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짐

by 슈스타

다리가 이젠 좀 자유로워졌다.

병실에 있는 동안 모든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걷는 것부터,

계단을 오르는,

계단을 내리는.


그중 꼭 다시 가봐야 할 곳 봉은사

수 없이 한 짝이 아닌 두 짝 신발을 신고

목발 없이 계단은 내려와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 찾았고

그 번호를 찾아 누구의 도움이 아닌

내 두 발로 버스를 올라타기까지


얼마나 많은 상상했을

약 6개월이 지났을까

저번주 주말에 다녀왔다

37도가 올라가는 뜨거운 햇볕을 맞으며


뭐가 그토록 나를 그쪽으로 이끌었을까

분명 그때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들은

다 나의 것, 나임을 받아 드리자라고 생각

했는데.. 분 명


저마다의 염원을 기리는 곳에서

나의 염원도 활짝 핀 연꽃에 담아 두자라고

물어 둥둥 흘러갈 수 있게 하자고

했는데.. 분 명


또 깨졌다

분명 존재하고 싶다고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는데

한순간에 리셋됐다


분명 잘 지키고 있었는데


모조리 깨졌다

원래 깨졌어야 했는데

오래갔다


분명 느꼈는데 그 뭔지 모를 해방감을

그런데 내가 두발을 딛자마자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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