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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빛나는 Aug 10. 2023

책 읽는 엄마의 게으른 집

본업은 주부지만 집안일은 틈틈이 합니다.

예전엔 주된 업무가 육아와 집안일이었다면

지금은 육아는 보조 역할이

(아이들이 커 내 말을 안 들어 자연스레 일이기도 하지만)

 이상 집안일을 각 잡고 하지 않는다.




집안일에 목숨 걸던 시절이 있었다.

작은 집에 청소기를 수시로 돌리고 돌돌이 테이프로 바닥을 밀며 천연세제 삼총사로(과탄산, 구연산, 베이킹소다) 청소와 빨래를 하고 아이들 옷을 삶고 장난감을 하나씩 물티슈로  시절.

반찬을 예쁘게 세팅하고 집정리도 어느 정도 해 둬야지

지인이나 시댁 식구가 갑자기 방문해도 당황스럽지 않을 만큼 태연해야 하니까!


그랬던 내가 주업(살림)과 부업(독서)이 바뀌자

주업은 틈틈이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집안일에 마음을 쏟지 않으니 한결 여유가 생겼다.

그런 여유롭고 게으른 주부의 유지 노하우를 소개한다.




1. 아이들 등교준비 시간에 집 청소

아이들 등교를 졸졸 따라다니며 챙기기 바쁜 시절엔 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아이들이 학교 갈 준비하는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아침을 간단히 챙겨주고  일과를 시작한다.

환기를 시키고 침구 정리를 하고 청소기를 밀고 빨래를 돌리고 싱크대 정리와 화장실 청소까지 끝낸다.

(자세한 청소 노하우는 아래)

아이들과 오늘 하루 힘내라는 인사를 나눈 후

현관문이 닫히면 아이들은 학교로

나는 집으로 출근한다. 

커피를 내리는 시그널은  내 직장의 시작이다.


2. 구매가 없다.(먹는 것이 99%)

물건을 잘 사지 않는다.

(우리 집은 엥겔지수 100%이라는 말이 농담 아닌 진담이다.)

집에 물건이  없다는 것은 돈뿐 아니라 시간 절약에  도움을 준다.

 물건이 들어오면 그것을 사기 위한 시간과 비용, 공간이 필요하다.

즉, 무언가를 비워야 한다.

두 번의 이사로 많이 비웠지만 아직 비울 것은 너무 많다.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으려면 일단 사지 않는 것이 좋다. 

예전엔 무슨 물건이든 다 필요할  같았다.

빵집, 아이스크림가게서 파는 굿즈도 열심히 모으던 시절이 있었다. 꼭 필요한  말고는 '예쁜 쓰레기'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후 이제는 거저 준대도 안 가져온다. 

어쩌다 가져오면 그 물건이 필요한 사람을 떠올리며 욕심이 생기기 전 얼른 나눔 해 버린다.

화장지나 생필품은 떨어지고 주일  주문해도 좋다. 집에 뒹굴던 전단용 티슈와 물티슈, 각종 샘플 비누와 화장품이 그 시간에 알뜰하게 소비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3. 식재료는 소량구매&필요한 물품은 한 달에 한번

음식도 냉동실을 쟁여놓으며 살았다.  

대형마트에서 대량 쇼핑하면 소분해서 냉장고에 넣기 바빴고 찾지도 못한 음식들은 화석이 되면 버리기 바빴다.

이제는 대형 마트는 거의 가지 않는다. 

간혹 상품권이  생기면 가는데, 최근 오랜만에 갔다가 뭘 사야 할지 몰라 한참을 방황하다 겨우 상품권 가격에 맞춰  사고 나왔다.(그날, 저녁 찬 거리가 없어 다시 동네마트를 가야 하는 기이한 현상이 펼쳐졌다.)

도서관 갔다 오는 길 마트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반찬거리를 소량만 산다. 감자도 1개, 당근도 1개, 양파는 소 1망을 사면 썩거나 물러서 버리는 경우는 전혀 없다. 

버리는 식재료를 줄이매일 신선한 재료요리할 수 있다. 생필품인터넷이 저렴할 때가 많아 한 달에 한번 쿠폰이나 할인받아 구매한다.

예전에는 핫딜이 뜰 때 쇼핑 했지만(수동적) 

이제는 내가 필요할 때 산다.(능동적 소비)

이 방법이 훨씬 경제적 선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4. 연락할 일은 이동시간에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땐 연락해야 할 일이나 오랜만에 안부를 물어야 할 사람에게 문자를 보낸다.

