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알고 그녀도 안다.
달라질 것 없는 인생이 되리라는 것.
매끄럽지 못한 보도블록 길 위에
난데없이 세워진
허술하고 추레한 칸막이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
저성능 싸구려 시장통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
뼈 마디마디 파도처럼 굽이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주름진 얼굴 위로
쏟아지는 근심 빗줄기 맞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나도 알고 그녀도 안다.
우리 둘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오랜 시간 골목길에 숨겨진 사람처럼 살아왔다. 생존하고 있다는 것이 세상에 밝혀지면 안 되는 사람처럼.
그녀는 길거리에 함부로 방치된 쓰레기더미처럼 냉혹하고 잔인한 불안한 방 안에서 불 꺼진 채 아이 시절을 보내왔다.
그리고 춥고 배고픈 것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자신이 갖고 있는 그 무엇이든지 내줄 수 있는 사람들 틈에서 성장했다.
그녀에게는 자신의 삶에서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이 전혀 없었다. 그녀가 이룰 수 있을 만한 삶의 행복이 절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잘못이 없다. 그녀 탓이 아니다. 그녀는 순수했고 기대했고 기다렸다. 미처 선행 학습하지 못한 그녀를 나무랄 수는 없다. 다행히 그녀는 삶을 거두어들였고 받아들이기로 작정하였다. 그리고 그동안 잘 알지 못해 고통 속에 신음하며 앓고 있었던 삶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뜻한 바를 세워 보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나와 같이 살아가고 있다. 그녀가 불행한 인생에서 얻어 온 그 용기와 고통의 가치는 골목길에서 탄생했고 그것이 그녀와 나에게 선명한 인생길을 선물해 주었다고 나는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