 정말이지 큰 선물이 된다.



청탁금지법에 따라 담임선생님이 받는 선물들은 반환 과정을 거쳐야하므로 곤란하게 만들지 말고, 정말 감사하다면 이전 선생님에게 진심을 표현하기를 권한다.


청탁금지법 관련 Q&A



진짜 선물이 드리고 싶다면 학년을 마치고 드리세요



작년에도 학기 중간에 아이들이 대회 나가는 것을 도운 적이 있는데, 학부모님들이 내미는 스타벅스 카드를 다시 돌려드리고 다음에 졸업하고 나서 생각이 나신다면 그 때 달라고 말씀드렸다(실제로는 졸업할 때 다시 주시지 않음). 그래서 종종 6학년 선생님들은 졸업식 날 아이들을 보내고 돌아온 교실 책상에 가득히 쌓여있는 선물을 받는다. 모든 이해관계가 마친 후에 받는 감사야말로 정말이지 서로에게 큰 감동이다. 그만큼 6학년은 초등학교에서 가장 극한 직업이고 정말 힘들고 1년을 마치고 무사히 졸업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감사한 시간이기 때문에 누구나 그런 선물을 부정하거나 의심하지 않는다.



학년이 마치거나, 모든 관계가 마친 후에 선물을 주는 일은 거의 없다. 말은 쉽지만 실천이 몹시도 어렵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에게 우리 아이를 가르쳐준 1년이 감사했다고 인사를 전한다면 그것은 '무언가 부탁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다'는 진심이 들어있기 때문에 만난지 3개월도 안된 어줍짢은 기간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스승의 날보다 훨씬 큰 감동이 느껴진다.



선물을 준비하기 보다는
선생님 말을 진짜 잘 듣는 하루를 보내라는 조언이 더 필요한 요즘



선생님 말씀 잘들으라는 조언은 과거 학부모들은 많이 했지만, 요즘은 주변에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 워낙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라 그런지 담임선생님의 교육관, 교육철학, 교육방식의 모든 것이 학부모와 찰떡궁합처럼 맞는 경우가 잘 없기 때문이겠지만 의심을 거두고 정말이지 단 하루 아이가 선생님의 온전한 하루를 신뢰와 존중으로 서로 보람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응원해주면 좋겠다.



단체로 무언가를 준비하려는 아이 친구 엄마이자 다른 학교 학부모를 말리고 싶어 주제 넘게 장문의 카톡을 보내고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누군가에게는 '일생의 단 한 번 자녀의 학창시절'인 것은 맞지만, 학교에서는 다른 반과의 차이를 두지 않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수업하고 똑같은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혹여나 비교하여 차별을 겪지 않도록 부단히 애쓴다. 그래서인지 진심이 몇 인지 알 수 없는 인위적인 준비로 한 반만 튀는 사태를 나는 정말이지 피하고 싶다.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정해져있는 이유도 그와 같은데, 학부모들이 합심해 우리반만 보여주기식으로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것은 학부모인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



담임선생님들은 학부모 단체 톡방이 있다고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그것을 폭파시킬 권한이 없다. 학부모들은 그곳에서 많은 사건사고, 구설수가 오르락 내리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알지만, 그렇다고 굳이 나만 나갈 이유가 없다.


그래서 나는 단체톡방에서 학부모들끼리 돈을 모아 선생님께 보여주기 위한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은 그냥 학부모 개인 만족이지 진심어린 감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아무것도 안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편지도 안 써주면 서운하다



정말이지 웃픈 현실은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단절된 선물 문화가 편지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해줬으면 좋겠다지만 편지 하나 쓰지 않는 문화는 때때로 약간의 서운함을 안겨준다. 아이들은 스승의 날이 되면 현재 담임선생님들과 같이 만들기 활동을 하며 의무감과 안부 그리고 감사 그 어딘가의 마음을 담아 과거 담임 선생님에게 편지를 쓰고 카네이션을 색칠한다.


스승의 날 선생님에게 만든 의무감이 가득 담긴 카드 이외의 편지를 받는 경우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어졌다. 더이상 진심으로 꾹꾹 눌러담은 손편지를 받고, 주신 편지를 잘 받았노라 감사편지를 보냈던 과거의 기억은 역사적 유물처럼 빛바랜 추억이 되고 있다



요즘은 알림장 메모, 이알리미, 클래스팅 등의 앱을 이용해 간단한 문장들만이 담임 선생님과 학부모 사이를 오간다. 고마운 것도 당연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당연하다지만 정말이지 1년을 끝날 때까지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듣고 나면 서운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선물은 바라지도 않고, 그냥 헤어지기 전에 진심이 담긴 인사나 카드 정도는 받아보고 싶다.



내가 받았던 가장 뜻깊은 스승의 날 선물은 카네이션 팝업 카드에 적힌 학부모와 아이의 진심이 담긴 편지였다. 정말 좋아했던 학생 중 하나이기도 했고, 별다른 미사여구가 없었지만 진심이 가득담긴 따뜻한 글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 일 전부터 준비해 책가방에 숨기고 다녔다는 아이의 올망졸망한 눈빛이 맑고 기특해 참 고마웠다.



그래서 나는 의무적으로 돈을 모아 맞춘다는 티셔츠 스티커나 단체로 의무적인 편지를 쓰기보다는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 싶은 학부모나 아이가 손글씨로 적어보낸 편지를 알아서 준비하고 개인적으로 전했으면 좋겠다. 용기도 없고 반대표도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다수결을 따르겠지만 의무적으로 만들어낸 옅은 감사보다 진심으로 담아낸 깊은 감사가 더 큰 감동을 준다는 걸 학부모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카네이션


결론적으로,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스승의 날은 절대사절이다. 게다가 학부모들끼리 모의(?)를 하여 돈을 거둬 무언가 구매하는 것(선생님에게 직접 드리지 않아도, 악세사리나 티셔츠를 준비하는 행동을 위해 구매하는 것)은 지양해야한다. 학교 전체, 다른 학년, 다른 반의 시선을 다각도로 살펴 지혜로운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솔직히 그런 노력을 들일 시간과 비용을 비추어볼 떄 오히려 다이소에서 카드 한 장 구매해(이미 다이소는 카네이션으로 덮여있음) 귀여운 그림과 손글씨를 진심을 담아 적어 보내는 것이 훨씬 더 큰 감동으로 돌아온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학생이 직접 쓴 손편지나 감사카드만 담임선생님꼐 드릴 수 있는 선물 정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스승의 날을 너무 부담스러워하지말고 아무것도 안 보내도 전혀 문제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길.


출처 대한민국정책비리핑


앞 부분에도 서술했지만 선생님들이 진짜 받고 싶어하는 스승의 날 선물은 진짜 그냥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하루이다. 선생님이 같은 말 여러번 하지 않게 똑바로 집중하기, 장난치고 싶어도 조금더 참기, 하지말라는 행동 진짜 안하기와 같은 조언으로 그날만이라도 아침에 우리아이 정신교육을 똑바로 시켜 보낸다면 그것으로 가장 큰 선물을 보낸 것이다. 선물이나 카네이션 스티커, 또는 카네이션 꽃다발, 단체로 준비할 무언가 사이를 고민해봤자 스승의 날 아침 하루의 정신교육을 절대 이길 수 없다.



이건 진짜 진심어린 조언과 소망이니 이 글을 읽는 지혜로운 학부모님께서는 꼭 실천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 미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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