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중도 하차

4년, 그리고 이별

by 프로성장러 김양

나는 모든 종류의 이별이 힘들다. (극F)

오래 머무르고,

깊게 마음을 나누었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건 누구나 그렇겠지?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이별도 함께 늘어났다.

소소한 이별부터,

중대한 이별까지 말이다.

어떤 헤어짐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자 노력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아이가 오래 머물렀던 장소나 친구들과의 이별 앞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아이 삶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이별조차 나의 것으로 생각하는 걸 보면 나는 아직도 아이와 감정 분리가 덜 된 걸까?

음... 장기적으로는 그러고 싶지 않지만 아직까진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4년 넘게 다닌 어린이집과의 이별이 힘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미리미리 준비했지만 마지막이 생각처럼 쉽진 않았다.


나와 아이가 그곳의 모든 점을 좋아했기 때문에 더 그랬나보다.

집과 가까운 점도 좋았고,

자연 속에서 발도르프 교육을 추구하는 원장 선생님의 교육 철학도 마음에 들었다.

아이는 어린이집을 다니며 총 세 번의 김장까지 경험했다.

직접 배추를 심고, 수확하고, 텃밭에서 각종 야채를 가꿔서 김장철마다 속을 꽉 채운 김치 한 포기를 집으로 가져왔다.

김치를 볼 때마다 고사리 손으로 열심히 속을 버무리고 넣었을 모습이 생각나 괜히 가슴이 뭉클해졌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동네 뒷산으로 산책을 다녀오고,

매일같이 마당에서 뛰어놀며, 자연의 혜택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어린이집이었다.

아이는 이곳에서 많이 성장했고, 평생의 친구도 사귀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를 믿어주고 잘 이끌어주는 어린이집에서 내 딸은 하루하루 자신만의 속도로 잘 성장했다.

마지막 몇 달은 어린이집 ”최고 언니”답게 엄청나게 의젓한 모습까지 보여줬다.

차를 세우면 혼자 뛰어 들어가 어린이집 벨을 직접 누르고 당당하게 등원하기 시작한 거다!

아가아가하고 어리게만 느껴졌던 내 딸이 잘 성장하게 도와준 어린이집이었다.

나와 내 아이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아이가 마지막으로 등원하던 날, 피자 간식과 아이 친구들 선물을 챙기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마지막 날을 보내고 온 아이 가방에는 담임 선생님이 친구들과 작성해서 보내주신 카드 선물이 들어있었다.

마음이 뭉클해졌다.



2025년 8월 18일, 국제학교 입학을 위해 8월 14일을 마지막으로 4년 넘게 다닌 어린이집을 떠난 내 아이,

나는 아쉬운데 아이는 생각보다 쿨하고 담담했다.

나는 극 F고 내 딸은 극 T인 건가(?)ㅋㅋ




학교는 별도의 입학식 없이 첫날부터 8시 20분 등교, 3시 20분 하교라고 했다.

첫날의 등하교는 내가 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연차를 냈다.

아이는 생각보다 신나고 즐거운 맘으로 학교에 갔다.

자기만 한 가방을 거뜬히 메고 말이다!

전날 있었던 신입생 부모학교에 아이를 데려갔는데 거기서 만난 프렙 동생들과 즐겁게 보낸 덕을 본 것 같았다.



아이의 국제학교 첫 등교일, 나는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께 편지를 쓰고, 꽃다발을 챙겨 마지막으로 어린이집에 다녀왔다.

어떤 말이나 이별 인사 앞에서도 아쉬운 마음이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가 잘 보낸 시간과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이별은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하니까.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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