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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일상 Sep 13. 2024

그렇게 너는 온전히 나의 것이 되었다.

아들 둘 낳고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공장을 그만두고 5개월쯤 공부했을 뿐인데 년을 매달려도 되지 않던 시험에 금방 합격했다.

서른여섯 일곱에야 인생이 풀린다는 남편의 사주,


우리 서사의 맥락은 줄곧 남편의 사주로 이어져 왔다.

30대 중반까지의 역경이 사주에 박혀 있었다한들,

20대의 나는 그와 헤어지지 않고 함께하기로 결심했다.


그렇다고 나라는 사람이 사랑 하나로 모든 것을 다 극복해내는 그런 정신력을 가질만한 그릇은 못되었다.

사주야 가볍게 무시할 수 있지만

결혼하고저 빛을 기다리는 그 순간을 오랜 연애에도 맞이하지 못했기에

흔들리기를 반복한 것도 사실이다.

상처에 계속 상처를 더하면 무뎌진듯 또 제 살이 아닌듯 완전히 내 것이 아니게

그렇게 10여년을 그와 만나왔다.


그럼에도 그가 보여준 사람 하나의 본질은 놓기가 힘들어

어쩌면 상실감에 내가 송두리째 뽑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컸다.


마음 하나로 버텨온 연애의 끝은 굿을 하고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굿을 하지 않아도 결혼이라는 결론에 달했을 수 있다.

정말 그의 사주가 반환점을 지나 모든 면에서 급격히 좋아지는 형국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식하리만큼 자기중심적이고 독단적인 성향의 나의 아버지,

생의 위안이 되어준 무속신앙에 의지해 온 나의 어머니,

신주단지를 모셨다는 나의 할머니,

그들의 이야기와 결합하였기에 굿을 하고 결혼에 이른 것이다.


그들의 살아온 이야기가 

단단히 품은 나의 사랑에 더하여

굿과 결혼에 이르렀을 뿐,

굿과 결혼의 관련성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사주와 심주, 굿 그리고 결혼.

무엇의 상관관계에 놓여있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허나 뭐가 중요할까.


돌이켜 보면

그를 한없이 가엾게 여긴 날들이 많았다.

그 또한 그런 나를 알기에

내 곁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어 주었다.


나라는 사람에게 착실한 남편이 되어

온전히 내 것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가 있고,

아이 둘이 행복을 더해주고 있어

평범한 나날들이 지속됨에 감사할 뿐이다.




*그동안 특별할 것도 없는 사연으로 쓴 미천한 저의 글을 읽어주신 여러 작가님과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고작 10회에 이르는 짧은 연재를 하면서도 글 쓰는 일이 고됨을 깨닫습니다. 사나흘이 멀다하고 쓰시는, 또는 장편의 연재를 해 주시는 작가님들의 깊이를 헤아리며 소중하게 한글 한글 읽어내는 독자가 되겠습니다. 모두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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