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의 완성, 궤도 orbit

해방 1호, 다섯 번째 수업, 마침내 타격

by 정태산이높다하되

체조를 하기 전에 한 골프는 진정한 골프가 아니다!

"사이프러스가 줄곧 내 생각을 사로잡고 있어. 지금까지 내가 본 방식으로 그린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놀라워. 사이프러스는 그 선이나 비례에서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만큼이나 아름다워.


그리고 그 녹색에는 아주 독특한 특질이 있어. 마치 해가 내리쬐는 풍경에 검정을 흩뿌려놓은 것 같은데, 아주 흥미로운 점은 색조라고 할 수 있어. 정확하게 그려내기가 아주 어렵지."(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245쪽)


알랭 드 보통의 설명에 따르면 사이프러스는 위의 1/3이 완전히 가지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바람이 불면 줄기 자체가 구부러진다. 그 줄기의 둘레를 따라 수많은 곳에서 잎이 자라나기 때문에 가지들이 여러 축을 따라 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사이프러스가 원뿔 모양이기 때문에 바람에 신경질적으로 퍼덕이는 불길을 닮은 것처럼 표현한 화가는 빈센트 반 고흐가 유일하다고.

빈센트 반 고흐, <사이프러스>(좌)와 사이프러스 사진

오스카 와일드는 휘슬러가 안개를 그리기 전에 런던에는 안개가 없었다는 말을 했다. 마찬가지로 반 고흐가 사이프러스를 그리기 전에 프로방스에는 사이프러스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여행의 기술, 248쪽)


1,2호 제자에게 레슨을 하면서 그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듣는 말은 10년 넘게 골프를 하면서 골프 스윙에 필요한 몸의 각 부분을 이렇게까지 사용해 본 적이 없다는 거였다. 그들은 체조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근육의 움직임을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의 소감을 들으면서 나는 이상하게도, 바람에 일렁이는 사이프러스의 움직임을 하염없이 쳐다보는 고흐를 떠올렸다. 고흐에게는 사이프러스의 뾰족한 우듬지가 바람에 용솟음치는 불꽃처럼 보였던 것이다.


마침내 고흐는 그 당시 어떤 화가도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으로 사이프러스의 움직임을 표현하게 된다.


골프라는 운동을, 골프 근육과 만나고, 클럽과 만나고, 공과 만나고, 필드와 만나고, 동반자와 만나는 과정으로 파악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생각을 했다.


여러 가지 교본을 반복해서 읽고 보았다. 갈길이 아직 멀지만 골프를 쉽게 터득할 수 있는 확실한 길을 찾았다. 마치 고흐가 다른 화가들은 발견하지 못한 사이프러스나 올리브 나무의 움직임을 묘사한 것처럼.


체조는 지루하지만, 골프를 익사이팅하게 만든다

선수들이 라운딩에서 보이는 과정과 결과는 오랜 시간 갈고닦은 인고의 시간이 만든 것이다. 체조를 하고 스윙 동작을 연습하고 공을 쳐보기까지 투자한 에너지와 시간이 빚어낸 작품이 그 라운딩의 스코어 카드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가 그렇게 울었듯이 한 번의 라운딩을 위해 우리는 허리가 휘도록 체조를 해야 한다. 그러면 휘어질 줄 알았던 허리는 외려 강력해지고 골프는 쉬워진다.


골프는 체조 없이 잘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클럽과 공을 만나기 전, 생전 사용하지 않던 근육의 움직임에 익숙해져야 한다.


근육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면 골프 클럽과 만나야 한다. 클럽과 만나는 과정도 녹록지 않다. 그립 잡고 쇳덩어리로 만든 헤드의 무게를 느낄 줄 알아야 하니까.


