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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sonata Sep 01. 2022

우울의 유발

미성숙한 사고 vs. 성숙한 사고

2022년 9월 1일 목요일


9월 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다. 


9월의 첫날을 맞이하여 우울을 유발하는 역기능적 사고와 부정적인 인지 도식에 대해 글로 남기고 싶다. 심리학에서도 우울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개인적으로는 실존주의적 접근에 관심이 많지만, 실제로 심리치료의 초기 단계에 있어서는 Aaron Beck (1921 - 2021)이 고안한 인지치료법이 내담자에게 훨씬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아론 벡은 정신과 의사이며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교수였는데, 그가 개발한 우울증과 불안에 대한 자기보고형 검사 척도는 내담자와의 첫 면담에서 자주 사용되는 도구이며, 오늘날까지도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벡은 인지치료를 통해 역기능적 사고 패턴을 바로 잡아 심리적 긴장을 완화하고, 과잉 반응을 낮출 수 있다고 믿었다.


벡이 지목한 우울을 유발하는 세 가지의 부정적인 인지 도식의 특징을 보면 아래와 같다.


1. 자기 자신을 무가치하고 무능하고 부적절하며 사랑받지 못할 사람으로 본다. 또한 불쾌한 경험을 할 때는 그것이 자신의 심리적, 도덕적, 신체적 결함 때문에 생긴 일로 받아들인다. 자신은 결점이 많기 때문에 쓸모없는 존재라고 믿는다. 이로 인해 자신을 평가절하하고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


2.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 자신에게는 항상 부정적이고 가혹하며, 이에 도저히 대처할 수 없으므로 언제나 실패와 좌절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삶은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며, 과도한 요구를 해오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3.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미래는 암담하고 통제할 수 없다고 본다. 그리고 현재의 고통과 어려움은 언제까지고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과제를 시작해야 되는 상황이 오면 실패를 먼저 예상한다.


벡은 자신과 주변 상황에 대한 정보처리에 습관적으로 인지적 오류를 범하는 사람들이 주로 미성숙한 사고 양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이것이 결국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감정의 반응으로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벡이 말하는 '미성숙함'이란, 우울한 사람의 인격이 미성숙하다는 뜻이 아니라, 단지 그/그녀의 정보처리의 방식의 '미성숙함'을 가리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럼 벡이 제시한 '미성숙한 사고'와 '성숙한 사고'의 특징을 살펴보자.


<미성숙한 사고>


1. 단차원 적이고 전반적 (예: 나는 겁이 많다.)

2. 절대적이고 도덕적 (예: 나는 비열한 겁쟁이다.)

3. 불변적 (예: 나는 지금까지 늘 겁쟁이 었고, 앞으로도 항상 겁쟁이일 것이다.)

4. 성격적 진단 (예: 나는 성격에 결함이 있다.)

5. 되돌릴 수 없음 (예: 나는 근본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없다.)


<성숙한 사고>

1. 다차원적 (예: 나는 어느 정도 겁이 많지만 꽤 관대하고 상당히 똑똑하다.)

2. 상대적이고 비판단적 (예: 나는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보다 더 겁이 많다.)

3. 가변적 (예: 나의 두려움은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한다.)

4. 행동적 진단 (예: 나는 상황을 너무 많이 회피하고 두려움이 많다.)

5. 되돌릴 수 있음 (예: 나는 상황에 맞닥뜨리고 두려움과 싸울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그러므로 주위에 우울한 친구나 가족이 있다면 곁에서 자꾸 다그치거나 더 많은 과제를 부여해서 그들의 부담감을 증폭시키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미성숙한 사고 패턴에 시동이 걸리면, 잠시 특정 물체나 음악이나 풍경에 주의를 돌리는 것도 좋고, 하루에 15분 정도 햇볕을 쪼이거나 산책을 하는 것도 좋다. 또는 감각을 활용해서 지금 이 순간에 느끼는 자신의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자각해보는 연습도 꾸준히 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역기능적 생각을 기록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를 들면 자신의 감정상태/상황/자동적 생각을 일기처럼 기록하다 보면, 차차 자신의 부정적인 인지 도식을 찾아낼 수 있고, 나아가 그 생각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절한 자기 돌봄과 사고 패턴의 전환으로 우울감이 모두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은 증상에 따라 경도/중도/고도로 나눠지고, 그에 따른 치료 요법도 다양하다. 우울증 인지치료의 경우에는 약물치료와 병행할 때 그 효과가 더 좋다는 연구 결과가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혼자 깊은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기력을 소진시키기보다 전문 정신 의료 종사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 


한국자살예방협회: 

http://suicideprevention.or.kr/04_sub/05_sub.html?ckattempt=1

미국자살예방협회:

https://988lifeline.org/talk-to-someone-now/

국제자살예방협회:

https://findahelpline.com/i/i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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