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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빛나는 Jul 24. 2023

책 읽을 시간이 있어서 참 좋겠어요.

라고 말하는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책 읽을 시간이 있어서 참, 좋겠어요.


책 읽는 것이 내 주된 일과라고 이야기하면 위와 같은 말을 종종 들을 때가 있다.

진짜 부러워서 한 말인지 내가 할 일 없는 사람으로 보여 한말인지,

이유가 궁금하긴 하다만,

뭐라고 딱히 대꾸할 말이 없어 그저 웃는다.

당신에 말에 대한 내 대답은 글쎄(?)다.

그대와 내겐 하루에 24시간이라는 똑같은 신의 선물이 주어진다.

'나와 같은 시간을 살고 있으면서, 나와 같은 주부이면서 어쩜 그런 말을 내게 할 수가 있을까?'

마치, 당신은 아주 바쁜데 내가 당신보다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아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당신은 아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하루 일과들을 나는 설렁설렁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그런 면도 없진 않다)

아이들 영아기 때 내가 하도 짜증을 내고 있으니 남편이 '아들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엄마들에게'라는 제목의 책을 내게 건넨 적 있다. 

남편은 조심스레 전한 마음이었겠지만

1살 3살 아들 둘을 키우는 내가 그때 그 책을 받아 들고서는 던져버릴 뻔했다.

'지금 내가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다고???!'

그렇다.

내게 저런 질문들을 한 분은 책에게 할애할 그 어떤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을 만큼 지친, 그때의 내 마음 일 것이라고 생각해 보기로 한다.


그래서 책 읽을 시간이 많은 내가
친절히 몇 가지 팁을 주고자 한다.
그대가 책을 읽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고 이야길 하니, 말이다.



1. 꾸준함

이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남편과 나는 크리스천이다.

결혼 전 시댁에서는 매주 일요일마다 저녁 가정 예배를 드렸는데 그때마다 성경책을 한 장씩 돌아가며 읽었다고 한다. 30여 년 넘게 가정 예배를 드렸으니 성경을 통독을 몇 독이나 했다고 말했다.

나는 매 해 1월이 되면 큰맘 먹고 성경 1독의 계획을 세웠었지만, 몇 개월도 안 돼서 흐지부지 실패하고 새로운 해에 또다시 결심하고 처음부터 읽던 곳만 제자리를 맴돌다 끝이 났던 성경 통독의 벽이있었다.

(마치 수학 공부할 때 수학의 정석의 집합과 명제만 본 것처럼)

그 두꺼운 66권의 성경 통독은 시댁에서는 꾸준한 습관이 되어 가능했던 것이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
쉽게 알아채지 못할 뿐, 반드시 젖는다.
매일 조금씩 엉덩이를 붙이고 그냥, 읽어보는 거다.


2. 방해요소 제거 (절제의 힘)

책 읽기에 방해되는 요소를 치운다.

요즘 남녀노소 불문하고 독서에 제일 큰 방해요소는 스마트 폰이다.

사실 이 절제가 제일 힘든 일이다.

나 또한 그렇다.  쇼핑앱이나 유튜브의 알고리즘 등은 멀리한 지 오래되었지만 카톡이나 새로운 뉴스, 기사체크는 아직 내겐 절제가 필요한 부분이다.

급한 전화는 받아야 하니 전화는 벨소리지만 카톡은 늘 무음이다.

톡이 울려 확인하는 것이 아닌 내가 볼 수 있을 때 확인을 하고 답장을 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다정도 병이라고 했던가? 나는 카톡을 주고받을 때 내가 늘 마지막으로 끝이 나야 마음이 편하다.  

한 대화의 마무리를 맺기 전까지 폰을 놓지 못한다.

톡이 무음이니 혹시나 답장을 제때 못할까 봐 계속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일을 하거나 독서를 할 때 휴대폰은 다른 방으로 치워놓는다.

휴대폰만 주변에 없어도 큰 장애물 하나는 해결했다.

사실, 나보고 책 읽을 시간이 많아서 좋겠다고 하신 분께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당신이 유튜브보고 쇼핑하고 카톡 하고 있을 그 시간에 나는 책을 본답니다'


3. 틈새 시간 공략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책을 각 잡고 읽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틈새 시간이 중요하다.

