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짝반짝 빛나는 Oct 22. 2023

평범한 주부의 글이 수익이 될 수 있을까?

네. 곧, 제 바람입니다만,


평범한 주부의 글이 수익이 될 수 있을까?


가방끈 긴 성공한 엄마 말고

육아 잘하는 프로 육아맘 말고

자녀교육 잘 시켜 명문대 보낸 엄마도 말고

그냥저냥 나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엄마의 글 말이다.

(이 땅엔 성공한 사람보다 나 같은 동네 아줌마가 더 많을 텐데..!)

나 같은 아줌마가 아이들 학교 보내고 한 두 편 발행한 글이 세상에 '빛'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작가도 아니고 자녀 교육에 성공한 엄마도 아닌데 무엇을 바라고 읽고 쓰는 행위를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나는 부엌 식탁, 거실 아이들 책상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엄마다.

작가가 아닌 이상 글 쓰는 엄마는 가정생활엔 도움이 안 된다.

일단, 집안일에 게으르고 전보다 조금 더 지저분해진다.

이단, 남편과 아이들을 살뜰히 챙기지 못한다.

삼단, 동네 엄마들과 만남이 줄어드니 아이들 학교정보와 동네 이슈 등에 늘 뒷북이다.

사단, 특가세일 각종 소셜 핫딜기간 체크를 못하니 물건을 비싸게 살 때가 많다.

오단, 투자하는 시간(책 읽고 글 쓰는)에 비해 이익창출은 '0'이다.


그런 연유로 내 생활은 늘 2등이 된다.

노트북을 켜고 앉아있더라도 남편이나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그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잠을 자야 하는데 거실에 불을 켜고 있으려니 눈치도 보인다.

내가 하는 이 생활을 당당히 멋들어지게 하려면 꼭 성공을 해야 할까?

세상엔 나 같은 성공하지 않은 엄마들이 더 많은데 말이다.

책 읽고 글 쓰는 삶이 가정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가족들 눈치를 안 보게 될까?

당당하게 밤늦게도 거실에 불을 켜고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때쯤엔 내 서재를 가질 수 있을까?


난 꼭 한밤중에 뭐가 쓰고 싶어서 조심스럽게 머리맡에 스탠드를 켜고는 두터운 갈포갓이 씌워졌는데도 부랴부랴 벗어 놓은 스웨터나 내복 따위를 갓 위에 덧씌운다.(중략)
나는 별로 낮에 글을 써 보지 못했다. 
밤에 몰래 도둑질하듯, 맛난 것을 아껴 가며 핥듯이 그렇게 조금씩 글쓰기를 즐겨왔다.

그건 내가 뭐 남보다 특별히 바쁘다거나 부지런해서 그렇다기보다는 나는 아직 내 소설 쓰기에 
썩 자신이 없고 또 소설 쓰는 일이란 뜨개질이나 양말 깁기보다도 실용성이 없는 일이고 보니 그 일을 드러내 놓고 하기가 떳떳하지 못하고 부끄러울 수밖에 없다고 내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쓰는 일만 부끄러운 게 아니라 읽히는 것 또한 부끄럽다.
나는 내 소설을 읽었다는 분을 혹 만나면 부끄럽다 못해 그 사람이 싫어지기까지 한다.
만일 내가 인기작가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면 온 세상이 부끄러워 밖에도 못 나갈 테니 딱한 맘이지만 그렇게 될 리도 만무하니 또한 딱하다. 
그러나 내 소설이 당선되자 남편의 태도가 좀 달라졌다. 
여전히 밤중에 뭔가 쓰는 나를 보고 혀를 차는 대신 서재를 하나 마련해 줘야겠다지 않는가.
나는 그만 폭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서재에서 당당히 글을 쓰는 나는 정말 꼴불견일 것 같다.
                                                                                                       -박완서. 1971년-

(그래도 행복해지기. 박완서 외 21명. 북오션. 2013, 1, 5.)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독서를 하고 글을 쓰는 행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는 행위이기에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빵이나 김밥 혹은 커피로 하루를 연명한다는 것을 시어머님께서는 아주 잘 아신다.

물론 나를 위한 마음이 크시다는 것을 알지만,  

엄마가 건강해야 가정이 건강하다고 잘 챙겨 먹으라 당부하시곤 하신다.

(그럴 때면 내가 건강해야 하는 이유가, 손주들 때문인지 어머님 아들 때문인지 살짝 아리송하다. 아하하;;^^)

우리는 안부로 몸의 건강은 물어도 마음의 건강을 묻는 데는 익숙하지 않다.

요즘은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픈 시대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단지 눈에 보이지 않아 쉽게 알아챌 수 없을 뿐이다.

식사를 챙기는 안부를 물으며

"오늘 마음은 잘 챙겼니?"

"요즘 마음은 어떠니?"라고 안부를 건네는 것은 어떨까?

나도 최근에 오랜만에 만난 지인에게 이 질문을 했더니 낯선 물음인지 조금 당황해하며 대답했다.

그래도 이 물음에 에 한 번쯤 지금 마음 상태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쓰기가 엄마를 살렸어.
내 마음이 조금씩 아물고 단단해진 것이
예전엔 마음이 참 많이 아팠었거든.
그런데, 이제 얼마나 좋아졌는지 아니?


하지만

여전히 불량주부이고

개성 강한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라

아이들 눈엔 어디가 썩~달라졌는지 알 수가 없겠지만,

그래도 내 마음의 변화를 스스로가 느끼기에

난 계속 전진할 것이다.

읽고 쓰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걸음 나아가 보기.


요 바닥에 엎드려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뭔가 쓰는 일은 분수에 맞는 옷처럼 나에게 편하다.
양말 깁기나 뜨개질만큼도 실용성이 없는 일, 누구를 위해 공헌하는 일도 아닌 일, 그러면서도 꼭 이 일에만은 내 전신을 던지고 싶은 일, 철저하게 이기적인 나만의 일인 소설 쓰기를 나는 꼭 한밤중 남편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하고 싶다.
                                                                                                      -박완서. 1971년-

(그래도 행복해지기. 박완서 외 21명. 북오션. 2013, 1, 5.) 



오래 행복하고 싶다. 
오래 너무 수다스럽지 않은, 너무 과묵하지 않은 이야기 꾼이고 싶다. 

                                                    -박완서-




이전 24화 글쓰기가 내게 준 선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