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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sonata Sep 08. 2022

볼 때와 감을 때

2022년 9월 7일 수요일


주형창 시인의 <눈>이라는 작품을 읽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아직 코로나가 한창이었기에, 여가를 바다와 산과 사막에서 보내던 시기였다. 사람들과의 접촉이 최소화되자 우리는 침묵에 쉽게 익숙해졌고, 고요는 자연의 위대함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한동안 침묵에 대한 책을 열심히 찾아 읽었던 적이 있었다.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진지한 사색이 시작됐을 무렵, 우연인 듯 운명인 듯 침묵이라는 화두가 함께 찾아왔다. 특히 '침묵의 14가지 원칙'은 따로 곁에 두고 일 년 넘게 꾸준히 마음에 새기면서 읽었다. 아마도 그때 각인된 침묵의 무게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눈을 떠야 할 때와 감아야 할 때가 있듯이 입도 열어야 할 때와 닫아야 할 때가 있다는 교훈을 되새김질시켜준 듯하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감고 닫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살다 보면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하고, 이것은 어른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눈> 

                                                                                                                               

                                                                                                                                   주형창


눈 감을 때

선명해지는 장면이 있는 것처럼

눈 감아야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다


오래된 기억의 틈새에 스며 있던 것들

어느 순간 흘러나올 때 있다


세상을 보기 위해

눈이 있는 것이지만

가끔 감기 위해

눈은 또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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