외출을 할 때 부담 없는 내용의 책을 함께 챙겨간다.  가방에 가벼운 사이즈로 한 꼭지씩만 읽어도 문맥이 이해되는 책을 챙겨 나가면 버스를 탈 때, 누군가를 기다릴 때 화가 나거나 지루하지 않다.

앗, 간혹 버스에서 너무 집중을 하다 보면 내릴 곳을 놓치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

나는 집안일을 하거나 밥을 할 때 (의외로 요리하는데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많다.)

태워먹지 않은 선에서 불에 올려놓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보다 한문단을 후딱 읽고 오는 것을 택한다. 집안일을 할 땐 오디오 북이나 유튜브 강연을 종종 듣기도 하지만 나는 여전히 종이책을 선호한다.

틈새시간은 아주 많고 무궁무진하다. 아이들 하교를 기다릴 때, 주방에서 밥 짓다가, 화장실에서, 누군가를 기다릴 때, 빨래 갤 때(오디오북) 등등 그 순간 책만 있으면 어디서든 독서는 가능하다.


4. 같이 읽기

책은 같이 읽으면 더 좋다.

작년 마음에 맞는 동네분들과 시 지원을 받는 독서 동아리를 했었다.

시에서 지원받으니 책, 글쓰기 도구, 강사님 초청 강연료까지 지원을 받았다.

그때의 인연으로 올해부터는 한 달 한번 독서모임을 한다.

회원이 돌아가며 한 권씩 책을 추천하고 한 달 동안 그 책을 읽고 만나서 책 나눔을 한다.

함께 읽을 목표와 날짜가 정해지면 어떻게든 읽게 된다.

어떤 날은 읽어야 할 책 표지가 하도 넘겨가지 않아 한 달 동안 미루고 미루던 책이었는데, 막상 모임날이 다가오니 아주 힘겹게 펼친 표지가 민망하리만큼 단숨에 그 자리에서 책을 읽었다.

이런 강제적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나는 여태껏 그 책의 표지 뒷장을 결코 보지 못했으리라 자부한다.

책은 같이 읽으면 더 좋다.
그리고 같은 책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사유의 시선도 꽤 흥미롭다.


5. 내게 재미있는 책 찾아보기

무엇보다 책이 재미없어서 읽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을 거다.

베스트셀러라는데 스테디셀러라는데 내가 읽으니 마음에 와닿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면?

내가 원하는 분야의 책을 추천받아 볼 것을 권유한다.

주변에 책을 아주 좋아하는 다독가가 있다면,

당신이 책 추천을 부탁한다는 말을 뱉어냄과 동시에 신이나서  한 시간 동안 당신에게 추천해 줄 책 이야기를 하느라 구름 위를 떠 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땐 내가 좋아하는 장르, 재미있게 읽었던 책, 읽고 싶은 분야의 책 등 당신에 대한 정보를 조금은 친절히 이야기해 준다면 그 다독 가는 더 열심히 자신의 독서리스트에서 당신에게 가장 적합한 책을 뽑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책을 읽으려면 무엇보다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스마트폰보다 책이 재미있다면,
그 책의 마지막 장을 덮기 전까지 내 손에서 놓을 수 없다면,
위의 다섯 가지 팁은 다 필요 없을 테니 말이다.


나는 책 추천을 많이 하고 있다.

내가 원해서이기도 하고 부탁을 받기도 하고

각 독서 성향별로 추천해 준 책을 읽은 독자들의 피드백에서 데이터를 수치로 한 통계가 궁금하기도 해서이다.


예전 글쓰기 수업 강사님이 내 독서 성향을 들으시고는 '책약국'을 운영해 보라고 말씀하셨다.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을지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책 처방전'을 내려주는 것이다.

'장르와 맥락 없는 내 독서 성향이 이렇게 쓰임 받을 수도 있을까?'라는 생각에 막연한 기대로 설레기도 해서 더 열심 내어 책을 읽고 추천하고 피드백을 받고 있다.

추천은 내 주관이 들어가겠지만,  

객관화된 데이터도 필요하니 말이다.


암튼,

결론적으로

그대도 읽을 수 있으니

나를 부러워만 하지 말고

이제 독서를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 무거운 책의 첫 장을 넘겨보자.

더 이상의 핑계는 뒤로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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