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늙음도 다만 꽃 같길......

by 박점복


지는 것조차 아름다운 꽃이길 원해 보아요.

늙는 것도 아련하고 그리운 삶이길 원하고요.

패(敗) 해도 정정당당하셨거든요.

인품이 듬뿍한 흔적을 남길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말고요.



죽으면 어쩌나 가 아닌 죽음을 품고 더불어 외롭지 않게 할 거예요.

멸시받는 이 하나 없이 소중한 목숨 저마다 귀하기 그지 없잖던가요.

그냥 들판에서 하늘이 준대로 살고 지는 소망을 끝까지 보듬으려고요.


쏟아지는 비도, 야속하게 불어 제치는 바람도, 하염없이 소복이 내려 쌓이는 눈(雪)을, 원망하다니요. 당치도 않아요.

그냥 저들이 만들어내는 조화를 깨뜨릴 순 없어요.

다만 어우러져야 하는 작은 조각이기 때문임을 깨닫고 배우게 되었거든요.

선사하는 건강과 꿈을 선물로 받으며 돌려주어야만 하는 배려를 보태야 합니다.


늙음을 억울해하지 않아요. 걸맞게 늙는 게 얼마나 큰 복(福) 이게요.

꽃 이름 잼뱅이라 일일이 불러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지만 "얘들아" 불러주는 소리에도 삐지질 않으니 그 가르침에 겸손해질 수밖에요.



늙음도 다만 꽃 같길 원해요.

씨로 남을 인생살이 정말 멋지게 마감할 수 있을까요?

안 가려고 바둥댈 필요는 전혀 없이 하늘이 내린 폭만큼만 채우면 감사해야지요.


다음 해 봄, 신기하게도 새 생명으로 돌아오는 신비를 누가 감히 알겠노라 덤벼들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새로 태어나게 할 명의(名醫) '봄'소식 행여 놓칠세라 쫑긋 세운 귀 다시 세우고 있습니다.


내 손길과 눈길 관심 여부와는 상관없이 저들은 초대하길 빼뜨리질 않으니 그렇지 못한 내 삶이 다만 부끄럽습니다.


하늘의 섭리 앞에 겸손하게, 감사로 꽉꽉 채워가며 살아도 부족한 세월 여전히 뭐가 그리 불만일까요? 저도 제가 이해가 참 안 됩니다.
2021년이 왔는 가 싶더니 어느새 가겠답니다. 아쉽게 보내면서 1년만큼 더 튼실하게 익어갔기를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
우울할 수밖에 없는 연말연시지만, 우리 글 벗님들과 이 글을 만나시는 모든 분들께 하늘의 평화와 기쁨이 넘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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