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5
새벽이다. 아니다. 새벽도 낮도 아닌 시간이다.
해변에 서 있다.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간다. 차갑다.
파도가 온다. 물이 아니다. 빛이다. 발목을 적신다. 따뜻하다. 이상하다. 차가운 모래, 따뜻한 빛.
뒤를 돌아본다. 내가 살던 도시가 작게 보인다. 병원도, 집도. 손바닥만 하다.
"이제 알겠니?"
내 목소리다. 아버지의 목소리다. 둘 다 맞다.
"뭘요?"
"다 괜찮다는 걸."
빛이 무릎까지 찬다. 가슴까지. 목까지.
숨을 쉴 수 있다. 물속에서처럼, 빛 속에서도.
눈을 뜬다.
늦잠을 잤다. 처음이다.
남편이 부엌에 있다. 토스트 타는 냄새.
"깨웠어?"
"아니."
거짓말이다. 하지만 괜찮다.
큰애가 문 앞에서 서성인다. "엄마?" 작은 목소리.
작은애는 아직 잔다. 쿵쾅거리며.
커피를 내린다. 약은 먹지 않는다. 오늘 하루쯤은.
아니다. 먹는다. 습관이다. 13년.
거울을 본다. 47세. 주름. 흰머리 몇 개.
병원에 간다. 환자들이 기다린다. 오늘도 "아파요"를 듣겠지. 오늘도 "괜찮아질 거예요"라고 하겠지.
거짓말일 수도 있다. 진실일 수도 있다. 둘 다일 수도 있다.
15일 동안 꿈을 썼다.
심해에 있었다. 아직도 있다.
하지만 이제 안다. 심해에서도 숨 쉴 수 있다는 것을.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했다. 아직도 그렇다. 하지만 이해한다. 그것도 심해에서 사는 방법이었다는 것을.
매일 아침 나는 흰 가운을 입는다. 무겁다. 벗지 않는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니다.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계속한다.
그것이 내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