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수학, 한글, 독서, CB까지
국제초딩 1학년 1학기 숙제에 대해서라면 나는 정말 할 말이 많다.
솔직히 말하면 양은 적당했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그랬다.
물론 내 아이는 전혀 다르게 생각했지만 말이다.
숙제의 양은 수학 한 두장, 영어 단어와 한글 받아쓰기 중 한두 개의 과제를 매일 꾸준하게 해야 하는 정도였다.
물론 국제학교도 학교, 혹은 담임쌤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아이가 한 번도 학습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학교에 가기 전까진 학습 관련된 무엇인가를 매일 규칙적으로 해본 일조차 없었다.
만 2세부터 다닌 어린이집을 국제학교 입학 전까지 다녔기 때문에 학습을 하는 유치원 경험조차 전무했다.
어린이집에서 영어, 한글, 워크북, 플레이팩토를 하긴 했지만 유치원이나 학원만큼은 아니었다.
집에서 아이가 숫자를 좋아하면 숫자 관련 워크북과 놀이 교구로 놀았고, 영어 알파벳에 관심을 가지면 관련 교구와 워크북을 활용해 놀았다.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세상에 늘 호기심을 가지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한글에 대한 관심이 제일 늦었는데 이조차도 서두르지 않고 아이가 궁금해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알려줬다.
배우고자 하는 호기심과 열정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조금의 자극과 교구로 배움을 즐기게 해주는 일은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나의 에너지와 시간 투자를 최소화하고 최대 효율과 효과를 내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이게 바로 엄마표 놀이와 교육을 접목한 진정한 내 아이 맞춤형 학습이라 믿었다.
그런데 국제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매일 해야 하는 “숙제”라는 책임과 의무가 동시에 생겼다.
어떤 면에서는 내가 바라던 바이기도 했다.
교육과 학습, 배움에는 속도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믿지만, 초1이라면 규칙적인 숙제나 과제에도 익숙해져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어린이집과 집에서 충분히 뛰어놀았잖니?ㅋㅋ
문제는 나 아니면 남편이 어떻게든 매일 숙제를 봐줘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한글 받아쓰기가 제일 수월하게 끝났다.
수학은 아이가 좋아하는 과목이라 꽤 수월하게 넘어갔지만 1학년 1학기엔 한 장을 다 끝내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문제는 영어였다. 초창기에는 알파벳을 쓰는 정도였지만 과자 하나 먹고 A 하나 쓰고, 과자 두 개 먹고 B를 겨우 쓸 정도로 속도가 나질 않았다. (아, 주여...... 이 정도면 달팽이가 기어가는 속도...... 나 속도 중요하게 생각 안 하는 사람 맞나? 싶었을 정도 ㅋㅋㅋ)
어린이집에서도 썼던 독서 기록장 역시 매주 한 번씩 제출해야 했다. 아이는 책을 좋아해서 독서는 큰 걱정이 없었지만 직접 독서 기록장을 쓰는 건 싫어했다. 어느 시점엔 독서 기록장 쓰는 게 싫어서 책을 안 읽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왜 이렇게까지 글씨 쓰는 걸 싫어하는가..... 내가 울고 싶은 심정이 들 때도 있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최고 난제는 CB라 불리는 성품 교육 과제였다. 기독교와 연관이 깊은 숙제라 무신론자인 나는 매주 토요일마다 아이와 함께 머리를 싸매고 끙끙댔다.
어쨌거나 국제학교 초딩생은 학습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만으로 국영수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영어 수업 덕분인지 아이는 빠르게 영어에 익숙해졌고, 겨울방학즈음에는 나와 영어로 일상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연말을 카오락에서 보냈는데 키즈클럽에서 만난 친구들과도 영어로 이야기하며 잘 놀았다.
숙제에 익숙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한 학기가 지나자 아이도, 나도, 어느 정도 숙제에 적응했다.
아이는 담임 선생님을 좋아하면서 학교에 가는 걸 즐거워했고, 친구도 사귀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학교에 적응했다.
덕분에 나는 당분간 더 워킹맘으로 살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