해방 1호, 마침내 공을 맞이하다

달포 가까운 시간, 체조에 익숙해진 제자는 7가지 스윙 동작에도 익숙해졌다. 칩샷과 퍼팅도 레슨을 받은 상태, 골프를 잘하기 위해 본인이 혼자서 연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본은 알게 됐다. 체조 골프의 최종 목표는 학습자가 교습이 끝난 후에도 혼자서 잘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제자가 자신 있게 드라이버 샷을 날리고 송곳처럼 아이언 샷으로 공을 그린에 꽂는 것을 보면 교습은 끝이 난다. 체조를 하고 스윙 동작을 하나하나 익히는 과정은 어디까지나 공을 치기 위함임을 잊지 말자.


"다리와 몸통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도 스윙은 놀랄 만큼 쉬워진다." 닉 브래들리가 자신의 저서 <골프 스윙의 정석>에서 한 말이다. 이 명언이 내 귀엔 '체조만 제대로 해도 스윙은 놀랄 만큼 쉬워진다.'로 들린다.


제자는 이제 다리와 몸통, 벤 호건의 표현으로 구체적으로 하자면 어깨와 골반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알게 됐다. 드디어 공과 만날 준비가 된 것이다.


골프채를 잡은 제자는 긴장했다. 7가지 동작을 물 흐르듯이 하기만 하면 공을 저절로 맞게 되어 있는 법이라고 설명한 후 공을 치게 했다. 그러나 채를 휘두르자 체조와 스윙 구분동작에서 익힌 자세가 흐트러졌다. 당연한 일이다.


리듬과 템포대로 다리와 몸통의 율동에 맞게 채를 휘두르면 될 일인데 제자는 미리 골프채를 조정하려 들었다. 캐스팅이 되고 당연히 공을 제대로 타격하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몸과 클럽과 공과의 삼위일체를 성취하는 과정이 한번에 될 리 없다.


공, 제자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다

7가지 스윙 동작을 하나하나 다시 했다. 그리고 어드레스, 테이크 백, 백스윙 탑, 다운스윙, 임팩트, 팔로우, 피니시 동작을 구분해서 하되 공을 앞에 놓고 했다. 학습자는 난이도가 가장 높은 백스윙 탑에서 다운스윙으로 가는 과정 - 전환transition - 에서 고전한다.


동작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하면서 임팩트 때 공 뒤에 클럽 헤드가 놓이게 한 뒤 릴리스를 하며 공을 힘껏 밀게 했다. 슬로 모션으로 스윙을 유도했다. 골반은 타깃 방향으로 돌고 상체는 버티며 왼손등으로 공을 가격하는 느낌으로.


공 앞에서 정식으로 어드레스를 하고 구분 동작으로 7가지 스윙 동작을 반복했다. 30분 이상 진행하자 조금씩 스윙의 모양이 잡혔다.

스윙의 전반부
스윙의 후반부

수행자의 태도와 느낌으로

제자는 한 달이 넘는 기간, 라운딩을 하지 않고 체조를 하고 7가지 스윙을 구분동작으로 익혔다. 칩샷과 퍼팅을 꾸준히 연습했다.


이제 그녀의 마음가짐만큼은 프로와 전혀 다르지 않다. 열흘 뒤면 그녀가 교습을 받은 지 꼭 두 달이 된다. 사실, 골반 주변 근육이 뭉쳐서 쉰 기간 열흘을 학습 기간에서 제외시켜야 하지만.


5회 차 수업을 하는 동안, 공을 만난 그녀는 한없이 진지했다. 그리고 결국은 드라이버로 공을 쳐서 적절한 탄도와 방향성을 확보했다.


실내 연습이었기에 정확한 거리는 알 수 없지만 그전과는 확연히 다르리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스윙 후반부의 가운데 그림에서 노란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이 동영상에 잡힌 공이 날아가는 궤적이다.


체조를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스윙의 7가지 동작도 꾸준히 연마한다면 원하는 대로 마음껏 공을 때리는 일은 더없이 쉬운 일이 될 것이다.


손이나 팔로 어떻게든 공을 맞혀서 남루하고 초라한 탄도와 거리를 만드는 일은 어제의 일로 남겨질 것이다. 고흐의 사이프러스처럼 활활 타오르는 해방 1호의 투지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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