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한다는데 굿도 나이스지!
남자친구를 한번 보자고 한 보살님도 사실, 그의 점괘를 처음 본 것이 아니었다. 그의 사주가 별로라며 나를 아끼는 마음으로 엄마에게 전했다는 말, 그 말을 듣고 난 꿈쩍도 안했으니 나이 들어가는 딸이 안타까워 결혼할 방도가 없겠느냐고 도움을 구한 것으로 남자친구를 대면하게 되었다.
한참을 어린 아이 목소리로 읊어대던 보살님은 목이 메이는 듯 했다. 착하디 착하고 진실되디 진실된 그의 성정을 들여다 본듯 선뜻 결혼해도 괜찮겠다며 굿을 해보잖다.
굿... 굿은 미신이라 실효성이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현실에서 그 것도 방법이라면 기꺼이 응해야 했다. 엄마의 애 끓는 마음을 모른척 할 수 없다는 핑계하에 어쩌면 나 또한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사주보다 심주다' 이후로 마음을 단단히 먹어왔건만, 아빠라는 강철을 뚫을 재간이 없었다. 그가 당장 학교를 졸업해 직업이 있다고 해도 반대할 심산이 뻔했다. 집안, 사돈될 사람들의 재산까지 운운할 게 뻔했기에 나는 아빠에게 그를 소개할 수 없어 피하기만 했다. 이해를 바라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딸이 9년 만난 남자라면 궁금하지도 않겠나. 하지만 아니될 소리였다.
내 딸이, 내 딸이 어떤 놈하고 결혼한다고?! 내 얼굴에 먹칠을 해?
격양된 아빠, 그를 조율할 사람은 어쩌면 보살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 기대 하나였던 것 같다. 굿을 선택했다. 모든 것은 엄마가 알아서 해주었고 우리는 오라는 날짜에 정해진 장소로 갔을 뿐이다.
얼떨떨한 가운데 어떤 행위들이 오갔다. 흔히 매체에서 보는 그런 장면들이. 오색깃발을 여러 번 뽑고, 절을 수백번 하고, 북과 징을 광광 울려대고 보살님은 뛰고 노래 부르고 빙의된채 그와 나에게 말을 하고...
우리를 지켜보는 눈이 많았다. 보살님 두 분에 북과 징을 하며 추임새를 넣는 분, 그리고 음식을 하고 정리를 도와 주시는 분들까지.. 마치 그 곳에 죄인이 되어 앉아 있는 마냥 젊은 우리는 결혼하자고 굿판에 움츠린채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연신 조아렸다.
그래서 결혼을 했다. 굿때문인지 아빠의 심경 변화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무슨일인지 모르게 결혼이 진행되었다. 굿을 하고 3개월만에 결혼식장에 들어섰으니 말이다.
아직도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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