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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채원 Oct 24. 2021

누구나 히치하이커가 될 수 있다

야, 너두 할 수 있어, 히치하이킹!

1. 우선 선다!

부산에 가고 싶다면 남쪽으로 가는 도로에, 서울로 가고 싶다면 북쪽으로 가는 도로에 서야 한다. 올바른 방향을 찾았다면 차를 세울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을 찾아야 한다. 아무 곳에서나 차를 세울 수는 없다. 차가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차를 세울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갓길이 있는 도로, 주유소, 로터리 등이 괜찮은 옵션이다. 커브가 있는 길보다는 운전자가 나를 멀리서부터 볼 수 있는 직선 길이 더 좋다. 히치하이킹의 시작은 외곽에서 이루어진다. 도심 내에서는 도시 안에서 안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 다른 도시로 넘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걸어 나가던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막막해하지 말라. 엉뚱한 곳에 오래 서있다 보면 안쓰러워하는 운전자가 분명 올바른 장소로 데려다줄 것이다.


2. 밤에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히치하이킹은 매우 안전한 방식의 여행은 아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안전 수칙들을 세워야 한다. 그중 제일 중요한 수칙이다. 나는 해가 지기 전에 히치하이킹을 마무리했다. 묵을 곳을 확보하는 것도 시간이 걸리니까. 보통 4~5시에는 일어나 6시 전에 시작했다.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의 차를 얻어 타기 좋은 시간이라는 장점이 있다.


3. 육감을 전적으로 따른다.

나는 눈치가 느린 편이다. 그런 둔한 눈치조차 여행에서는 그러모아야 한다. 찰나의 육감이 여행에서의 안전을 좌우한다. 육감은 아주 미묘한 것이라 종종 근거가 없다. 그래도 확신을 가져야 한다. 굳이 증거를 원한다면 내가 바로 산 증인이다.


4. 환한 웃음을 날린다.

나만 운전자가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운전자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 테다. 달리는 차들 사이로 운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웃음은 운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나를 태워주면 당신도 아주 행복해질 거예요! 나는 아주 안전한 사람이에요^^라는 느낌을 듬뿍 담아 웃어라. 웃으면 복이 온다. 덩달아 도로 위에 서기 직전의 불안함은 웃음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5. 적절한 복장 갖춘다

대중매체에서는 가끔 히치하이킹을 섹시하게 묘사한다. 홀로 히치하이킹을 하는 상황이니만큼 어떤 성적 의미도 차단하고 싶었다. 그래서 날이 더워도 긴 바지를 입었다. 밝은 이미지를 강조하려고 기왕이면 밝은 색의 옷을 입으려고 했으나 옷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깨끗하려고 노력했다. 며칠을 씻지 않았어도 깨끗한 편이었다. 운전자도 냄새나는 동행을 원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


6. 다양한 커뮤니티를 활용한다.

 세상은 넓고 히치하이커는 많다. 히치위키Hitchwiki를 활용하면 히치하이킹 장소를 찾기에 용이하다. 지도 위에 버스정류장처럼 안내되어있다. 버스 지도와 다른 점은 별점과 리뷰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그곳에서 히치하이킹을 해본 선배님들이 시간이 얼마나 걸렸고, 순조로웠는지 등을 설명해놓았다. 나와 당신을 포함한 누구나 의견을 올리고 장소를 공유할 수 있다.

 페이스북 Hitchhiking Partners Worldwide에서는 조언, 호스트, 히치하이킹 메이트 등 히치하이킹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구할 수 있다. 히치하이킹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는가를 두고 토론을 하기도 했다.


7. 엄지를 치켜세운다. 손을 흔들면 더 좋다!  

나는 엄지만 치켜세우고 있지 않았다. 위아래로 팔을 흔들었다. 정적인 것보다 동적인 것이 운전자의 이목을 끌기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1시간 동안 팔을 흔드는 건 힘들다. 엄청 힘들다. 오른팔 왼팔 바꿔가며 팔을 흔들었다. 덕분에 오른팔은 조금, 왼팔은 아주 조금 근육이 생겼다.


8. 좋은 마음 가득 품기.

히치하이킹의 포인트는 좋은 사람을 만날 거라고 굳게 믿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많이 읽었다. 히치하이킹은 아시안 문화는 아니라서 주로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했다. 파란색과 초록색의 포털 사이트에는 검색 결과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넓고 한국 히치하이킹 선배도 많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히치하이킹을 하며 만든 다정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그 무수히 많은 글들이 내게 용기를 주었던 것처럼, 이 글도 새로운 여정을 망설일 당신에게 힘이 되었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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