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이 Jul 29. 2022

앙굴렘 국제 만화 축제

앙굴렘 국제 만화 축제

2018년 초 어느 주말, 다른 여느 주말과 마찬가지로 한국 작품 베스트셀러 및 새로 나온 작품 목록을 뒤지던 중 나는 우연히 송아람 작가의 그래픽 노블 « 두 여자 이야기 »에 눈이 갔다. 그림과 제목이 일단 마음에 들어 ‘미리 읽기’ 약 20페이지를 읽고 난 후 나는 당장 한국 에이전트에게 피디엡을 보내달라고 해서 읽었다.  약간의 페미니즘을 다루기도 하는 주제나, 작품성, 그림 등이 아주 흥미롭다고 생각되어 나는 약 13페이지가량의 샘플 번역을 하고 작가 소개와 작품 시놉시스를 만들어서 한 번도 함께 일해본적은 없지만 독창적인 만화 작품을 출간해내는 출판사라고 평소에 눈여겨봐 둔 사엘라(ça et là)라는 한 작은 출판사에 보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일주일도 채 못되어 출판사 대표가 바로 내게 전화를 걸어와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정보를 물어왔다. 이후 일사천리로 작가 및 번역가 계약서가 오갔고, 출판사가 번역 지원을 얻고자 해서 한국 번역원과 연결시켜 주었다. 따라서 번역원의 지원하에 번역 작업이 진행되었고, 이어 2018년 9월에 작품이 출간되었다. 그리고 몇 달 후인 11월 말에 이 작품이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의 황금 야수 상(Fauve d'or) 공식 경쟁부문의 수상 후보작으로 올랐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출판사 대표는 상당히 기뻐하며 마침 12월 초 파리에서 열리는 아동 도서전을 위해 파리에 방문한 한에이전시의 한소원 씨와 나를 점심에 초대하기까지 했다. 그날 그는 앞으로 한국 만화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예정이니 괜찮은 작품이 있으면 언제든지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송아람 작가를 앙굴렘에 초청했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작가 통역자로 기꺼이 동반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출판사가 워낙 소규모이고 또 출판사 대표가 눈썰미가 있어서 그런지 그 작은 출판사에서 나온 세 작품이나 그해의 공식부문 경쟁에 올라 세 작가를 동시에 초청해야 되다 보니 예산이 부족해서 아쉽게도 나의 통역비 및 숙박비까지 지불하기에는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송아람 작가의 출장비 일부를 번역원에서 지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파리에서도 행사가 있으니 그때 작가와 함께 만나자고 내게 제의했다. 다행히도 송아람 작가가 영어가 되니 그게 가능했던 것이다.

송아람 작가는 이 기회에 해외 가족 여행도 할 겸 해서 남편과 중학생인 아들을 동반해서 프랑스로 왔고 앙굴렘에서 사인회 및 여러 행사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파리로 왔다. 파리에서는 주불 문화원과 서점 두 군데서 행사가 있었는데 나는 주불 문화원 행사 때 가서 작가와 첫 대면을 하고 인사를 나누었고, 그다음 날 두 여성 동성애자가 운영하는 파리의 한 서점에서는 나도 번역가로 토론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날 서점 대표 한 명이 질문하고 송 작가가 영어로 대답하고 출판사 대표가 불어로 통역을 하는 식이었다. 그날 저녁 독자들과의 만남이 끝난 후 출판사 대표가 작가 가족과 나, 서점인 두 분 그리고 이들의 친구 두 분 등을 근처의 한 식당으로 초대해서 즐거운 회식 시간을 가졌다.

이때 나는 내가 아주 재미있게 읽은 송 작가의 또 다른 그래픽 노블 « 자꾸 생각나 »를 적극 추천했다. 사실은 이 작품을 약 40페이지가량 샘플을 번역하고 시놉시스를 첨가해서 송 작가가 오기 훨씬 이전부터 강력히 추천했었는데, 작가 앞이라 한 번 더 강조했던 것이다. 내가 너무 반복해서 추천을 하니까 출판사 대표 왈, 언젠가는 출판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웃어넘겼는데, 내가 보기에 그를 망설이게 한 것은 600페이지가 넘는 너무 방대한 분량의 작품이라는 점과 너무 인물 위주이고 배경 그림이 거의 없다는 점 때문인 것 같았다. 그보다도 송 작가의 새로운 차기작을 더 기대하는 것 같기도 했다. 

송아람 작가 가족은 스페인으로 떠나기 전 파리에서 며칠 머물렀는데 그 기간을 이용해 나는 이주영 작가 커플과 그 가족을 집에 초청해서 맛있는 저녁을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무튼 사엘라 출판사 대표는 자신이 말한 바대로 한국 작품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이후에도 내가 소개하고 번역한 두 개의 그래픽 노블, 즉 김성희 작가의 « 오후 4시의 생활력 »과 이동은과 정이용 작가의 « 환절기 »를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출간해 냈다.

이전 08화 옥세르 국제 도서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