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來日)은 선물입니다

I don't have a tommorrow.

by 박점복

내가 갖고 있는 목록 속엔 눈을 아무리 씻고 봐도 '내일'은 없습니다. 혹시 '내일'을 재산이라며 목록에 등재시킨 이도 있긴 할까?



어제 밟았던, 내 발을 스치며 바스락 거렸던 잎새들도 밤사이 쌩한 바람에 쓸려 쌩판 모르는 다른 녀석들로 싹 바뀌어 나와 만나고 있거든요, 어제의 내일이었던 오늘. 이럴 줄 누가 알기나 했나요.


방금 전 마실 나서던 길에 마주쳤던 까치도 까악 까악 한참을 친구에게 볼일 있음을 알리더니 훌쩍 날아서는 저 쪽 나뭇가지로 자리를 옮겼구요.


녀석의 '잠시 후' 스케줄은 까치도 나도 목록에 첨가시킬 수 없음을 알아요.


그제는 아내와 함께 백화점엘 들렀습니다. 가지런히 정돈된 보도블록 한 장 한 장을 또박또박 밟았었는데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며 자세히 보라지 뭡니까. 하도 많이 밟고 또 밟아 짜부라 들었다고 울상이네요. 그러니 어찌 내일 보도블록의 어쩜을 알 수 있을까요?


도리없이 바라만 볼뿐 뾰족한 대책은 없습니다, 지나가버렸잖아요. 지나고 보니 바로 전날의 내일이었네요, 지나고 나서 보니 말입니다.


끄저께는요? 한 주 전 아니 한 달, 일 년 전은요? 그래도 목록 안에 끄적여 놓은 게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며 '나 여기 있어요!'라며 반갑게 손을 흔드는 데........


내일은? 일 년 후 아니 수십 년이 흐른 후는 목록에 포함되어 있질 않고 말구요.


TV 앞에 앉아서는 전문가가 읊조리는 '건강한 신체' 만들라는 충고를 흘려듣는 지금만 어쩔 수 있을 듯합니다. 앉아서 들을까 서성거릴까. 건강 장수하는 비법을 내일 꼭 적용해야 할 텐데......


다행히 정말 다행히도 내일이 내 목록 속에 실렸다가 선물처럼 다가오면 열심히 실천할 것을 다짐은 해 봅니다. 물론 장담은 누구도 할 수 없지만 밀입니다.


내일이 오늘이 되고 어제가, 이틀 전 사나흘 전이되어서야 비로소 목록에 덧붙일 수가 있을 뿐 아니겠습니까? 오직 내일만은 아직 여전히 제 재산 항목에 들어 올 수가 없으니 내 삶의 페이지도 배정받을 수 없습니다.



나는 내일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찌할 수 있는 그 무엇은 아니고 말고요. 다만 선물로 주어질 뿐이기 때문입니다. 누구의 고백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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