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남편의연차는더이상없습니다.이게머선129?

feat. 주정차 위반 과태료 통지서

by 반짝반짝 빛나는



그렇게 하루하루가 그냥저냥, 잘 흘러가던 어느 날이었다.

(사실은 아주 위태 위태했다죠ㅠ.ㅠ)



1호가 아팠다. 예방 주사도 맞고 외출도 삼가고, 그렇게 조심하고 조심했는데 독감에 걸린 것이다.

(법적 전염병으로 인해 가정 보육이 필요했다.)

아이는 다행히 금요일 오후부터 독감의 신호를 알리며 아파 주었으니!(이것 또한 감사했다ㅜ미안하다. 아들아!)


주말이 끼었으니, 다행히 2일은 벌었다.

월요일에 아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면 화요일부터 선생님이 오 실 테니,,,

자.... 그럼 보자!!

월요일엔 누가 아이를 케어할 것인가?

(이때부터 남편과의 팽팽한 신경전이 시작된다.!)


아이들 방학엔, 여름 5일 겨울 5일 내가 연차를 쓴다.

(방학 2주 동안 아이들을 보낼 수 없으니, 1주일만 등원시킨다.)


아이들을 평소에 내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잘 케어할 테니,

혹, 평일에 아이들이 결석을 하게 된다면, 그건 남편의 담당이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건만, 이번에는 반응이 조금 시큰둥? 하다.


지난번 아이가 배가 아플 때 그때 연차를 써서, 이젠 며칠 안 남았다고.. 이번에도 자기가 좀 쓰기 그렇다고 한다.

아니, '근무 횟수가 나보다 몇 배나 많은데, 연차가 며칠이 더 많은데 무슨 소리하시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뭔가 묘한 냉기가 흐른다.


(결국 그날 내가 연차를 썼고, 나의 재 취업 기간 동안, 내가 쓴 갑작스러운 연차는 그날 딱! 하루였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퇴근을 하고, 아이들 손을 잡고 집으로 올라가려는데, 낯선 우편물이 함에 꽂혀 있었다.

'ㅇㅇ시장.....' 헉... 이 표지를 어디서 봤던가? 재산세도 아니고 주민세도 아니고, 결혼초 남편에 의해 두어 번 우리 집으로 날아왔던, 바로 그!!! 반갑지 않은 불청객!! 자동차 과태료 통지서이다.


부랴부랴 열었더니, 주정차 위반이란다.

근데, 위치가 집 근처 불과 200미터도 안 떨어진 곳!

날짜를 확인해보니,

대박! 글쎄! 평일이다. 평일!!

그것도 오전!! (순간 우리 차를 도난 맞았었나? 란 생각도 했다.)


이상하다!

남편은 늘 출근 시 지하철을 타는데, 찍힌 날짜가 몇 주는 된 일이라 기억을 더듬어보니, 차를 갖고 갔던 날이 몇 번 있었던 것 같은데.. 그날 중 하루였지 싶다.


그런데 대낮에, 그것도 집 근처에 주정차 위반이라니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남편의 정규 업무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당장 전화를 걸어 쏘아대고 싶었지만 꾸욱 참는다.

그건 지성인(?)의 모습이 아니기에!)


퇴근 후에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퇴근은 언제 할 줄도 모르겠고,

남편이 퇴근을 하고 오면 내가 과연 깨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규 업무시간이 끝나고 바로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바로 전화가 왔다.

잠시 머뭇거리며,

퇴근 후 설명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너무 화가 났다!

정황상 땡땡이를 친 것 같은데...

참나!.... 그럼 차라도 집에 주차라도 해놓고 땡땡이를 치던지...!!

그것도 모자라 과태료까지!

너무 분하고 화가 났다!


몇 주전, 애 아프다고 연차 좀 쓰라고 했을 때, 연차가 이젠 안 남았다더니!

정말 부글부글 끓는 내 맘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이 사람은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오면서 내가 어찌 살고 있는지는 알까? 내가 고생하는 것을 과연 모르나? 아니! 하숙생 생활을 하면서 땡땡이를? 참나....!!!!'


오만가지 생각과 상상으로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이 퇴근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퇴근한 남편과 정말 오랜만에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은 정말... 아주 많이 아팠다.

나도 눈치를 못 챈 것은 아니었다.

점점 변해가는 남편의 얼굴과 지친 몸...

아침저녁 대충 봐도 남편의 힘듦은 느낄 수 있었다.


그저 단지...

'나도 힘들어 죽겠으니.. 그대 제발 스스로 회복해 주길! 나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니.. 그대 스스로 땅 짚고 재빨리 일어나 주길! 그대의 슬픔은 그대가 해결해 주시기를.. 부디!!!'


나는,

주말에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는 남편에게, 아이들은 언제 당신과 시간을 보내냐며 타박을 했고, 평일에 못 했던 집안의 소소한 일들을(수리가 필요하거나, 전등 갈기, 큰 물건 옮기기) 주말이라도 해야 하니, 포스트잇에 리스트를 적어줬던 그런 악독한 아내였다!


나는,

남편의 힘듦보다는 나의 버거운 하루가 더 커 보였다.

그래서 남편의 아픔을 애써 외면했다.

나도 힘들다며, 나도 아프다며, 애써 외면하고 모른척했다.


'부디 각자의 무게는 스스로 감당하자며....'




남편은 나의 무관심 속에 그렇게 혼자 아파가고 있었다. 급작스런 발령으로 서울 본사에 왔지만, 전환된 업무는 누가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익히고 견뎌야 한다.(회사는 일을 가르쳐서 시킬 사람을 뽑지 않습니다! 일에 바로 투입되어해 낼 사람을 뽑습니다!)


평소 업무와는 다른 업무 전환으로 많이 힘들어했고, 지방에서의 여유로움과 인간미 넘치는 분위기에서 일했던 사람이, 빽빽한 라인(?) 문화와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니, 남편은 점점 병이 들어갔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호흡곤란을 느껴, 내렸다 타기를 몇 번이나 했었고, 한 겨울에는 두꺼운 패딩이 흠뻑 젖을 만큼, 원인모를 식은땀을 흘려가며 그렇게 출근을 했다고 했다.



내가 왜 이렇게 사는지.. 삶의 이유를 모르겠고...

몇 번이고 고향으로 다시 내려가고 싶고, 그만두고 싶고,

하지만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으니 버텨야 했고...

늦은 밤 퇴근하고 오면 어쩌다 깨어있는 아내는

"제발... 돈 받은 만큼만 일을 하라며!!!"

날카로운 말로 뒤통수를 쏘아대니,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고....



그렇게 도저히 출근하기 너무 힘든 어느 날엔....

차마 지하철에서 회사로 올라가는 계단의 발걸음이 도무지 떨어지지 않는 어느 날엔...

몇 번의 연차를 나 몰래 썼었다고....


너무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며..

그날도 출근이 늦을 것 같아, 차를 끌고 회사로 향하던 .. 도저히... 운전대가 회사로 향하지 않아,

발길을 돌려 집으로 왔는데, 집에는 차마 들어갈 없어 집 근처에 주차를 하고 하루를 보냈는데....

그곳이 주정차 위반 지역인 것은 자기도 몰랐었다고 한다.


남편은.. 혼자

그렇게 그렇게...


아 파 가 고 있 었 다...



우리네 인생에도 희미하게라도.. 무지개가 펴질 날이 올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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