길을 걸을 땐 챙겨야 할 통화를 한다.

(주로 시어머님, 엄마 안부전화)

주변에 연락할 일은 따로 시간을 내기보다 이동이나 걸어 다닐 때 하는 편이다.

요즘은 길을 걷다 보면 자동으로 어머님 생각이 나고 엄마가 보고 싶을 때가 많다.(이것은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5. 평일은 한 그릇음식

평일 밥은 한 그릇 음식을 주거나  반찬을 두세 가지 정도 차린다.

식판으로 아이들에게 밥을 차려 준 시절이 있다.

아이들은 반찬을 잘 안 먹고 두 끼 이상 같은 반찬을 먹지 않아서 사 온 반찬과 만든 반찬들은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자주 직행했다.

비용도 많이 들고 환경에도 미안한 음식물 낭비를 줄이기 위해 아이들 식단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점심때 학교 영양사님께서 잘 짜준 식단으로 먹고 오니 저녁 한 끼쯤은 간단히 먹어도 되지 않을까?'

(단, 주말엔 아빠와 함께 온 가족 먹는 시간이라 집밥에 신경을 쓴다.)


6. 집안일은 틈틈이

예전엔 싱크대볼 이상 그릇이 쌓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젠 괜찮.

빨래 건조가 끝나도 건조기 문을 열어 환기만 시킨다. 

이틀 이상 못 꺼낸 날은 건조기에서 옷을 찾기도 한다.

아이들 등교 전 집정리가 끝이 나면 이후 집안일틈틈이 한다.

읽고 글 쓰고 공부하다가,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쌓아둔 설거지한다.

눈이 피로할 때 간단한 스트레칭이 필요할 때 건조기에 쌓여 있는 빨래를 꺼내 영상을 들으며(하와이 대저택 1.5배속) 빨래를 갠다.

식탁을 닦은 물티슈를 버리러 가면서 창틀을 닦거나 샤워하고 젖은 수건을 세탁기에 넣기 전 습기 거울이나 새시 유리를 닦는다.

화장실 전용세제를 두어 번 뿌리고 물로 한 번만 씻어도 매일 깨끗한 화장실을 유지할 수 있다.

내겐 집안일은 더 이상 각 잡고 하는 일이 아니다.

내 일과 중 피로가 느껴지거나 기분을 환기시킬 때, 겸사겸사 하는 도구일 뿐이다. 

아침에 집을 정돈하고 자기 전 물건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집을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다.

우리 집은 특별히 손님이 오지 않은  이렇게 간단한 정리와 청소로도 잘 돌아가고 있다.

누군가 예고 없이 오더라도 난리 오 분 전인 느낌은 아니다.  얼핏 보면 집이 깔끔해 보이기까지 한다.


7. 잔소리는 짧고 굵게

 할 일이 없던 시절엔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했었다.(그것도 아주 많이)

물론 지금도 하긴 하지만 짧고 굵게 한다.

아이들에게 신경을 덜 쓰면 사이가 좋아진다.

잔소리할 일이 (천지삐까리) 많지만,

내 할 일이 바빠 두 번 할 이야기를 한번 하게 된다.

어떤 날은 일과를 상의해서 포스트잇에 적어두고 알아서 관리하라고 한다.

아이들만 바라보는 시선에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니 사이도 좋아졌고 속마음이나 있었던 하루 일과도 예전보다 더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살림도 육아도 조금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난  집안일엔 취미도 흥미도 없어서 더 쉬웠는지 모르겠다.

집을 예쁘게 꾸미고 가족에게 맛있는 식단을 연구하는 주부를 보며  따라 해 보려고 노력도 해 봤지만

내게 맞는 옷이 아니었다.

요리하는 것보다는 설거지가 좋았고

집을 꾸미는 것보다는 치우는 것을 훨씬 잘했다.

요즘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지시하는 것보다는

같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찾아보는 것을  더 많이 하는 편이다.

(내 지식이 아이들 질문에 점점 한계가 생겨 그렇기도 하다)


게으른 엄마의 집도 그럭저럭 잘 굴러가고 있다.

다른 엄마처럼 못해 주는 것이 많아 조금 미안할 때도 있지만 '그들이 못해주는 것을 나도 하나쯤은 해 주고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로 하루를 보내는 것도 썩 나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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