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짝반짝 빛나는 Jul 28. 2023

특기는 독서입니다만, 그럼 취미는요?

어서 와~! 미싱은 처음이지?

독서가 취미였던 내게 이젠 독서가 특기가 되었다.

(잘하는 것 하나쯤 있고 싶은데, 마흔이 넘어 겨우 하나 찾았으니 그냥 그럴 거라고 생각해 주자.)

내 하 일과가 독서와 글쓰기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독서와 전혀 다른 취미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처음 시작한 취미 생활이 캘리그라피였다.

목표는 아주 소박했다.

어버이날, 명절, 부모님께 용돈 드릴 때 그냥 봉투 말고 직접 감사 인사 쓴 봉투로 선물하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었다.

하지만,

그 바람이 아주 큰 소망이었다는 사실을 캘리그라피 수강 6개월 차에 깨닫게 되었다.

글과 함께 그리는 수채화는 그럭저럭 봐 줄만 했는데 정말 글이 못 봐줄 정도였다.

원래 악필인지라 캘리에서도 제 버릇 남주지 못하는 실력이었다.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취미인데 특기를 개발하기도 모자라 일상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는 취미 생활을 하고 싶었다. 노력할 수 없는 취미 생활로 실력이 늘지 않자 배우고 올 때마다 기분이 전환 되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만 쌓였다.

 배우다 보면 언젠간 실력이 늘거라는 희망 하나로 재수강 신청을 하러 갔던 날,

수업이 내가 출근하는 요일로 변경 된 것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을 돌리려니,  시간에 신규 수업을 개설했는데 추천받은 수업이 '홈패션'이었다.

재봉틀은 외할머니 골동품 재봉틀을 보기만 한 게 전부였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큰 기대 없이 수강신청을 하고 나왔다.




드디어 첫 수업 날

두둥~~!!!

바늘을 꿰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기본 세팅하는 순서도 헛갈리고 재봉은 삐뚤빼뚤,

주 1회 수업이라 일주일 만에 미싱기 앞에 앉으니 늘 새 마음으로 모든 기억이 초기화되었다.

한참을 일자박기를 하고 또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익숙해지는 느낌이 오면서 감이 왔다.

실을 후루룩 감아 세팅하고 이젠 드르르륵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경쾌하고 반갑기 그지없다.


아직까진 간단한 작품을 만들어서 매주 새로운 작품이 완성되는 성취감도 느낀다.

배운지 5개월쯤 되니 지인들에게 선물해도 민망하지는 않은 솜씨라 나눠주고 있다.


미싱 7개월 차로 접어드는 지금매주 금요일 오전이 기다려진다.

키링, 책갈피, 그리고 미니파우치
스트링파우치와 크로스백


 감사한 일은 동네에 좋은 인연들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수강생은 수업시간에 배우는 공업용 미싱기를 가정에 소유하고 있다.

나도 큰맘 먹고 사볼까?라는 생각을 하긴했지만 

내겐 '모 아니면 도' 다.

'절제를 잃고 빠져버리거나 아님 방치되거나' 둘 중 하나다.

(미싱기가 집에 장식품으로 있는 지인을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미싱기를 사면 독서와 글쓰기를 안드로 메다로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집에서 캘리를 연습하지 않았던 이유는 흥미가 없었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수업 시간 중 패턴 뜨는 시간이  오래 걸려 재봉할 시간이 적은것이 늘 아쉬워 집에서 미리 패턴을 뜨다가 그날 하루 일과를 다 날려버린 적이 있다.

취미가 주객 전도되면 아주 곤란하다.

미싱은 일상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즐거움과 성취 그리고 뿌듯함과 기분전환 이 정도로 즐길 예정이다.

(일단은 말이다.)


집에 미싱기 없는 덕분에 수업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완성한 결과물을 가져가는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수업시간에 완성하지 못하면 집에서 할 수 없기에 꼭 완성하고 싶어 과제 집착도와 몰입도가 높은 편이다.

앞으로 1년 후 2년 후의 결과물을 기대한다.

홈패션을 수강하기 참 잘했다.

오래 오래 이 수업을 들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우연한 기회에 만나는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잡아보는 경험은 소중하다.

한번 시도해 보고 '도저히 아니다' 싶음 그때 관둬도 크게 손해는 아닐 테니 말이다.

'나하고는 맞지 않구나'라는 경험이라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캘리를 결코 포기한 것은 아니다.

정말, 부모님 용돈 봉투를 만들기까지만 배우고 싶은데

(재료비로 산 초기 투자비용이 아깝기도하고)

단지,  수강 요일이 맞지 않아서 기다릴 뿐이다.


이상 독서가 특기, 미싱이 취미인 아줌마의 취미 자랑 끝!!!

조금은 민망한 내 작품들


이전 07화 책 읽을 시간이 있어서 참 좋겠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